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이 혁신성장의 답이다(24)] 최성진 코리아스타트포럼 대표 “유니콘 육성에만 매몰돼선 안돼”

입력 2019-10-13 09:49수정 2019-10-1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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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샌드박스, 지금부터 후속 조치 해야”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가 1일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20개’.

문재인 정부가 제2 벤처 붐 확산을 위해 내건 목표다. 현재 9개인 유니콘을 양적으로 성장케 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 기조는 일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뜯어 보면 유니콘 직전 단계에 있는 ‘넥스트 유니콘’을 육성하는 데만 집중할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를 대표하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의 최성진(48) 대표가 지적하고 나선 것도 이점이다.

코스포는 2016년 9월 스타트업 50여 곳이 동참해 발족한 단체로 지난해 4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스타트업을 위한 규제 개선, 사업 성장 지원, 네트워킹 등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힘쓰는 코스포는 현재 1100개의 회원사를 두고 있다.

최 대표는 2002년부터 2009년까지 국내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인 다음커뮤니케이션에 몸을 담았던 벤처인이다. 다음에서 검색전략팀장, 대외협력실장을 거친 그는 2010년 한국인터넷기업협회로 자리를 옮겼다. 8년간 협회에서 사무총장을 지낸 그는 2016년 코스포 출범에 앞장섰고, 지난해 사단법인으로 창립총회를 열 때 이사회에서 2년 임기의 대표로 선출됐다.

서울 서초구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만난 최 대표는 정부의 ‘제2 벤처 붐 조성 전략’에 관해 “올해 들어 스타트업 육성에 정부가 정책적인 합의를 마련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 진단했다.

그간 초기 창업에만 집중했던 스타트업 정책이 ‘성장’으로 옮겨간 점도 그렇다. 그러나 그는 정부가 눈앞의 성과에만 치중하게 되는 것을 우려했다. 우아한형제들, 쿠팡, 야놀자 등 지금의 유니콘은 창립 1~2년 만에 유니콘의 자리에 오른 게 아니다.

그는 “2010~2011년 모바일 시대로 변화하면서 스타트업 붐이 일었고, 당시 만들어진 업체들이 6~7년이 지나 유니콘으로 성장한 것”이라며 “그렇다면 지금 그만큼 초기 스타트업들이 경쟁력 있게 나오고 있냐는 점을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니콘 육성에만 매몰되면 몇 년 뒤 스타트업 생태계가 오히려 축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가 코스포 출범을 조직하고, 이끈 배경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커가는 데도 그만한 목소리를 대변할 조직이 없어서였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기관들의 목소리를 많이 나오는 데 반해 정작 주인공인 스타트업의 목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는 “규제 문제를 포함해 스타트업의 주장이 과소 대표되는 것 같았다”며 “지난해 사단법인으로 정식 출범한 뒤 1년 반 만에 회원사도, 사무국도 4배 이상 커졌다”고 말했다.

현재 코스포 사무국은 최 대표를 포함해 9명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가 1일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

최 대표는 승차 공유, 공유 숙박 등 규제 문제에서 스타트업계의 고충을 대변해왔다. 그는 회원사들이 곤경을 겪는 데 대한 염려를 넘어 세계적으로 해당 산업이 뒤처지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택시업계의 갈등에 발이 묶인 승차 공유 산업이 대표적이다. 7월 국토교통부는 ‘택시·플랫폼 상생방안’을 내놨지만, 최근 ‘타다’의 증차 계획 발표에 국토교통부는 비판을 담은 입장문을 냈고, 택시업계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끝이 안 보이는 승차 공유 갈등에 “기존 산업계에서는 대중교통이 잘돼 있고, 택시 산업 규모가 큰 점 등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이야기하지만 많은 나라가 각국의 특수성에 기반해 스타트업이 사업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갖춘다”며 “승차 공유의 경우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 굉장히 뒤처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는 국민 전체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하겠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지만, 기존 산업과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스타트업에 기회를 부여할 방법을 찾지 못한 점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신산업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규제 샌드박스도 메우지 못하는 공백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이기도 한 최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에 관해 “꼭 필요한 제도”라면서도 “스타트업 입장에서 속도와 내용 면에서는 아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의를 통과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통과되더라도 부가적인 제약 조건이 있어서다. 과기부 규제 샌드박스 유효기간은 기본 2년에 최대 4년인데 “긴 기간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 시간 안에 현행법을 고쳐 샌드박스 기간이 끝나더라도 사업을 할 수 있게 만들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는 “2년, 혹은 4년 뒤에 대란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한 안건들에 관해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 대외적으로 ‘규제 혁신’을 이야기하다 보니 오해가 생기는 일도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공익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탄생한 것이 규제이고 법 제도이기 때문에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오래전에 만들어져 현재 사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하거나, 스타트업들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막는 불합리한 것을 바꾸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 업계에 20년 가까이 몸담은 최 대표는 성공하는 스타트업보다 실패의 길을 가는 스타트업을 훨씬 많이 봐 왔다.

그는 “대부분 망하는 게 정상”이라며 “다수의 스타트업이 실패하고, 그 실패를 기반으로 다시 도전하는 것이 선순환”이라고 정의했다. 다만, 실력이 없어서 실패하는 게 아니라 규제 문제로 사업을 접는 창업자들을 볼 때는 안타까움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패 뒤 창업자 연대보증 면제로 받은 대출금을 갚으면서 힘들어하는 창업가들을 보면 씁쓸하다”고 했다.

최 대표는 규제를 개혁하는 일이 사회 전체의 이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의 혁신을 이루면 구성원들이 일단 경제적 이익을 얻겠지만, 사회적으로도 진보하는 것”이라며 “규제 개혁이 특정 기업인들의 편을 들어준다는 시각보다 더 많은 혁신을 위한 기반이라는 것을 정부가 분명히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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