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이사장 종신제’ 추진 논란…'제왕적 장기집권' 부작용 우려

입력 2019-09-05 14:00수정 2019-09-0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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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차훈 중앙회장 국회 방문후, '새마을금고법 개정안' 발의…노조 '장외투쟁' 예고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최근 정치권과 접촉한 이후 금고 이사장들의 연임 제한이 완화되는 법안이 발의됐다. 다가오는 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현행 이사장들은 최장 16년간 장기집권이 가능해진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이사장의 갑질이나 불법 등의 횡포가 여전히 남았는데도 되레 이사장 임기만 늘어나 ‘새마을금고 개혁’이 후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새마을금고 조합원들은 "이사장 권한이 더 막강해진다"며 반발했고, 노조는 장외투쟁을 예고한 상황이다.

5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박차훈 회장은 지난 2일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과 나경원 원내대표와 비공개로 면담을 진행했다. 이 의원은 새마을금고중앙회 상위 기관인 행정안전위원회의 간사다. 상임위 간사와 원내대표와 회동한 것을 두고 박 회장이 이사장들의 연임 제한을 풀기 위해 정치권에 입법 로비를 시도하는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러한 소식을 전해 들은 한국당 한 관계자는 ”그 자리에 직접 간 것은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새마을금고 이사장 연임 제한과 관련해 법안 통과를 촉구해달라는 얘기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최근 들어서 부쩍 행안위 위원들과 자주 접촉했다. 행안위 소속 민주당 한 관계자도 ”한 달 전부터 박 회장이 위원장을 비롯한 의원들과 만나고 있었다. 주로 이사장 연임에 관한 내용“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박 회장이 국회에 자주 다녀간 뒤, 이사장 연임 제한을 풀어주는 법안이 발의됐다. 행안위 위원장인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4일 대표 발의한 법안을 보면 ‘제20조 임원의 임기’를 개정해 총회 의결이 있을시 1회에 한정해 추가로 연임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사장들은 최장 16년 동안 재임이 가능하게 된다.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은 8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새마을금고중앙회 본부에서 가진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지역 이사장들의 갑질 문제에 대해 “전국 1307개 새마을금고 수장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조직 혁신을 통해 신뢰받는 금융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박 회장은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의원들과는 인사차 만나는 자리였다“라면서 법안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선 언급한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박 회장은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농협과 산림조합은 임기 제한이 없는데, (새마을금고만) 일관성이 없다는 부분에 대해서 아쉽다라고만 얘기했다“고 밝혔다.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연임 제한 폐지는 박 회장의 당선 공약 중 하나다. 현행법은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2회만 연임할 수 있다. 임기가 끝나지 않는 이사장들의 폐단이 심해지면서 마련된 일종의 견제장치인 것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형평성을 이유로 연임 제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유사한 협동조합인 농협과 산림조합의 조합장이 연임 제한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해 8월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사장의 연임 제한을 푸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에서 의결조차 되지 않고 계류 중이다. 새마을금고 조합원들의 반발이 컸고, 이 때문에 행안위 내부에서도 의원들의 의견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위원장이 행안위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했는데, 우리 쪽에선 강하게 반대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혜숙 의원이 새마을금고법을 새로 발의하면서 가능성이 없어 보이던 이사장의 임기 제한 폐지도 가시권에 들어오게 됐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9월 국회에선 의원들의 의지가 많이 떨어질 시기“라며 ”특히 위원장이 발의한 법안인만큼 날치기로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희동 전국새마을금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사장들의 권력을 막기 위해 노력했는데, 유사한 법안이 발의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라며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해 국회를 방문해서 성명을 발표하고 노조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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