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맞아요 그 '미저리'…쫄깃함에 더해진 재미 한 스푼

입력 2019-08-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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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김상중과 '손예진 엄마' 길해연 열연 돋보여

▲연극 '미저리'에서 배우 김상중과 길해연이 열연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그룹에이트)
"그 미저리 맞아?"

연극 '미저리'를 봤다고 하면 사람들은 대개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맞다. 광적인 집착의 상징이 된 그 미저리를 연극으로 만났다.

우리는 집착이 심한 사람을 미저리라고 칭한다. 스티큰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미저리' 속 미저리는 인기 소설가에 대한 열성 팬이었고, 광적인 집착을 보여줬다. '사생팬'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 캐릭터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연극 '미저리'는 지난해 2월 초연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무대에 세워졌다.

폴 셸던(김상중 분)은 '미저리'라는 이름의 주인공을 내세워 대중 소설을 쓰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셸던은 시리즈의 완결판을 마치고 다른 작품을 쓰기 위해 산속의 한 마을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눈보라를 만난다. 눈길에 차가 미끄러져 사고를 당하는데, 그의 '광팬'이자 간호사 출신 애니 윌크스(길해연 분)의 도움으로 구사일생한다.

정신이 돌아온 셸던이 있는 곳은 애니의 집이다. 이 집은 소설과 영화 그리고 연극의 배경이 된다. 애니는 정신이 없는 셸던을 자신의 집, 그리고 방 안에 가둔다. 진통제와 음식만을 제공할 뿐인데, 양 다리를 쓸 수 없는 셸던은 애니의 도움 없인 음식조차 먹을 수 없는 상황임을 잘 안다. 그래서 저항하지 않는다. 하지만 애니의 통제가 심해지고 셸던을 지배하려는 욕망이 강해지자, 셸던은 탈출을 감행한다.

'미저리'의 관전 포인트는 배우들의 연기, 회전 무대다. 김상중의 연기는 능청스럽다. 때로는 '그런데 말입니다'와 비슷한 톤의 대사를 치기도 해 관객석에선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목숨이 위태로워 질 때 그는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보인다.

그의 연기를 이끌어낸 길해연의 열연도 단연 눈길을 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선 손예진 엄마로, '봄밤'에선 한지민 엄마로 나왔던 그가 '엄마'가 아닌 한 남자에게 집착하는 여성으로 변신했다. 그가 허스키한 목소리로 집착과 광기를 표현할 때면, 섬뜩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당신의 넘버 원 팬이에요."라는 달콤한 말도 길해연을 통해선 공포 그 자체다.

황인뢰 연출의 섬세함이 돋보였다. 연극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을 넓게 썼다. 360도 도는 무대를 활용해 방에서 부엌, 거실, 복도로 이어지는 동선이 어색하지 않다. 여름철 '호러물'은 아니다. 대신 쫄깃하고 신선하고 유쾌한 '미저리'를 만날 수 있다.

셸던 역에는 김상중 안재욱, 애니 역에는 길해연 김성령이 더블 캐스팅됐다. 오는 9월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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