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조원태-강성부, 누가 이길까

입력 2019-07-0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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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2부장

한진그룹을 둘러싼 지분 경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한 KCGI,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펀드는 고 조양호 회장 일가의 일탈 행위에 대한 사회적인 비판이 극에 달했던 작년 11월쯤 지분 매입을 단행했다. 그리고 지난 6월까지 8개월간 꾸준히 한진칼 주식을 사 모았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일 것 같았던 이번 딜은 최근까지도 강성부 펀드가 선전했다. 강성부 펀드와 한진칼 최대주주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율 차이는 2%포인트 미만으로 줄었다. 조원태 신임 한진그룹 회장(2.34%)과 조현아(2.31%), 조현민(2.30%) 등의 지분을 합쳐도 강성부 펀드를 압도한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 사이 주가는 무려 60% 이상 올랐다. 지분 경쟁이 붙었다는 재료가 시장에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결과다.

주가 상승은 조원태 회장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요인이었다.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으려면 거액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주가가 오를수록 금액은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은 해외 대형 항공사인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다고 밝히면서 급변했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조인트벤처(합작사)인 관계다. 항공사의 조인트벤처는 두 회사가 공동으로 운임과 스케줄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고 수익, 비용을 배분하는 한 회사에 가까운 매우 강한 수준의 협력 단계이기 때문에 델타는 당연히 조원태 회장의 ‘백기사’로 여겨졌다. 수개월간의 싸움은 여기서 끝난 것일까. 사실 이번 경쟁은 누가 이기느냐 지느냐의 문제는 처음부터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행동주의 펀드는 경영권 획득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행동주의 펀드가 원하는 것은 고배당 등의 주주친화정책을 얻어내는 것이지, 회사를 대신 경영하는 게 아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전형적인 사건은 미국의 ‘허벌라이프’ 경우였다.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빌 애크먼은 건강기능식품 판매사인 허벌라이프가 다단계 회사라며 주식을 공매도했다. 공매도가 많아지면 주가는 하락하고 회사는 곤경에 처한다. 따라서 공매도자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회사를 구한 건 회사 관계자도, 우호 주주도 아닌 헤지펀드 매니저인 댄 롭이었다. 그는 빌 애크먼의 주장이 틀렸다며 주식을 매집해 회사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했다. 그러자 국내에도 잘 알려진 칼 아이칸과 조지 소로스 등이 댄 롭 편에 서면서 빌 애크먼의 시도는 무산되고 만다. 빌 애크먼이 원했던 것은 처음부터 경영권이 아니었다. 그것은 백기사였던 댄 롭이나 칼 아이칸, 조지 소르스 등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원했던 것은 주가 차익과 배당 등의 금전적인 이득이었다.

해외사례와 행동주의 펀드의 일반적인 패턴으로 볼 때 당장은 강성부 펀드가 엑시트할 명분은 없다. 주가는 상승했지만, 나중에 만들어진 펀드는 30%가량의 손실을 보고 있다. 초기 투자자들은 ‘대박’이지만, 나중에 들어간 투자자들은 ‘쪽박’인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고 절망할 상황도 아니다. 델타가 ‘백기사’로 등장했지만, 이들이 계속해서 백기사 역할을 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는 앞으로 치열한 ‘여론전’ 혹은 ‘노이즈 마케팅’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침묵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어디로 움직이느냐, 잠재적인 백기사나 흑기사의 마음을 어느 편이 사로잡느냐에 따라 상황이 또 바뀌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펀드가 수없는 소송을 제기하고 보도자료를 내는 것은, 분명 회사의 잘못된 부분도 있지만 이런 여론전의 성격을 가진다.

그 과정에서 조 회장과 강성부 펀드 간의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조 회장은 최근 “강성부 펀드가 찾아온다면 만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강성부 펀드의 만기가 14년이기 때문에 끝까지 버틸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이는 잘못된 분석이다. 펀드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목표 수익률이 도달했을 때 먼저 상환하는 소위 ‘조기 상환’이고, 이는 강성부 펀드도 예외일 수는 없다.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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