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는 늘고, 입주는 줄고… 서초구 전셋값 '뜀박질' 이유 있었네

입력 2019-07-25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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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3600채 재건축 이주…이사 수요 몰리며 전세 품귀

“전세 물건이 없으니깐 가격이 오르는 거죠. 아파트 재건축 때문에 이주해야 하는 이곳 일대 주민들이 갑자기 많아졌는데 때맞춰 전세 물건이 나오진 않으니깐요. 올해 초와 다르게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높여 부르기 유리해졌어요.” (서울 서초구 반포동 R공인 대표)

서울 서초구 아파트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다. 재건축 이주 수요가 몰리면서 전셋값이 들썩이고 있다. 전세시장 불안은 동작구 등 인근 지역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2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셋째주 상승(0.04%)으로 돌아선 뒤 4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주에는 0.12% 올라 서울 25개 자치구 중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실제로 서초구에선 최근 몇 달 새 전셋값이 1억~2억 원 넘게 오른 단지가 적지 않다. 반포동 반포힐스테이트 전용면적 84㎡는 지난 4월 11억 원에 거래됐으나 이달 들어 전세보증금 12억40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을 내는 조건으로 계약이 이뤄졌다. 인근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97㎡는 전셋값이 최고 12억 원으로 3개월 전보다 2억 원 넘게 올랐다. 반포 자이 전용 84㎡도 이달 11일 저층(4층)인데도 12억 원에 거래됐다.

(자료=한국감정원 통계)

서초 구 전셋값 상승은 재건축 이주 수요가 입주 물량을 압도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잠원동 신반포13차(180가구)가 이달 29일부터 3개월 동안 이주한다. 방배동 신동아아파트(493가구)도 늦어도 9월에 이주에 나설 예정이다. 서초동 신동아아파트(893가구) 역시 8월 또는 9월 중에 이주를 시작할 전망이다. 또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120가구)도 오는 10월부터 6개월간 이주 일정이 잡혀 있다. 올해 하반기에만 서초구에서 3600여가구의 이주 수요가 발생하는 셈이다.

여기에 300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신반포4지구(옛 한신4지구)도 내년 3월 이주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났다. 반면 올해 서초구 입주 물량은 770여가구에 불과하다.

이주 수요 대부분은 인근 서초·강남·동작구 등으로 거주지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반포동 A공인 대표는 “서초구 주민들은 생활 환경이나 자녀 학교 등을 고려해 이곳에 머물던 사람들이라 멀리 이사 가지 않는다”며 “이번 재건축 이주자들도 원래 살던 곳 주변 전셋집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동작구 흑석동 흑석뉴타운 일대 전셋값이 꿈틀대고 있다. 흑석동 한 공인중개사는 “인근 재건축 이주 수요로 전셋값이 반등할 기미가 나타나자 흑석동 일대 아파트 전세 물건이 귀해졌다”며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새 아파트 공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주 수요가 본격 가세할 경우 서초구와 주변 일대 전세시장은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재건축 이주 수요에다 금리 인하 영향까지 겹쳐 서초구를 중심으로 한 주변지역 아파트 전셋값 상승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금리가 낮아지면 전세자금 대출 금리도 떨어져 전세 수요는 늘어나는데 반해, 전세금을 굴려 얻는 이자수익이 낮아지는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되레 공급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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