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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통화전쟁으로 번지나
입력 2019-05-15 14:21
트럼프 “연준이 금리 내리면 무역전쟁서 이긴다”...중국, 무역전쟁 긴장으로 위안화 가치 ‘자유낙하’하면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

10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통화전쟁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격해진 관세전쟁에 ‘이제는 중앙은행끼리 겨뤄보자’며 금융당국 동원 명령을 내리면서다.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들의 시스템에 돈을 퍼부을 것이고, 실적을 보완하기 위해 아마도 금리를 내릴 것”이라며 “만약 연준이 이에 맞수를 둔다면 게임은 끝날 것이다. 우리의 승리!”라고 말했다.

실업률이 49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미국 경제가 튼튼하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성장률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유로 금리 인하를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명목으로 금리 인하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그는 지난 1일 “우리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렸고, 많은 양의 양적 긴축(QT)을 시행했다. 금리를 약 1% 정도 내리고 약간의 양적 완화(QE)를 시행한다면 우리 경제는 로켓처럼 치솟을 잠재력이 있다”며 연준에 금리 인하를 주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미중 무역전쟁 격화가 경기 악화로 이어질 경우 그 책임을 금융 당국에 돌릴 빌미를 마련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미국 대선 재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중국의 입장에서도 외환 시장에 개입할 이유는 충분하다. 미중 무역전쟁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 위안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달 들어 달러당 위안화 가치는 6.9위안까지 하락해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 추이.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한 5월 들어 확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당국의 외환 시장 개입 마지노선은 달러당 7위안선이다.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 이상으로 떨어지면 당국이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금융시장은 중국이 위안화의 ‘자유낙하’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 국채 투매에 나설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중국 당국은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1880억 달러어치(약 223조4570억 원)의 미국 국채를 시장에 던진 적이 있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의 15%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중국 당국의 외환 시장 개입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맥쿼리증권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가 마구 떨어지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노르디아 인베스트먼트 펀드의 세바스찬 게일 전략가는 “미중이 무역협상에 이르지 못하면 위안화가 추가적인 하락 압력을 받으며 중국 당국이 개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셈법은 좀 더 복잡하다. 위안화 약세가 미국에 수출하는 중국산 제품의 가격을 떨어뜨려 관세 인상의 영향을 상쇄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자본 ‘엑소더스’에 대한 우려를 키우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이 위안화 평가 절하를 시도한다면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또 다른 긴장 상태가 유발될 수 있다.

WSJ에 따르면 ING의 아이리스 팡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위안화 약세를 미중 무역협상 전략으로 이용할 준비가 돼 있다”며 “현재 위안화는 무역전쟁 때문에 경제적 도구가 아니라 ‘정치적’ 도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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