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 독서산책] 고모리 시게타카 ‘후지필름, 혼의 경영’

입력 2019-06-30 18:44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역사가 된 필름 시대, 후지의 생환기

필름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뇌리에는 두 가지 브랜드가 뚜렷이 남아 있다. 하나는 코닥이고 다른 하나는 후지필름이다. 난공불락의 요새였고 필름의 역사 그 자체였던 코닥은 2012년 파산하고 말았다. 그러나 후지필름은 생환에 성공한 것은 물론이고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위기의 순간에 회사를 맡아서 성공이란 과실을 거둔 주인공인 고모리 시게타카 후지필름홀딩스 회장의 ‘후지필름, 혼의 경영’은 후지필름 성공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참고로 그는 2003년 대표이사 사장 겸 CEO에 취임했고, 2012년부터 대표이사 회장 및 CEO를 맡고 있다.

그가 회사를 맡았던 때는 사진 필름 시장이 10분 1로 축소된 상황이었다. 쉽게 말해 주력 상품의 매출이 10분의 1로 떨어진 상태에서 출구를 찾아내야 할 사명이 그에게 주어졌다. 이런 위급한 상황이 되면 책임을 맡은 지도자 한 사람에 따라 회사가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한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리더의 역할을 이렇게 말한다. “1인자는 ‘진검의 승부’, 2인자는 ‘죽도의 승부’를 행한다. 진검의 승부에서 패하는 것은 곧 죽음을 뜻한다.” 조직의 1인자와 2인자가 짊어지는 무게감은 크게 차이가 난다. 2인자는 피할 수 있는 출구가 있지만 1인자는 그렇지 못하다.

리더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그 자체가 고스란히 그의 삶에 반영된다. 세상은 도대체 어떤 곳인가. 어떻게 세상살이를 바라봐야 하는가. 각양각색의 의견이 나올 수 있겠지만 저자의 핵심 단어는 ‘전쟁’이다. “최고경영자가 지는 것은 회사가 지는 것과 같다. 자기 자신도 끝이지만 회사에도 피해가 간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이기는 방법을 필사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가 CEO로 취임한 이후에 세 가지, 즉 철저한 구조 개혁과 새로운 성장 전략의 구축, 연결 경영 강화 방침을 내세워 개혁을 추진한다. 2003년 CEO에 취임하고 나서 2004년 2월 중기 경영 계획 ‘VISION 75’를 발표한다. 여기에 위의 3가지 기본방침이 담겨 있다. 이 방침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임직원들이 파워 업과 동기 부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는 이 방침을 발표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절박감을 이렇게 직원들에게 알렸다.

“현 상황을 도요타로 예를 들면, 자동차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 사진 필름의 수요가 점점 줄어드는 지금 우리는 이와 같은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태를 정면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의 위기 극복 전략은 대단히 치밀하였다. 그는 CEO가 되기 이전부터 기술 개발 부서의 최고책임자에게 후지필름의 기술 재고 조사를 지시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사회의 필요와 비교해볼 것을 지시하였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모든 위기 극복의 출발점은 엄정한 자기 평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1년 6개월 정도 시간이 경과한 다음에 나온 것이 ‘4분면 지도’였다. 가로축에는 현재의 기술과 미래의 기술이 표시되어 있고, 세로축에는 현재의 시장과 미래의 시장이 정리되어 있었다. 이 지도는 후지필름의 위기를 넘어서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는 지도 또는 나침판 역사를 톡톡히 담당하게 된다.

그는 이 지도를 기초로 주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임직원들과 힘을 모은다. 기존 기술로 기존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없는가. 새로운 기술로 기존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없는가. 기존 기술로 새로운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없는가. 이 같은 탐구 과정에서 그는 후지필름이 어떤 기술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 기술로 시장의 니즈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이렇게 해서 의약품 산업 진출이 단행된다.

위기탈출법으로부터 시작해 리더십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현실적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는 귀한 책이다. 공병호연구소장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