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산다”, 포스코 KT 등 콧대 높아진 대기업 회사채

입력 2019-10-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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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장기債·비우량채까지 투자 열기, 실적 악화 땐 시장 파장 우려

▲회사채수요예측 현황 (기간 10월1일~10월8일)(자료 미래에셋대우)

5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모집에 나섰던 포스코 회사채에 다섯 배가 넘는 투자금이 몰렸다.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벌인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2조6000억 원의 사자 주문이 나온 것. 특히 장기물인 10년물에 모집액(15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6700억 원의 규모의 기관 자금이 쏟아졌다. 예고된 흥행이지만 장기물에까지 매수 주문이 쏟아진 것은 이례적이란 게 시장 분위기다.

‘A-’등급인 SK건설이 실시한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도 모집 금액 800억 원의 4배를 뛰어넘는 약 3300억 원의 기관 자금이 몰렸다.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를 무색케 하는 흥행이다.

비싼 이자를 주고 돈을 빌리던 기업이 자금 조달시장에서 ‘갑’이 됐다. 기관투자가들이 불량 기업으로 낙인찍힌 기업들의 회사채까지 서로 달라며 달려들고 있다.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만기가 짧고 우량한 채권만으로는 만족스러운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기업 실적이 악화 추세여서 과열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크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와 크레딧 시장에 따르면 포스코, LS산전, 한화토탈, 한국금융지주, 한화투자증권, KDB생명보험 등 최근 10개 기업이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 2조 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포스코 수요예측에는 2조 6200억 원의 매수주문이 몰렸다. 지난 3월 LG화학이 기록한 2조6400억 원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KT는 모집액 대비 약 5배 많은 1조 4200억 원의 뭉칫돈을 확보하며 발행 규모를 당초 계획(3000억 원)보다 두 배(6000억 원) 늘렸다. 700억 원씩 모집한 3년물과 5년물에 각각 8200억 원, 2800억 원이 유입됐다. 특히 초장기채인 만기 10년과 20년짜리에도 목표 발행량 대비 9.5배, 4.3배 많은 자금이 몰렸다.

1500억 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위해 회사채 발행에 나선 한화증권 수요예측에는 20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한화자산운용으로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신용등급이 좋아진 결과로 분석된다.

잇따른 흥행에 기업들은 조달 비용을 아낄 수 있어 함박웃음이다.

SK건설은 14일 발행하는 3년물 회사채의 수요예측에서 투자자들이 몰려 총 1500억 원으로 증액 발행키로 했다. 발행금리는 민간 채권평가회사에서 제공한 금리(민평금리)보다 0.31%포인트 낮춰 11일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LS산전과 한국금융지주도 오버부킹을 기록, 강세발행에 성공했다. 한국금융지주는 5년물에서 10.5 배의 유효경쟁률을 보이며 개별민평 대비 -3bp 레벨에서 결정금리가 결정됐다.

한편에선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회사채 금리가 기업들의 체력(펀더멘탈)에 비해 과도하게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37조원으로 작년 동기(56조8000억 원)에 비해 35% 감소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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