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율 급등, 경제 기초체력 바닥났다는 경고

입력 2019-05-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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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200원 턱밑까지 치고 올라갔다. 지난 주말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1달러당 1195.7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2017년 1월 11일(1196.4원) 이후 2년 4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환율은 4월까지만 해도 1140원을 밑돌았지만 5월 들어 고공행진이다. 상승폭 또한 다른 신흥국에 비해서도 훨씬 크다. 시장에서는 심리적 지지선인 1200원을 넘어, 당분간 고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간 내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환당국은 “시장 쏠림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구두개입에 나섰으나 먹혀들지 않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확산으로 치닫고 중국 위안화 약세가 뚜렷하다. 미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좋은데, 한국은 수출 부진이 지속돼 1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3%로 뒷걸음질쳤다. 브렉시트 불확실성 등으로 유럽의 시장불안까지 겹치고 있다. 안전자산인 달러에 국제자금이 몰리고, 위안화와 사실상 동조현상을 보이는 우리 원화 약세가 가속화하는 현상이다.

통상 원화 환율이 오르면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개선돼 수출을 반등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기대마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선을 넘었던 2017년 초 글로벌 경기회복과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수출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소로 수출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긍정적 상관관계가 작동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분석에서도 수출확장기에 원화 환율이 1%포인트(p) 오를 때 수출증가율이 1.67%p 상승했지만, 수출수축기에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이후에는 원화가치가 낮아졌음에도 수출증가세가 꺾였다.

오히려 원화약세로 환차손을 회피하기 위한 외국인 자금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sell Korea)’ 조짐은 이미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외국인은 9일부터 16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올 들어 최대 규모인 1조500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17일에도 1986억 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선물시장 매도까지 고려하면, 코스피에서만 순매도가 6조 원에 이르는 규모다.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하고, 그것이 원화 가치를 더욱 끌어내리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되면서 외국인들은 주식이나 채권을 대거 팔아 치운다. 환율 상승을 더욱 부추겨 악순환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경기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진다면 원화 가치의 추가 추락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환율시장 개입은 어렵다. 최근 환율불안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약화와 경기 부진에서 비롯된 추세일 수 있다. 한마디로 한국 경제에 대한 대외신인도 추락을 의미한다. 정부가 어느 때보다 경각심을 갖고 심각하게 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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