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대학] 중앙대학교 - '카우버거' 아시나요?

입력 2019-07-05 17:55수정 2019-07-0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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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란 공간에는 그때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변치 않을 것만 같은 것들이 있다. 제목은 [요즘대학]이지만, 과거에도, 요즘에도 언제나 모교에서 우리를 기다리며 추억을 선물해 줄 변치 않을 것들을 찾아서.

(김정웅 기자 cogito@)

기자는 이 학교를 나왔다.

아싸라서 그런가. 7년을 다닌 학굔데도 왜 들어가는 것만으로 왜 이렇게 위축되는 기분이 되는 것인지...

(김정웅 기자 cogito@)

◇경영경제관, 중앙도서관

이 학교에서 가장 좋은 건물은 그냥 봐도 크기부터가 압도적인 100주년 기념관 및 경영경제관이다. 2018년에 맞을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2016년에 미리 문을 연(?) 특이한 이력을 가진 건물이다.

보통은 경영경제관 내지는 건물 번호를 따 310관이라고 불린다. 대학 단일 규모 건물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건물이라고 한다.

이 건물 설명은 이게 다다. 그냥 들어갔다 나올 거면 뭐하러 갔냐고? 분량도 좀 비고 그냥 새 건물 멋있길래 한번 들어가 봤다.

(김정웅 기자 cogito@)

이건 중앙도서관. 이 도서관에는 좀 특별한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이 자리에 있던 구 중앙도서관은 완공 당시 동양에서 가장 큰 대학교 중앙도서관(예전부터 ‘최대’라는 타이틀을 좋아하는 학교인듯 하다)이었다고 한다.

역사가 제법 되는 학교다 보니 도서관 건물이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있어 서울시에서 근대 건축문화재로 지정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래서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에 재빨리 손을 써(?) 전체 리모델링을 실시했다고 한다. 옛 도서관의 흔적은 최상단의 시계탑에만 남아있을 뿐이다.

(김정웅 기자 cogito@)

◇카우버거

이 학교엔 좀 헛웃음을 자아내는 자랑거리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대학교 내에 맥도날드가 있다는 사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냐고? 그냥 그렇다는 거다.... 자주 혼자 밥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우수한 자랑거리인지 알아줄텐데….

심지어 이것과 관련한 자랑거리가 하나 더 있기까지 하다. 세계 최강의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의 아성에 맞서는 ‘대학교 자체 브랜드 패스트푸드점’이 있다는 사실. 이건 헛웃음 아니고 진짜 자랑이 맞다! 바로 카우버거! 아까 가장 큰 건물이라는 310관 지하 4층에 있다.

‘아니 어떻게 학교를 상징하는 학식이 햄버거가 될 수가 있냐’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보시다시피 카우버거의 카우는 'COW'가 아니라 'CAU'인데 학교의 영문명인 ‘C’hung-‘A’ng ‘U’niversity의 약어다. 아예 학교의 이름이 브랜드에 붙어있을 뿐 아니라, 맥도날드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니 학교의 상징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학식이다.

(김정웅 기자 cogito@)

맛은... 사실 기자는 학교 다닐 때도 맥도날드를 더 좋아했었다. 특히 감자튀김은 괜히 시켰던 거 같다(다행히 롯데리아 감자튀김보다는 맛있다). 세트메뉴 할인도 없어서 안 시켜도 되는 것이었는데, 맥도날드에서 사올 걸…. ‘카우버거파’ 학생 중에는 카우버거가 더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솔직히 인정할 수 없다.

카우버거의 진가는 가격에 있다. 햄버거 단품 기준 1100~3200원의 가격대. 맥도날드 햄버거와 비교해도 비슷한 크기의 햄버거여서 ‘혜자’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가성비를 자랑한다. 원래 대학생은 돈이 없는 게 당연한 것이고, 때문에 학식에서 정말 중요한 요소는 가격이기 때문에 카우버거는 맛없다고 저평가 받을 수 없는 학식이 틀림없다.

기자가 취재한 학생들 사이에서도 맥도날드파와 카우버거파는 자웅을 겨루었다. 사회학과 3학년 A 씨는 "일반적으론 맥도날드가 더 맛있는데, 하필 중앙대점은 별로 맛이 없어서 카우버거를 더 좋아한다"라고 말했고, 도시공학과 3학년 B 씨는 "더 맛있어서 당연히 맥도날드"라고 말했다.

(김정웅 기자 cogito@)

◇청룡탕

정식 명칭은 '청룡 연못'이다. 근데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고, 이걸 ‘청룡탕’이라고 부르더라. 왜 멀쩡한 ‘연못’이란 이름 놔두고 이걸 ‘탕’이라고 부를까? 다들 보자마자 직감적으로 알았겠지만 ‘들어가기’ 때문에 탕이다.

수질이 사진에서 보이는 저 수준인 데도 옛날에는 여기에 빠트리거나 자진해서 들어가는 학생들이 실제로 있었다. 많은 학교의 연못에 있는 이야기지만, 빠지면 에이즈 빼고 다 걸린다는 흉흉한 소문이 있다.

들어가지 말라는 팻말이 앞에 붙어있는데, 소용없다. 영화 ‘기생충’에서 “소변금지라고 붙여놓으면 이상하게 더 오줌싸고 싶은게 사람 심리라니까”라는 대사가 있다. 확실히 들어가지 말라고 해놓으니 더 들어가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인 것 같다.

근데 이거 다 옛날 얘기다. 요즘 학생들한테 물어보면 3월에 '어쩌다 가~끔' 그런 일이 있기는 한다는 것. 문예창작과 2학년 C 씨는 "그러면 경찰서 가는 거 아닌가요?"라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운데 청룡이 휘감고 있는 지구 안엔 창립자 임영신 박사가 남긴 소중한 보물이 들어있다고 한다. 한국의 역사를 바꿀 보물이 들어있다는데, 대개는 문화재급 가치를 가진 사료가 들어있을 것이라고들 추측하고 있다.

(김정웅 기자 cogito@)

◇빼빼로 광장, 키스로드

친구와 놀만 한 곳들을 소개해보자. 이곳은 '빼빼로 광장'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름의 유래는 조명이 빼빼로 같이 생겼기 때문. 여기서 치킨도 먹고 맥주도 마시고.... 아, 이제 교내에선 술을 못 먹는다. 학교에서 술을 못 마시면 무슨 재미인가 싶지만… 아무튼 뭐 학우들끼리 사교를 도모하는데 주로 쓰이는 장소다. 캠퍼스의 낭만이라고 할까.

(김정웅 기자 cogito@)

이곳은 중앙도서관을 언덕에 나 있는 가느다란 길이다. 일명 ‘키스 로드’라고 불리는 곳이다. 아니, 불렸던 곳이다. 요즘엔 이런 이름이 사라졌는지, 재학생들 대부분이 길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학교란 공간은 기억 속엔 영원히 그대로인 듯 하면서도, 다시 보면 어딘가 조금씩 달라져있는, 옛 연인 같은 것인가보다.

이름의 유래야 당연히 그 키스가 맞는데 왜 붙었는지가 좀 불분명하다. 연인이 걷고 나면 ‘키스를 하는 길’이라서 라는 설도 있고, ‘연인들이 앉아서 키스를 자주하는 길’이라서라는 설도 있다.

“뭐야 왜 같이 걸었는데 키스 안됨?? 쒸익쒸익”이라거나 “나는 한 번도 여기서 키스 안 해봤는데!”라고 하실 독자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곰곰이 잘 생각해보시라. 이 길은 애초에 키스가 성공할 사람이 방문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으실 것이다.

(김정웅 기자 cogito@)

◇터방내

학교 내 시설은 아니지만, 이거야 말로 이 학교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다. 1983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진짜 옛날 다방형식으로 된 커피 전문점이다.

내부는 좁지만 매우 분위기 있게 꾸며져 있다. 아주 아주 오래된 다방이어서, 듣기로는 이곳에서 민주화운동을 모의하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한다. 아니, 그런 수준이 아니라 터방내 사장님에 따르면 당시엔 바로 앞에까지 최루탄 연기가 자욱하던 때도 있었다고 한다.

기이하게도 이 당시엔 방학일수록 더 장사가 잘됐다는데, 학기 동안은 학생운동을 하느라 수업을 못 채운 학생들이 계절학기를 듣는 경우가 많아서 그랬다고 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교수님들이 많이 있었다. 몇 십 년된 단골손님도 있고 아예 '터방내 모임'으로 은퇴 이후까지 자주 방문하시는 교수님들도 계시다고.

(김정웅 기자 cogito@)

이렇게 오붓하게 앉을 수 있게 돼 있어서 신입생한테 작업 걸기가 참 좋은…. 아니. 이게 아니라, 아무튼 남녀가 시간을 보내기 매우 좋은 곳이니, 정 키스가 하고 싶다면 키스 로드 말고 차라리 여길 자주 와서 맘에 드는 이성과 친분을 돈독히 쌓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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