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룸즈에이 노영욱 대표 "진짜 덕후들은 '방탈출' 하러 여행 떠나죠"

입력 2019-09-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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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 자문하는 방탈출 브랜드…주 52시간 '여가' 트렌드 떠올라

▲노영욱 룸즈에이 대표가 10일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룸즈에이 홍대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제한시간 내 플레이어들은 단서를 모아 밀실 안에서 탈출해야 한다. 밀실 안의 물건, 퍼즐, 단서들을 이용해 트릭을 푸는 핵심 힌트를 찾아야 한다. 연속되는 공간 안에서 주어지는 문제를 풀고 최종적으로 방을 탈출하면 성공. 휴대전화, 촬영장비, 필기구는 사물함에 넣어두고 입장해야 한다. 의지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지성, 감성, 체력, 상상력, 추리력 그리고 팀워크 뿐이다. 방탈출의 원리이자, 노영욱(30) 대표가 운영하는 룸즈에이에서 방탈출 입문자에게 설명하는 규칙이다.

룸즈에이는 다수의 방탈출 테마를 제작한 RS 프로젝트와 또 다른 방탈출 브랜드 코마 이스케이프의 합작품이다. RS 프로젝트는 RS 프로젝트는 각종 드라마와 영화 속 추리 콘텐츠를 만들고 자문을 하기도 했는데, 방탈출을 콘셉트로 내세운 TV 프로그램 '대탈출' 장치를 만들어준 회사로 알려져 있다. 노 대표는 룸즈에이 대표이자 RS 프로젝트 대표를 맡고 있다.

룸즈에이 지점은 전국 7개다. 지점마다 조금씩 테마를 다르게 내세워 운영하고 있다. 룸즈에이 방탈출의 특징은 '세계관 공유'이다. 또, 흔히 방탈출 카페라고 생각하면 숫자를 맞추고 글자를 조합하는 걸 떠올리는데, 몸짓으로 문제를 풀거나 향기를 맡고 귀를 가져다 대는 행동을 하면서 방을 탈출해야 한다.

오늘날 방탈출은 얼마나 진화하고 있을까. 한때 붐이 일었던 방탈출이 최근 다시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활성화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길에 위치한 룸즈에이 홍대점에서 노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노 대표와 일문일답.

- 방탈출 게임이 서로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건 정말 신선한 일이다. 연구를 통해 이뤄진 결과물인가.

"모든 룸즈에이 매장이 그런 건 아니다. 홍대 매장을 처음 기획하면서 나온 테마가 '키메이커'다. 거기서 뻗어 나가는 세계관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먼저였다. 세계관이 너무 복잡해도 고객마다 어떤 테마를 해야 할지 헷갈릴 수 있기 때문에 약한 상관관계로 만들었다. 다른 테마를 체험하면서 '다른 테마에서 나왔던 세계관 아니야?'라고 생각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

- 회계학 전공자로 알고 있다. 어떻게 방탈출 카페를 비롯해 추리 콘텐츠 사업을 시작하게 됐나.

"룸즈에이 시작 전에는 수학강사도 3년 동안 했었다. 수학강사도 추리랑 연관이 있지 않나. 원래 저는 RS 추리동호회 소속이다. 국내에서 제일 큰 추리 동호회인데, 그 소속으로 추리 콘텐츠와 관련된 활동을 했었다. 2015년 방탈출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난 후 '내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다른 업체들에 테마를 만들어서 공급하는 일을 했다.

테마를 하나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저희는 기획부터 시공, 장치까지 모드 만들었다. 저희 테마가 한 브랜드 매장에만 있는 게 아니라 여기 하나, 저기 하나 있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마니아들 사이에서 '얘네가 만든 건 웰메이드'라는 평가가 나온 거 같다. 그러다가 코마 이스케이프에 저희 테마가 들어갔는데, 반응도 좋고 협업 관계도 좋아 함께 방탈출 브랜드를 만들게 됐다."

▲수학강사를 하던 노 대표는 RS 프로젝트 그리고 룸즈에이를 통해 '추리 덕후' 기질을 발휘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방탈출 카페가 붐업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전 방탈출의 한계는 무엇이었나.

"방탈출은 콘텐츠 비용이 비싸다. 그런데 일회성 콘텐츠다 보니 한 번 하고 다음에 또 이용할 순 없다. 비용은 비싼데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지 않나. 한때 우후죽순식으로 전국적으로 방탈출이 생겨났지만, 점점 인기가 사그라졌다.

마니아들 사이에선 후기를 올리는 문화가 있다. 스포일러는 안 되지만, 평가는 내릴 수 있으니까. 그런 곳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는 거다. 퀄리티가 기대한 만큼이 아니면 한두 번하고 안 가게 되는데, 마니아들 사이에서 평가가 좋은 곳은 다시 '붐업' 하고 있다. 또, 최근 예능을 통해 방탈출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젠 방탈출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못 들어본 사람은 없는 거 같다."

- 예능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대탈출'에 나오는 장치를 만들어드렸다. '필활' 테마에 방송에서 나온 어떤 장치가 조금 바뀌어서 들어가 있다. 방송 보신 분들이나 마니아들은 반가워한다."

- 1세대 방탈출보다 다양한 장치와 문제들이 만들어진 것 같다.

"예전엔 책에서 본 퀴즈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개연성'이 중요하다. 이 문제가 왜 여기서 나와야 하고, 이 장치가 왜 여기에 배치되어야 하는지를 플레이어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행동이 이 테마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강조하려다 보니 체험적인 게 들어가게 됐다.

룸즈에이에는 10년 이상 트릭을 연구하고, 추리 콘텐츠를 진행하던 사람들이 모였다. 무조건 어렵게 만드는 게 아니라 쉬우면서도 재밌고, 어려우면서도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문제가 어떤 건지 잘 알고 있다. 한 테마를 만드는 데 짧게는 2주 길게는 한두 달까지도 소요된다. 플레이어들은 왜 풀어야 하는지 모르는 문제가 나오거나, 테마에 어울리지 않는 문제가 나오면 좋아하지 않는다."

- 카페처럼 꾸며진 로비도 인상적이다.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느껴진다.

"보통 방탈출 카페에 가면 어두운 테마들이 대부분이다. 폐병동, 살인사건이 일어난 현장 등에서 탈출하는 게 일반적이니까. 저희는 어둡고 무서운 테마가 없다. 가족, 친구와 언제든 와서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테마들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2층엔 보드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보통 마니아들은 하나만 하지 않는다. 연달아 2~3개를 한다. 부산에서 올라와 하루에 10개 테마 모두 다 하고 가는 플레이어들도 있다. 그런 분들이 와서 잠시 쉬었다 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렇게 만들었다."

▲노 대표는 룸즈에이엔 어두운 테마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 친구들과 와서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방탈출이 어느새 하나의 문화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방탈출이 일상탈출처럼 다가온다.

"마니아들은 테마를 경험하기 위해 전국으로 원정을 떠난다. 보통 여행 갔다가 방탈출을 하는 거라 생각하는데, 많은 마니아들이 방탈출을 하기 위해 여행을 가기도 한다.

방탈출을 하다 보면, 제한 시간 내 다른 생각을 안 하게 된다. 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다. 여기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만들어진다. 현실에는 풀리지 않는 문제가 너무 많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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