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립 임수열 대표 "쉴 때 뭐 하세요? 중국에서 축구 하실래요?"

입력 2019-09-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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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립은 에어비앤비 액티비티 버전…'핫한 플랫폼' 아닌 전 국민 서비스 되고파"

▲임수열 프립 대표가 8월 30일 서울 성동구 뚝섬로 헤이그라운드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주 52시간은 현대인에게 "오늘 퇴근 후 뭐하지?"라는 고민을 가져다줬다. 여가를 '알차게' 보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TV 채널을 돌리거나 게임을 하는 오후가 아닌 진짜 퇴근 후 삶을 누리고 싶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운 경험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임수열 '프립' 대표(33)는 이 고민에 주목했다.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은 '프렌트립'의 준말이다.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아웃도어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2030 직장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회원수만 74만1000명을 넘어섰다.

그에게도 프립은 도전이었다. 프립을 시작하기 전엔 스타트업을 컨설팅해주는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로도 활동했고, 소셜커머스 업체인' 그루폰 코리아'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서비스업'과는 거리가 있는 삶이었다. 하지만 삶의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그를 프립으로 이끌었다.

"제 인생을 돌아봤을 때, 지금까지 해온 게 별로 없더라고요. 경험의 폭이 좁았죠. 태국에 봉사활동 갔을 때 프랑스, 벨기에, 독일 친구들과 대화를 나눴어요. 그들은 문화 체험을 하기 위해 왔대요. 저는 공부해서 유학 가야 하나 고민하는 시점인데 말이에요.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태국에 왔다는 말에 황당했죠."

임 대표는 '패인킬러(Painkiller)'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걸 해결해줘야 비즈니스가 된다"라며 "사람들의 삶을 다양하게 채워주고 싶다. 그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워라밸'이라는 말도 예전엔 컨설팅에서만 쓰는 용어였어요. 하도 야근이 많으니까 평가 차원에서 시트를 채울 때 등장하곤 했죠. 예전엔 직장인들의 삶의 질이 좋지 않았고, 여유 시간이 생겨도 술만 마셨으니까요. 심각했죠. 사람에겐 경험이 정말 중요해요.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 문제를 풀고 싶어요."

다음은 임 대표와 일문일답.

- 프립과 '소모임' 앱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소모임은 동호회들이 동호회 더 잘 운영하기 위해 하는 서비스다. 저희는 동호회들이 쓰는 게 아니고 호스트들이 자기 액티비티나 여가활동 올리는 플랫폼이다. 오히려 에어비앤비 트립 버전과 더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임 대표는 "사람들이 주말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데 방법을 제시하고 도움을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에어비앤비나 소모임을 비롯해 다양한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이 있다. 프립에게도 이 점이 좋은 작용을 할 거 같다.

"저희는 경험에 대한 마켓플레이스를 지향한다. 누구나 제약 없이 여가를 상품처럼 구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가를 보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프립은 기존에는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이었다면, 지금은 여가에 대한 전반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 회사라고 말하고 싶다. '여가 컨설팅'까진 아니어도, 프립에서 사람들이 주말에 뭐할지 찾을 수 있도록 여가에 대한 전반적인 솔루션을 줄 수 있는 서비스가 되고 싶다."

- 프립의 시작을 설명한다면.

"처음엔 아웃도어, 운동 기반으로 시작했다. 사람들이 그동안 해보고 싶었어도 하지 못한 걸 연결해주고 싶었다. 버스 빌려서 다 함께 장호항으로 스노클링을 하러 갔는데, 신청 수가 엄청났다. '진짜 해보고 싶었다'라면서 몰려들었다. 그걸 시작으로 다양한 형태의 액티비티를 주말마다 운영했다. 지리산에 가고 싶어도 혼자 가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다. 거기서부터 출발한 거다."

- 처음엔 프립이 아웃도어를 기반으로 출발했지만, 이젠 여가 전반으로 확대됐다.

"2016년 3월 앱을 개편하면서 가볍게 일상에서도 할 수 있는 경험을 연결해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퇴근 후 일상을 커버하는 것까지도 확장한 거다. 맥주 만들어 먹고, 한강에서 카약 타고 노을 보는 것과 같은 활동들이 만들어졌다."

- 누구나 호스트가 될 수 있는 것인가. 나도 호스트가 될 수 있나.

"기자는 보도자료 쓰는 법 알려주는 강의의 호스트가 되면 된다. 보도자료 잘 쓰는 법을 가르쳐주면 되지 않을까. (웃음) 처음엔 아웃도어로 시작했어도 지금은 재능을 공유하는 호스트들이 더 많아졌다.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7시부터 10시까지, 퇴근 후 빈 시간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52시간에 맞춰 폭발적으로 성장한 거 같다."

- 2030 직장인 여성이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왜 그런 것인가.

"남성분들은 대체로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운동이나 여가 활동이 확실하게 있다. 축구를 하거나 농구를 하고, 함께 게임을 하는 식이다. 여성분들은 그런 기회가 적은 것 같다. 또, 다양한 걸 체험해보고 도전하는 데 있어서 여성들이 더 두려움이 없는 거 같다. 다양한 형태의 여가를 즐기는 서비스에선 남성 유저를 찾기 힘들다. 저희에게도 그게 이슈다."

- 프립에서 대박 난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2014년 달리기 러닝크루를 만들었다. 핫한 친구들을 모으고 싶었다. 그래서 만든 게 '가로수길 러닝크루'다. 마케터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또, 강원도 양양에 서핑숍이 3개 있을 때부터 시작했는데, 이제 40개가 넘는다. 어떻게 보면 액티비티를 선구했다고 감히 말씀을 드리고 싶다. (웃음)"

- 3명에서 출발했는데, 이제 직원 수만 32명이 넘는다. 이렇게 판이 커질 것이라 예상했나.

"지금도 자신은 없다.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자신이 있어서 시작한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여가는 늘어나는데 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는 모두가 고민하는 지점이니까. 예전에는 레저라는 영역이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쉬는 영역이었는데,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사람들은 레저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한다."

- 지역과 협업하는 서비스도 운영한다.

"예전에는 한 지역을 방문하면 지역의 스팟들을 돌아다니는 게 전부였다. 획일화된 여행들이 대부분이었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계획해서 모객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방송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기반으로 유튜브를 보면 되지 않나. 플랫폼이 바뀌고 있다. 지자체와 협업할 때도 이 부분에 주목한다. 산업의 구조가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바뀌고 있다. 고객층이 원하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여행을 짜는 거다. 서핑이 그랬다."

▲임 대표는 2030 직장인 여성의 이용률이 높은 것에 주목했다. 그는 "새로운 걸 도전하는 데 여성들이 더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프립이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 이후의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하고 싶다. 건강한 여행을 갈 수 있도록 말이다. 지금 회원이 74만 명을 넘어섰지만, 젊은 분들이 더 많다. 하지만 요즘 여가의 문제는 전 세대의 문제라는 걸 느끼고 있다. 더 다양한 연령층, 다양한 사람도 프립을 통해 체험하면 좋겠다. 단순하게 '핫한 애들이 쓰는 서비스'가 아니라 전 국민의 여가에 함께 하고 싶다. 지역 쪽으로나 나이 쪽으로나 확장하고 싶다."

- 프립이 다양한 형태의 여가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여행 프로그램은 계속 가져가야 할 거 같다.

"단순히 한 지역으로 여행을 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취미나 취향을 기반으로 한 여행을 떠나는 걸 돕고 싶다. 경험은 전이된다. 서울에서 축구를 하면 일상적인 풋살이 되지만, 중국에서 축구를 하면 여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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