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요즘 TV봐? 유튜브, 넷플릭스 안 깔았어?

입력 2019-06-2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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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학번 : 요즘엔 모여서 술 안 먹니?

19학번 : 네. 안 먹어요. 노잼.

09학번 : 그럼 너네는 뭐하고 놀아?

19학번 : 집에서 그냥 ‘유튜브’ 켜놓고 맥주 마시죠. 선배님 혹시 양팡 아세요?

09학번 : (충격) 아니, 우리 때는 말이야…. (←세대차이의 나쁜 예)

술을 안 먹는 건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 그렇게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충격의 포인트는 집에 가면 ‘TV’가 아닌 ‘유튜브’를 킨다는 것. 영상 미디어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난 것이다.

▲TV가 저물어 간다는 사실은 이제 놀라울 일도 아니다. (게티이미지뱅크)

◇TV의 몰락

음악방송 TV채널 MTV의 개국. 더 버글스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의 뮤직비디오가 송출되며 이 방송국은 문을 열었다. 이제 듣기만 하는 라디오 방송 정도는 TV가 대체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상징하는 노래. 이때가 1981년이었다. 정말로 라디오는 일부 수요층만 유지한 채 TV에게 순식간에 주도권을 넘겨주었다.

‘Mobile killed the TV star’. 영광의 시대를 뒤로 하고 TV의 권좌도 무너지고 있다. 우리 모두가 손에 쥔 작은 단말기가 미디어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7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매체’를 묻는 설문에서 이미 2015년에 스마트폰은 46.4%로 1위에 올라서며 TV(44.1%)를 넘어섰다. 가장 최근 조사 결과인 2017년의 경우 스마트폰은 56.4%, TV는 38.1%를 각각 기록하며 격차는 더 벌어졌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이같은 흐름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 자명하다. 같은 조사의 연령별 통계에서 스마트폰이 가장 필수적인 매체라고 응답한 이들이 10대는 78.8%(TV 11.6%), 20대는 84.2%(TV 9.8%), 30대는 79.5%(TV 14.1%)로 각각 나타났다.

젊은 사람들은 TV프로그램을 거의 안 본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대체 10대, 20대, 30대는 무엇을 시청한단 말인가.

◇유튜브... 독보적 대세

2019년 기준, 전 세계 사용자 19억 명, 하루 전 세계 이용시간 10억 시간 돌파. 우리 시대 압도적 대세인 영상 플랫폼이 유튜브라는 것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제 10대, 20대가 네이버 검색 대신 유튜브 영상으로 정보를 검색한다는 이야기는 너무 보편적이라 놀라울 것도 없다.

지난달 조사된 ‘온라인 동영상 시청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유튜브는 조사된 전 연령대(10~50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모두 이용률 90%를 돌파한 유일한 플랫폼이다. 주로 이용하는 앱으로도 77.3%로 단연 1위에 꼽혔다. 네이버TV, 옥수수, 넷플릭스, 아프리카TV 등 나머지 경쟁 플랫폼을 주 이용 앱으로 꼽은 이들을 다 합쳐도 20.9%로 유튜브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유튜브는 독보적인 원톱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감스트, 대도서관, 도티, 이사배... 유튜브 스타들의 TV침공은 시작된지 오래다. (방송사 프로그램 캡처)

유튜브 채널 구독자 135만, 피파온라인 카드 뽑기를 콘텐츠로 삼던 감스트는 공중파 방송 공중파 방송의 월드컵 공식 해설위원으로 활약하고, 구독자 186만 명 게임 유튜버 대도서관은 게이머들을 대표해 100분 토론에 등장한다. 구독자 217만 뷰티유튜버 이사배, 구독자 252만은 게임 유튜버 도티는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실시간검색어 1위를 장악한다. 이제 순수하게 유튜브를 토양으로 탄생한 스타들이 지상파 프로그램으로 들어와 TV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초유의 사태가 최근 들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 이론에 ‘네트워크 효과’라는게 있다.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일 수록 개개 이용자의 효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거대한 플랫폼으로 독점화 되는 현상이 가속화한다는 이론이다. 이것이 TV와 유튜브의 성패를 가른 요소 중 하나가 됐다.

유튜브는 2005년부터 서비스하기 시작해 2006년에 구글이라는 초거대기업에 인수돼 지금까지 서비스하고 있다. 반면, TV라는 매체를 벗어나기 어려웠던 방송사들은 2012년 경부터 연합해 모바일로도 볼 수 있는 동영상 플랫폼 POOQ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그나마도 각 사가 생산한 콘텐츠를 재송출하는 데서 그쳤다.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해 스타가 될 수 있는 유튜브와는 태생적으로 대항하기 어려운 구조이기까지 하다.

이는 다른 대부분의 영상 플랫폼에도 해당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유튜브의 시장 독점화는 빠르게 진행됐고, 현재도 젊은 계층 대부분은 유튜브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시장은 우리 것

퍼스트무버의 네트워크 효과로 선점당한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살아남는 방법이 있다. ‘우리 밖에 안 파는’ 독점적인 아이템을 확보하고 있으면 된다. 이를테면 ‘◯◯◯◯ 오리지널’이라던가…

이런 유튜브 천하에서 돌파구를 찾은 플랫폼이 넷플릭스다. 미국 3대 정치 드라마라고 꼽히는 작품 중 두 작품인 ‘하우스 오브 카드’‘지정생존자’, 봉준호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옥자’같은 영화를 이 플랫폼에서만 서비스한다는데, 아무리 유튜브가 네트워크 효과를 누릴수 있다고 해도 이게 보고 싶으면 넷플릭스를 찾지 않을 수가 없다. ‘기묘한 이야기’,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연타석 히트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미드가 재밌는 이유가 뭘까? 제작비를 많이 들여 고품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기 때문. 제작비를 많이 들일 수 있는 이유는? 미국이라서제작 초기부터 전세계 수출 이익을 염두에 두고 제작하기 때문이다. 옛날엔 영상 수출이라고하면 CD같은 실물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지난한 유통 절차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앱에 올려두기만 하면 편리하게 수출할 수 있다.

한 해 120억 달러에 상당하는 돈을 들여 만드는 수준 높은 영상 콘텐츠를 앱만 깔면 어디서나 구매해서 자막까지 완비해 볼 수 있다니. TV드라마보다 넷플릭스 드라마를 선호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가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갈 만한 일이다.

◇왓챠플레이...우리에게도 플랫폼이 있다!

글로벌 시장에 넷플릭스가 있다면 국산 영상 플랫폼도 있다. 바로 2016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왓챠플레이다.

2016년 론칭 당시 180만 명이었던 왓챠플레이 가입자 수는 2017년 260만 명, 2018년 360만 명까지 늘더니, 현재는 58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괄목할만한 성장세는 국내 OTT시장을 넷플릭스와 함께 양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국산 서비스 왓챠 플레이는 홈그라운드의 장점을 살려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무주공산인 한국 영화ㆍ드라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밖에도 넷플릭스의 경쟁자인 미국 타 방송사들의 콘텐츠를 국내에 제공하거나, 미국과 한국의 고전 명작 드라마 등을 제공하는 등 기존의 거대기업들이 끼어들기 어려운 틈새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송사가 시간에 맞춰 송출하는 프로그램을 그대로 수용하는 시대는 이미 저물고,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영상을 소비하는 시대가 왔다. (게티이미지뱅크)

◇미래의 영상

미디어 학자인 엘리후 카츠는 2009년에 발간한 저서 '텔레비전의 종말?(The End of Television?)'에서 "텔레비전은 죽었는가? 한정된 프로그램 선택권이 공중파 방송을 타고 난롯가에 모여있는 가족들에게 전해지는 것으로 특징지어지는 1950~60년대의 고전적인 텔레비전의 시대만큼은 마침내 끝나고야 말았다"라고 평가했다.

이 문구는 유튜브가 대세가 된 오늘날의 영상 미디어 산업을 정확히 예측하고 있다. 그의 말 그대로 '고전적인 의미'의 TV로부터의 콘텐츠 수용 방식은 끝나고 말았다. 지금의 콘텐츠 소비자들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 짜놓은 프로그램이 송출되는 TV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원하는 콘텐츠를 난롯가가 아닌 원하는 장소 어디에서나 소비하는 단계에 접어든지 오래다.

다만 텔레비전의 시대가 완전히 저물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전히 TV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매체이며, 거대 방송사들이 그간에 영상이라는 산업에서 쌓아온 업력과 노하우를 절대로 무시할 수는 없다. 단지, 적응을 어떻게 하는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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