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간다] 활활 타오른 DHC vs 미지근한 한국콜마…불매운동 '온도 차이' 나는 까닭

입력 2019-08-13 17:48수정 2019-08-14 09:30

▲명동에 있는 올리브영은 DHC 제품이 있던 공간을 다른 상품으로 채웠다. (홍인석 기자 mystic@)

"DHC 제품이요? 지금은 없어요."

13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중구 명동의 국내 핼스앤뷰티(H&B) 가게에서는 DHC 제품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찾는 손님들도 드물다고 했다. 올리브영은 12일부터 DHC 제품 노출을 최소화하라는 지침이 내려졌고,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랄라블라는 발주를 중단했다. 롯데가 운영하는 롭스 역시 DHC 제품 진열을 중지한 상태다. 매출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찾는 제품 있어요? 몇 개 드릴까요?"

'불매운동 리스트'가 만들어져 인터넷에 돌고 있지만, 한국콜마 제품은 화장품 가게 진열대를 채우고 있었다. 기자가 찾는 대다수의 화장품이 모두 있었다. DHC처럼 불매운동 대상에 포함됐지만 많은 소비자가 제품을 찾는다는 게 직원의 전언이다.

일본 DHC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거세게 진행된 데 비해 한국콜마는 상대적으로 잠잠하다. 제조업자개발생산(ODM)ㆍ주문자위탁생산(OEM) 방식 특성상 제품을 특정하기가 어렵기 때문.

두 회사는 현재 주요 불매운동 대상이다. DHC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DHC 텔레비전 시사 프로그램 ‘진사 도라노몬 뉴스’에서 한국에서 진행 중인 일본 불매운동을 비하했다. 또 "일본인이 한글을 통일시켜서 지금의 한글이 됐다"라며 역사 왜곡도 서슴지 않았다. “한국이 독도를 무단으로 점유했다”라는 망언도 나오자 한국 소비자들은 즉각 불매운동에 돌입했다.

한국콜마는 직원 조회에서 극보수 성향의 유튜브 영상을 틀어 논란이 됐다. 해당 영상에서 "아베는 문재인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라거나 "베네수엘라의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고, 곧 우리나라도 그 꼴이 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때문에 ‘불매운동 리스트’가 만들어졌고, 윤동한 전 한국콜마 회장은 11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국콜마 '불매운동 리스트'에는 네이처리퍼블릭 제품도 2개 있다. 명동에 있는 네이처리퍼블릭에는 해당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출처=네이처리퍼블릭 홈페이지 캡처 )

국내 H&B 업계는 DHC가 논란의 대상이 되자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이전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일본 불매운동을 한 달 넘게 지속하면서 실제 매출이 떨어지는 업체도 나오지 않았느냐”라면서 “빠르게 조처하는 것이 브랜드 이미지나 매출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업계의 조처를 지지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박주운(25) 씨는 "한일관계가 나빠졌다고는 하지만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을 비하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라며 "올리브영이나 랄라블라, 롭스가 DHC 제품을 빼는 강수를 둔 것은 잘한일"이라고 평가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DHC코리아는 급기야 김무전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냈다. 이번 '혐한 방송' 관련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점을 사과한다고 했다. 또 입장발표가 지연된 점에서도 사과했다. 문제가 되는 발언에 대해 DHC 코리아는 동의하지 않으며, 모든 비판을 달게 받겠다는 내용도 넣으며 고개를 숙였다. 거센 불매운동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대개 '제조회사'가 아닌 '화장품 브랜드'를 보고 물건을 산다. 제조회사가 작게 표기돼 찾기도 어렵다. (홍인석 기자 mystic@) (홍인석 기자 mystic@)

반면 한국콜마는 불매운동의 영향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미샤, 에뛰드 하우스 등 국내 화장품 가게에서는 한국콜마가 제조하는 화장품 상당수가 판매에 지장이 없는 실정이다. 일부 판매되지 않은 상품도 있었지만, 인기가 없어 더는 판매하지 않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명동의 한 화장품 가게 직원은 “한국콜마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고 있어도 현재 관련 상품은 잘 팔리고 있다”라면서 “명동의 주 소비자층이 중국, 일본인이기도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도 가리지 않고 물건을 사간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콜마 불매운동이 DHC에 비해 주춤한 것은 '특정 브랜드'가 아닌 ‘제품들’이라는 특성 탓이다. DHC처럼 브랜드는 해당 제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되지만 한국콜마는 브랜드가 아니라서 특정 제품, 브랜드를 꼽을 수가 없다.

한국콜마가 제조하는 화장품의 양도 적지 않다. 2015년에 발표된 KTB투자증권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한국콜마의 시장점유율은 36%다. 시중에 판매되는 화장품의 상당수가 한국콜마에서 나온다.

명동에서 만난 이지우(28‧가명) 씨는 “한국콜마가 어떤 제품을 만드는지 알 수도 없고, 리스트를 들고 다니면서 물건을 확인할 수도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이 씨는 또 “마스카라나 틴트는 제조회사를 확인하기도 어렵고, 화장품을 사는 사람들이 브랜드를 보지 제조회사를 보고 결정하지는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불매운동 리스트'에 포함된 제품이지만 잘 팔리고 있다고 한다. 관계자는 "큰 영향 없다"고 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화장품 업체가 제조사를 바꾸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자체시설이 없는 중소업체는 한국콜마의 기술을 이용한 제품을 생산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DHC처럼 불매운동의 효과나 업계의 신속한 반응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대부분의 제품을 자체 생산하고 있고, 일부 제품에 한해서 한국콜마 등 외부업체와 거래하고 있다"라며 "현재 제조사를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진 않다”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ODM, OEM 회사마다 역량이나 기술이 달라 대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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