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간다] 한국 상륙한 세계 1위 아이스크림 '벤엔제리스' 가보니

입력 2019-09-2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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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에 문을 연 '밴앤제리스' 팝업스토어에 줄을 선 사람들. (김정웅 기자 cogito@)

“어머 여기 벤앤제리스가 생겼네. 이거 되게 맛있는데.”

많은 시민이 길을 지나다 벤앤제리스 매장을 발견하고는 보였던 반응이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연남동이어서였는지 “이게 뭐지”하는 반응보다는 “이거 미국에서 먹어봤는데”하는 반응이 많았다.

벤앤제리스가 20일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동교로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한국 진출을 위한 첫 행보다. 팝업스토어는 내달 16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앞서 이 인근을 지나는 이들의 반응에서 느껴지듯 벤앤제리스는 이미 국내에서도 인지도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편이다. 전 세계 파인트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한국 진출이 세계 41번째로 비교적 느렸기에 외국에서 먼저 맛본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키오스크에서 오른쪽 사진과 같은 문제를 연달아 풀고 나면 자신에게 맞는 아이스크림을 추천해준다. (김정웅 기자 cogito@)

팝업스토어 운영 기간 동안 벤앤제리스의 아이스크림 1컵 샘플을 무료로 맛볼 수 있다.

샘플 아이스크림은 점포에 마련된 키오스크가 내는 문제에 답하면 나오는 쿠폰과 교환할 수 있다. 문제는 ‘파티에 간다면, 어떤 행동을 할 건지?’, ‘어떤 애완동물을 키우는지(키우고 싶은지)’ 등으로, 답하는 사람의 성향에 맞는 아이스크림을 추천해 주는 일종의 심리테스트 같았다.

이날 기자는 ‘로맨틱한 사람’에게나 어울린다는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교환할 수 있는 티켓이 나와 굉장히 실망했다. 바닐라는 어디서든 먹을 수 있고, 맛의 차이도 그렇게 크지 않으니까.

하지만, 다행히도 샘플 아이스크림은 다른 샘플 중 원하는 것으로 골라 받을 수도 있다고 해서, 기자는 다른 아이스크림을 고르기로 했다. 아이스크림은 2층으로 올라가면 받을 수 있었다.

▲배스킨라빈스나 나뚜루 등의 아이스크림 전문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매장 구성. (김정웅 기자 cogito@)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파인트 아이스크림 브랜드는 단연 '배스킨라빈스'다. 그래서 당연히 배스킨라빈스와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먼저 매장의 구성부터 조금 다르다. 각 아이스크림은 점원만 볼 수 있게끔 되어 있었다. 흔히 아이스크림 매장하면 떠올리는(다시 말하자면 배스킨라빈스와 비슷한) 것처럼 다양한 아이스크림이 냉장고 안에 보이도록 전시된 모습과 사뭇 달랐다.

팝업스토어에서는 모두 12개 맛의 아이스크림을 판매했다. 현재 일시적으로 판매되지 않는 체리 맛을 제외한 11개 맛을 준비해 놓았고, 무료 샘플은 ‘초콜릿 칩 쿠키 도우’, ‘초콜릿 퍼지 브라우니’, ‘바닐라’, ‘청키 몽키’ 등 4종으로 한정했다.

▲가장 작은 사이즈인 컵 1개의 가격은 4600원이었다. (김정웅 기자 cogito@)

다음은 가격이다. 벤앤제리스는 가장 보편적인 1인 메뉴인 작은 컵(120㎖)을 4600원에 팔았다. 벤앤제리스에 방문 후 회사로 복귀해서 배스킨라빈스 가격을 확인해보았다. 우연인지 아니면 이 브랜드 론칭의 영향을 받은 건지 모르겠지만, 이날 배스킨라빈스도 7년 만에 아이스크림 가격을 인상했다.

배스킨라빈스의 비슷한 크기의 아이스크림은 싱글레귤러(115g)다. 이날 기존 2800원에서 3200원으로 인상했다. 120㎖에 4600원인 벤앤제리스와, 115g에 3200원인 배스킨라빈스(두 브랜드의 표기 단위는 각각 ㎖와 g을 사용했다. 물론, 물을 기준으로 1㎖=1g). 약 1.3배의 가격 차이가 난다.

▲다른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는 먹어보지 못한 맛이지만, 그렇다고 깜짝 놀랄만큼 신비로운 맛까지도 아니었다. (김정웅 기자 cogito@)

사실 음식이라는 상품은 가격보다 맛이 훨씬 중요하다. 동일한 종류의 음식인데도 맛의 차이로 2~3배, 심하게는 10배 차이가 나는 음식도 흔하기 때문이다.

맛은 주관적인 요소기 때문에 ‘몇 배 정도 되는 맛이다’라고 기자가 품평하기는 곤란한 부분이 있다. 확실히 배스킨라빈스나 다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는 못 먹어본 새로운 유형의 맛이긴 했다. 그렇디만, 가격 차이가 느껴질만큼, 도드라진 맛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약간 의문이 들기도 했다.

▲친환경을 강조하는 '밴앤제리스' 팝업스토어에서는 먹고난 아이스크림 컵에 담아갈 수 있는 식물을 제공하고 있었다. (김정웅 기자 cogito@)

사실 맛도 맛이지만, 벤앤제리스 세일즈포인트의 진짜 차별화된 지점은 ‘미닝아웃’(정치적‧사회적 신념 등을 소비에 담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일)에 있다고 느껴졌다.

팝업스토어 출구에서는 자신이 먹던 아이스크림 컵을 깨끗이 닦은 뒤, 식물을 담아서 갈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었다. ‘친환경’적인 아이스크림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의도로 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매장 내에 브랜드를 설명하는 공간 곳곳에서도 벤앤제리스라는 브랜드가 얼마나 ‘친환경’과 ‘공정무역’에 힘쓰고 있는지 강조하는 문구가 많았다. 모든 맛이 동물성 재료가 아닌 식물성 재료의 ‘NON-GMO’ 제품임을 설명하거나, 기후 보호를 위한 한정판 맛 출시, 바닐라‧코코아‧커피콩 등에 대한 철저한 공정거래 확립 등에 대한 설명이 그것이었다.

많이 언급한 ‘배스킨라빈스’를 비롯해, ‘하겐다즈’, ‘나뚜루’, ‘콜드스톤 크리머리’ 등 한국에 론칭한 많은 아이스크림 브랜드 중 이토록 ‘친환경’, ‘공정무역’을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는 없었다. 단순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넘어, 최근의 소비 트렌드를 겨냥한 차별된 콘셉트가 한국 시장에서 통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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