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돼지열병 갈수록 확산, 재앙으로 번지나

입력 2019-09-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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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날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까지 전국 돼지농장과 출입차량, 사료공장, 도축장 등을 대상으로 발령했던 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을 48시간 연장했다. 정부 방역망이 속수무책으로 뚫리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ASF는 17일 처음 발생한 경기 파주를 시작으로 연천(18일), 김포(23일), 또 파주(24일)에 이어 인천 강화에서 24일과 25일, 26일 잇따라 확진 판정이 나오는 등 감염 농가가 7곳으로 늘었다. 정부가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해 1차 방역 저지선으로 삼았던 경기 북부를 벗어나 강화까지 번진 것이 무엇보다 심각하다. ASF 의심신고도 속출하고 있다. 26일에는 경기 양주에서 의심신고가 나왔다. 감염 범위 확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는 중점관리지역을 경기·인천·강원 전체로 넓혔다.

정부는 발병 이후 매뉴얼대로 대응하면서 방역에 집중했다. 하지만 결국 초동방역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ASF의 첫 확진 이후 열흘이 지났다. 최대 잠복기가 3주라고 한다. 이미 다른 지역으로 넓게 퍼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으로 어디서 감염 사례가 더 나올지 불안하다. 전국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그럼에도 아직 ASF의 유입과 전파경로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ASF는 바이러스로 감염되는 1급 가축전염병으로, 돼지가 한 번 감염되면 고병원성의 경우 거의 모두 폐사할 만큼 치명적이다. 아직 예방 백신이나 치료약도 개발되지 않고 있다. 감염된 돼지는 살처분 말고 달리 대응방안이 없다. 사실상 무방비인 것이다.

양돈 농가에 대한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고, 국내 양돈산업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바이러스 감염 경로로 의심되는 북한에서는 5월 발병 이후 평안북도 지역 돼지가 전멸했다는 국가정보원의 보고도 있다. 한반도 남쪽 돼지도 완전히 사라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전국 양돈농가는 6300여 곳, 사육되고 있는 돼지는 1200만여 마리다. ASF를 빨리 진정시키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비화할 우려가 크다. 대다수 돼지의 살처분과 함께 돼지고깃값 폭등이 불가피하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육류인 돼지 파동으로 서민 가계, 관련 업계가 타격을 받는 상황도 심각하다.

전국 모든 돼지사육 농가가 지금 위험하다. 좁은 공간에 여러 마리를 가둬 키우는 돼지는 한 마리만 감염돼도 순식간에 퍼진다. ASF가 더 남쪽으로 확산하는 경우는 그야말로 재앙에 다름 아니다. 이미 한강 이남으로 번진 ASF가 충청과 영·호남 지역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ASF는 우리가 처음 당하는 일이다. 방역 당국은 비상하고 단호한 대응조치로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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