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는 없지만 닭 튀기는 사람 닮은 로봇은 있다

입력 2019-09-05 08:00수정 2019-09-05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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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튀긴 치킨 기름까지 털어내는 섬세함 갖춰

▲Doosan Collaborative Robots3. (자료제공=두산로보틱스)

흔히 ‘로봇’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는 먼저 어릴 때 TV로 보던 태권V가 떠오른다. 또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겉은 사람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내부는 기계와 엔진으로 가득한 로봇도 스쳐 지나간다.

앞으로 수십 년 후에는 얼마나 많은 로봇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을까.

5일 협동로봇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두산로보틱스에 따르면 앞에서 언급한 모습의 로봇이 도래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사람을 닮아가고 있는 것을 확실하다.

두산로보틱스가 개발한 ‘협동 로봇’은 마치 사람의 팔을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팔의 마디를 여러 개 붙였고 마디마다 관절을 집어넣어 로봇답지 않게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움직임이 꽤 자연스러워 뱀을 연상케도 한다. 이 로봇은 사람을 도와 조립이나, 접합 같은 작업이 가능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치킨을 튀기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대구 동성로의 한 치킨집은 최초로 치킨을 튀기는 데 두산 협동 로봇을 도입했다.

부엌 한편에 자리 잡은 로봇들이 반죽을 끝낸 치킨이 담긴 바스켓을 집어 들어 기름통에 넣는다.

정해진 시간을 튀긴 후엔 다시 그 바스켓을 집어 들었다. 협동 로봇에는 닭의 부위별로 튀기는 시간을 다르게 설정해 모든 부위를 잘 익히도록 프로그래밍이 돼 있었다.

▲치킨을 튀기는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자료출처='두산픽처스' 유튜브 캡처)

놀라운 점은 로봇이 다 튀긴 치킨을 들어 올릴 때였다. 협동 로봇은 닭이 든 바스켓을 그냥 옮기지 않았다. 기름기를 여러번 툭~ 툭~ 털어내며 다른 자리로 옮겼다. 튀긴 후에 기름까지 쏙 빼내는 섬세한 모습이 꼭 사람을 닮았다.

치킨 업계 사람들은 협동 로봇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하는 것보다 규칙적이고 꼼꼼하게 튀겨 치킨 맛 자체가 훨씬 담백하고 좋아졌다”고 말한다.

또 로봇의 도움으로 힘든 일을 덜고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치킨집은 무한리필로 운영되는 치킨집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양의 닭을 튀겨야 했다. 협동 로봇은 주인을 대신해 기름을 온 몸에 맞으며 궂은일을 묵묵히 하고 있었다.

치킨집 관계자는 “치킨을 오랜 시간 튀기는 게 너무 고된 일인데 로봇이 대신해줘 고맙다”며 “로봇이 큰 공장에서만 일손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에도 함께한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두산의 협동 로봇이 이렇게 우리의 생활에 스며든 건 로봇이 가진 큰 단점을 보완한 덕분이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은 위험하고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두 가지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두산 로보틱스의 협동 로봇은 이런 요소를 모두 없앴다.

‘토크 센서’라는 기술을 통해 사람과 부딪히면 저절로 멈춰, 사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 기술 덕분에 안전 펜스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 작업 공간을 절약하는 효과가 생겼다.

산업용 로봇처럼 공장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도 큰 도움을 주게 된 것이다.

▲달콤커피 로봇카페 ‘비트’. (자료제공=달콤커피)

협동 로봇은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두산 로보틱스는 다인 로보틱스와 함께 협동 로봇을 활용해 광화문 ICT 체험관 로봇카페에서 음료 제조 및 서빙 시연을 보였다. 로봇 바리스타인 셈이다.

한 로봇업체는 대학교에서 무인로봇카페를 이미 운영 중이다. 또한 협동 로봇은 학교에서 아이들의 교보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보통 로봇을 신기해하면서도 쉽사리 만지기는 어려워한다.

그러나 두산 로보틱스의 협동 로봇은 전국기능경기대회에 경기용 로봇으로 선정될 정도로 안정성과 편의성이 검증됐다.

미국 벤처캐피털 리서치 회사인 루프벤처스는 2025년 세계 협동 로봇 시장 규모가 1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년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여준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협동 로봇이 십 년 후에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 사람들과 마주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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