"별 걸로 세금 걷어" vs "유기 막으려면 필요" 반려동물 세금 논란…해외는?

입력 2020-01-2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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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얼마 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깜짝 놀란 만한 기사를 접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에 세금이나 부담금을 부과한다는 이른바 '반려동물 보유세'에 관한 내용이었죠.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부터 반려동물 보유세 또는 부담금, 동물복지 기금을 도입할 것"이라며 "이를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와 전문기관 운영비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23.7%, 가구 수로는 약 511만 가구로 추정됩니다. 4가구 중 1가구꼴이죠. 이 중 개를 기르는 가구가 18%(507만 마리), 고양이 3.4%(128만 마리), 기타(토끼ㆍ새ㆍ수족관동물 등) 3.1%로 각각 조사됐습니다.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별 걸로 세금 걷는 정부…"세금 내면 무슨 이익 있냐"

이러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상당수는 동물병원 진료비나 사료비, 미용비도 만만치 않은데, 세금까지 내야 하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세수 확보'를 위해 새로운 항목을 만들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사실상 '동물세'인데, 이를 위한 명분이나 이유, 특별한 계기가 없다는 사실도 꼬집었습니다. 한 네티즌은 "부패가 만연한데 세금만 걷어간다. 투명하게 뭘 하는지부터 보여달라"고 지적했죠.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반려동물 보유세 추진 절대 반대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청원 시작 5일 만에 약 1만7000명이 동의했습니다. 글쓴이는 동물보호센터와 전문기관 운영비로 쓰겠다는 계획을 콕 집어 "우리나라에 전문기관, 전문가가 있긴 하냐"며 "다들 자기 돈벌이 수단일 뿐이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공신력 있는 기관도 없는 마당에 무슨 세금부터 신설하는 걸 문제 삼은 셈이죠.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개세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경제적 이익이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 않는 상황에서 '보유'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세금을 물리는 건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유기 동물 급증 막으려면 꼭 필요"

반대 못지않게 반려동물 보유세를 찬성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들의 주요 논거는 반려동물 관리와 유기 동물 증가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 세금으로 책임감 있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는 걸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니 단순 호기심이나 동물을 키울 자세, 태도가 결여된 사람을 사전에 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김찬우(33) 씨는 "가뜩이나 '동물 등록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유기 동물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반려동물 보유세'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반려동물 등록을 안 한 사람이 많은데 정부가 세금을 물리기 위해서는 정확한 실태조사가 우선 이뤄져야 하고, 이 때문에 동물 주인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조건부 찬성'을 외친 사람도 많습니다. 세금이나 부담금으로 동물의료보험 혜택을 만들어 주인과 동물 복지에 쓰인다면 기꺼이 세금을 내겠다고 했습니다. 현재는 동물병원 진료비가 제각각인 데다, 비용이 많이 나가는 실정입니다. 보험회사에서 만드는 반려동물 보험도 비쌉니다. 차라리 세금을 내고 동물의료보험 혜택을 만들면 동물뿐 아니라 주인에게도 이로운 점이 많다고 내다봤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해외에서는 정착된 반려동물 보유세…앵무새나 고슴도치는?

국내에서 찬반 논쟁에 휩싸인 '반려동물 보유세'가 해외에서는 생소한 개념이 아닙니다. 이미 관련 제도를 시행해 정착된 곳도 있습니다.

독일이 대표적인 국가입니다. 백화점, 음식점, 카페 등 모든 공간에서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인 독일은 2017년부터 모든 반려인에게 강아지 세인 '훈데이스토이어 (Hundesteuer)'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지역과 견종마다 차이가 있지만 한 마리당 연간 100유로(약 13만 원)의 세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네덜란드 헤이그시는 반려동물세로 연간 116유로(약 15만 원)를 걷습니다. 이 세금으로 도심 내 잔디밭 관리와 동물 경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에서도 유사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영국도 지난해부터 반려동물 한 마리당 100유로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세금을 신설하더라도 기준은 확실히 정해야 합니다. 한 네티즌은 관련 기사 댓글에 "이구아나, 앵무새, 고슴도치 등은 어떻게 할 것이냐. 이 동물들은 걷을 것인지 말 것인지 또 싸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반려동물이 다양하고 종도 많아 명확한 기준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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