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인터뷰] 조현주 디어라운드 대표 "암 투병 어머니 간병ㆍ임신…'웰에이징' 꿈 뚜렷해졌죠"

입력 2019-10-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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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로 창업에 성공…요양시설 비교 플랫폼, 병원 동행 서비스 제공

▲조현주 디어라운드 대표가 2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고령화에 각종 질병이 늘어나고, 가족 해체와 1인 가구가 확산되면서 ‘웰 다잉’(Well-Dying)에 대한 현대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요양시설 서비스의 규모는 날로 커지지만, 자신의 노후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전문가를 만날 길은 막막하기 때문이다.

조현주 디어라운드 대표는 이 고민에 초점을 맞췄다. 조 대표는 지난해 치료가 아닌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원스톱 토털시스템’을 목적으로 한 ‘웰에이징 플랫폼’을 시작했다.

최근 서울 방배동 인근 카페에서 조 대표를 만났다. 그는 “궁극적으로 다양한 세대 사람들이 어울려 자신을 표현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웰에이징 플랫폼을 통해 건강한 근로환경 조성에 기여하고, 여성의 독박 돌봄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해결하겠다는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다.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라는 책을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어요. 결론은 노인을 위한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만든다는 건 안 팔겠다는 거래요. 나보다 잘사는 사람, 젊은 사람이 쓰는 제품을 쓰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잖아요. 노인을 위한 제품은 ‘나 이렇게 무능해’, ‘나 이런 도움이 필요해’를 표현하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이처럼 ‘나이 듦’은 굉장히 중요한 주제예요. 40대만 돼도 건강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해요. 영양제를 먹기 시작하고, 병원에 다니기도 하죠. 60대가 되면 온갖 가루를 챙겨 먹고요. 고민을 해결하고 싶었어요.”

그가 처음부터 ‘웰에이징’을 구상했던 건 아니다. 대학 졸업 후 13년 동안 디자이너로 살아온 조 대표의 삶에 어느날 변곡점이 찾아온다. 세상의 전부라고 믿었던 어머니가 근육암의 일종인 육종암으로 암투병을 하게 된 것이다. 긴 병에 효자가 없다고 했던가. 2015년 1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딱 3개월 간병했는데, 항암 치료가 효과 없는 암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온 힘을 쏟고 난 이후, 삶이 순식간에 바뀌어버렸다.

20대부터 30대까지 일이 인생에 중심이고, 철야를 하는 것마저도 삶의 원동력이라 생각했던 조 대표는 어머니를 간병하기 전과 이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머릿속에 일이 90%, 휴식은 10% 였어요. 평생 그렇게 살 수 없겠더라고요. 그러던 중 ‘와디즈’라는 스타트업 회사의 브랜드 총괄로 들어가게 됐어요. 잘 몰랐던 영역이었지만, 막상 해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영향을 받게 됐죠.”

조 대표는 모든 과정을 어머니의 암 투병과 연결지어 생각했다. 스타트업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돌봄’은 어쩌면 평생 함께할 주제일지 모른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평생 ‘정상 퇴근’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당연한 일이라고도 생각했다. 이직조차 도전이었던 삶이었다. 우물을 깨고 나오기 위해선 인정이 필요했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구나.’ 13년간 직장 생활의 마침표를 찍고, 독립적인 주체로 일을 시작하면서 깨닫게 된 건 또 있다. ‘9 to 6’(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가 반드시 옳은 건 아니라는 것.

“원격 근무 자체가 직원을 믿어야 하는 일이에요. 결코 쉽지 않은 거죠.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더욱 그래요. 연결돼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시간 소통돼야 한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드니까요. 하지만 이 역시도 ‘문화’라고 생각해요. 일단 살아남은 후에 이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갈지는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일단 지금은 최적의 방법이란 생각이 드네요.”

디어라운드의 영역은 점차 확장된다. 전국 요양시설을 비교하는 서비스 사이트를 연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국민연금공단, 강남구와 함께 ‘병원동행 서비스’를 컨소시엄으로 진행하고 있다. 강남구 교통약자인 65세 이상 노인, 임산부, 영유아, 장애인, 일시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임산부든 혈액투석 환자든 가족이 항상 동행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고, 병원에 정기적으로 가는 것 자체가 부담인 이들을 위해 제공되는 서비스다. 디어라운드가 콜센터 운영부터 사이트 제작, 운영 방안 등 전반적인 과정을 마련했다. 이 과정을 겪고 나니 디어라운드의 웰에이징 플랫폼의 성격이 뚜렷해졌다.

다음은 조 대표와 일문일답.

-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부딪혔던 어려움은.

“처음엔 약사인 남편과 개발자 동료 한 명, 그리고 저까지 세 명이서 시작했어요. 사실 뭣도 모르고 작년 1월 퇴사한 후 한 달 만에 법인을 냈거든요. 저는 ‘소속’이 필요한 사람이에요. 저 혼자 일하더라도 어디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달까요. 개인사업자로 활동하거나 사업자를 내지 않고 준비할 수도 있었지만, 법인부터 등록했습니다. 여태까지 직원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사업 방향이나 이런 걸 같이 듣고 고민하더라도 직원의 입장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이런 전반적인 과정을 작년 한 해 동안 겪었습니다.”

- 힘들면서도 설렜을 거 같은데.

“2월에 창업을 하고 3월에 바로 임신을 하게 됐어요. 직장에 다닐 때는 7년간 애가 생기지 않았거든요. 근데 창업을 하니 바로 임신을 한 거예요. 첫 아이라 임신 기간이 그렇게 힘들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어요. 힘들었죠. 100㎞ 이상 달려야 하는 상황인데, 임신을 하고 나니 오후 4시에도 갑자기 졸음이 밀려오는 거예요. 스타트업이 몰려 있는 공간에 입주해 있었는데, 그냥 나왔어요. 너무 바쁘고 분주한 분위기가 제겐 스트레스였어요. 집에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세팅하고, 집 근처로 사무실을 옮기게 됐죠.”

▲조 대표는 "격리된 삶 속에선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라며 "노인과 아이, 여성을 위한 환경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 임신부로서 힘겨운 과정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제겐 낯선 인생 속도였죠. 여성으로서의 약자 외에 장애인, 노약자, 아이, 임신부라는 신체적 약자로 사는 건 처음이었어요. 완전히 다른 세계였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시 제가 겪은 상황들이 지금 이 일을 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된 거 같아요. 당사자가 된 거잖아요. 이전까지는 우리 엄마의 보호자로서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생각이 컸는데, 신체적 약자가 되고 나니 이전엔 익숙하던 삶이 무서워지더라고요. 출퇴근길이 그렇게 무서운 건지 몰랐어요.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빠른 걸음 한가운데 놓여지니 스스로 보호가 필요한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 창업 과정에서 도움이 됐던 것은.

“구글 ‘엄마를 위한 캠퍼스’입니다. 임신 5개월로 저희 아이가 제일 어렸어요. 당시 중학생 아이가 있는 분도 있었고, 100일된 아이를 업고 오신 분도 있었어요. 일반적인 창업 프로그램은 많지만, 창업에 뛰어드는 ‘엄마’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제게도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그 계기로 아이를 가져도, 몸이 힘들어도 일을 계속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어요. 다른 사람처럼 풀 타임으로 일할 순 없겠지만, 조정이 가능하다는 생각도 하게 됐죠. 덕분에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세팅할 수 있게 됐어요.”

- 다양한 인적 네트워킹을 경험한 것 같다.

“일반적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는 ‘베이비 페어’가 언제인지, 아이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지와 같은 얘기를 나눠요. 그 대화도 정말 소중하지만, 저로서 의미를 찾기는 힘들더라고요.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대표들을 만나면 아이 이야기는 물론, 사업 얘기까지 나눌 수 있으니 좋더라고요. 다양한 여성 커뮤니티에 참여했어요. 웰에이징은 모두가 관심 갖는 주제이니 대화들을 적극적으로 나누게 됐죠.”

- 일하는 여성으로 살았던 경험이 창업에 도움이 됐는지.

“저는 추석도 없이 살았던 거 같아요. 명절 땐 팀원들과 회사에 모여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고립된 상태로 일을 했어요.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졌던 경험에서 생긴 근성이 몸에 스며들었나봐요. 일단 땅바닥까지 짚고 올라와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 완결을 보게 되더라고요. 직장 다닐 때도 ‘열정상’ 받고 다닐 정도였으니까요. 일을 끝까지 했던 경험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 원격근무는 어떤 형태로 이뤄지나.

“계약서에는 9시부터 6시라고 명시돼 있어요. 하지만 9시에 꼭 출근했는지, 6시에 퇴근했는지 확인하지 않아요. 저 역시도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일을 할 때가 많아요. 아이 키우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거예요. 아이가 깨니, 그때 일을 할 수밖에 없어요. 저는 구글 슬랙이나 트렐로에 이슈를 던져요. 아이가 어느덧 10개월이 됐어요. 갑자기 낮에 병원을 가야 하기도 해요. 그럴 땐 저는 전화로 빠른 대응이 불가능하거든요. 제가 없어도 바로바로 대응이 가능하도록 업무를 세팅하고 있어요.”

- 서로가 배려해야 가능할 것 같다.

“화상회의 할 때 아이가 항상 앞에 있어요. 인사를 하기도 해요. 사실 아이를 출산한 바로 다음 날 화상을 켜서 병실에서 회의를 했어요. 쉴 때 쉬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저는 특별한 이슈는 없어도 흐름을 이어가고 싶었어요. ‘30분이라도 대화합시다’라고 했던 거죠. 출퇴근 체계는 없어도 일주일에 딱 한 번 화상으로 만나고 월 1회 직접 만나는데, 뺄 수 없죠. 아이가 100일이 되고 6개월이 되는 과정 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어요.”

- 창업 도전을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한마디.

“노인, 아이, 엄마 모두 세상과 격리돼 있어요. 노인은 요양시설이나 집에 격리돼 있고, 엄마들도 아이를 낳고 나니 새로운 네트워킹을 찾기 어려워지는 거죠.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 자체가 굉장히 민폐인 상황이 벌어지니까요. 격리된 삶 속에선 다양한 문제가 발생해요. 모든 엄마가 창업을 해야 하고, 나가서 일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아이를 키우면서 살아온 삶이 단절되지 않아야겠죠. 노인, 아이, 여성을 위한 환경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디어라운드도 궤를 같이해요. 저는 궁극적으로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어울려서 자신을 표현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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