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댓트립] 여권 없이 세계 여행한다! 그것도 '서울에서'

입력 2019-04-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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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추천 4월 가볼 만한 곳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왔다. 먼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비용과 시간 등의 이유로 해외여행이 어렵다. 그렇다면 눈을 안으로 돌려보자. 긴 시간이 필요 없는 세계여행을 한국에서 해보면 어떨까? '이색적인 여행'이라는 테마로 한국관광공사가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했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이태원 우사단길.(사진제공=이하 한국관광공사)

◇ 서울인 듯 외국인 듯, 현재인 듯 과거인 듯…이태원 우사단길 = 번화한 이태원 거리에서 이태원119안전센터를 끼고 살짝 들어서면 이태원 속 숨은 명소, 우사단길로 향하는 길이다. 보광초등학교 앞에서 길이 나뉘는데, 왼쪽 우사단로10길을 따라 올라가면 본격적인 '우사단길 여행'이 시작된다.

우사단길 초입은 파키스탄, 터키, 이집트, 레바논, 인도 등지의 음식점과 아랍어로 적힌 간판, 히잡과 터번을 쓴 이방인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가 짙다. 1976년 국내 최초로 개원한 이슬람 성원인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이 이국적인 정취에 정점을 찍는다.

▲우사단길의 랜드마크인 이슬람 중앙성원.

이슬람 성원이 있다 보니 주변에 할랄 푸드 전문점이 많다. 할랄 푸드란 이슬람교도에게 허용된 음식을 일컫는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엄격한 기준을 거치기 때문에, 최근에는 종교적인 색채를 떠나 건강식품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할랄 푸드라고 낯설게 여길 필요는 없다. 우사단길에는 할랄 인증 한식 전문점도 있다. '이드'와 '마칸'이 대표적이다. 생선구이, 불고기, 비빔밥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을 낸다. 일반 한식과 똑같지만, 할랄 인증을 받은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나라 여행 중에 한식을 맛보고 싶은 이슬람교도들도 많이 찾는다.

▲생소하면서도 낯설지만은 않은 파키스탄 음식.

이국적인 할랄 푸드를 맛보고 싶다면 선택의 폭은 다양하다. 국내에서 꽤 대중화된 케밥이나 인도 음식, 아직 조금은 낯선 파키스탄이나 이집트, 터키 음식도 맛볼 수 있다. '팍인디아레스토랑'은 파키스탄 음식 전문점이다. 파키스탄 음식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지만, 주메뉴가 탄두리치킨과 커리, 난 등 인도 음식과 유사해 의외로 익숙한 맛이다.

'케르반카페'에 들어서면 터키를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터키에서 가져온 장식품과 타일로 내부를 꾸몄다. 이곳에서는 달콤한 터키 디저트와 차, 파니니케밥 등을 맛볼 수 있다. 특히 바클라바는 견과류를 넣은 달짝지근한 페이스트리로, 터키의 대표적인 디저트다. 오리지널, 피스타치오, 초콜릿 등 종류가 다양하며, 터키 커피나 차와 잘 어울린다. 이외에 각종 터키 디저트와 빵, 쿠키, 아이스크림이 있다.

▲'케르반카페'가 터키에서 공수한 장식품들.

우사단길의 또 다른 매력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한국적 정서와 분위기를 간직한 점이다. 이 일대는 오래된 집과 골목이 오밀조밀 이어지는 주택가로, 2003년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됐으나 개발 사업이 지연되면서 아직 옛 동네 느낌이 난다. 주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하다 보니, 2010년대 초반부터 젊은 예술가나 청년 창업자들이 우사단길로 들어와 개성 넘치는 공간을 하나둘 만들어갔다. 그렇게 지금의 우사단길이 자리 잡았다.

▲기존의 동네 가게와 새로 들어선 감각적인 가게들이 공존하고 있다.

◇ 여권 없이 떠나는 세계 여행…안산다문화마을특구 = 안산시는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지역이다. 2019년 1월 현재 안산시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07개국 8만 6000여 명. 이 가운데 57개국 2만 1000여 명이 원곡동에 거주한다. 원곡동 일대는 이런 특수성을 인정받아 지난 2009년 5월, 국내에서 처음 다문화마을특구로 지정됐다.

▲안산다문화마을특구의 상징물인 키다리아저씨.

안산다문화마을특구는 지하철 4호선 안산역과 닿아 있다. 1번 출구로 나와 중앙대로를 지나면 다문화음식거리가 보인다. 도로변에 있는 안내판이 아니어도 안산다문화마을특구임을 알 수 있다. 식당과 상점은 물론, 은행 같은 편의 시설이 대부분 외국어 간판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현지어를 크게, 영어와 한국어를 작게 써넣는 식. 오가는 이들의 대화에 섞인 외국어도 이색적인 풍경에 한몫 톡톡히 한다.

▲베트남 식당과 상점이 모여있는 골목.

먼저 안산시세계문화체험관으로 가자. 다양성의 힘을 알리기 위해 2012년 다문화홍보학습관으로 개관한 이곳은 50여 개 나라에서 수집한 악기와 인형, 가면, 놀이 기구 등 1400여 점을 전시하고, 이 전시물을 이용해 각 나라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핑거피아노라고 불리는 칼림바와 놋그릇처럼 생긴 본체의 테두리를 문질러 소리 내는 싱잉볼이 어른 아이 모두 신기해하는 악기라면, 130여 가지 인형 중에는 영화 'E.T.' 주인공의 모델로 알려진 가나 전통 인형 아쿠아바와 '러시아의 둘리'로 통하는 체부라시카가 인기다.

▲핑거피아노라고도 불리는 칼림바.

하네츠키와 켄다마 같은 일본 전통 놀이 기구도 흥미롭다. 켄다마는 줄에 매단 공을 수직 운동시켜 손잡이 아래와 좌우의 홈으로 받는 놀이. 깃털 달린 공을 나무 라켓으로 주고받는 하네츠키는 정월에 여자아이들이 기모노를 입고 즐기던 놀이로, 게임에 이긴 사람이 진 사람 얼굴에 먹으로 그림을 그리는 벌칙이 재밌다.

영국 근위병 근무복, 우즈베키스탄 전통 혼례 의상 등 250여 벌을 갖춘 전통의상체험실도 놓치기 아까운 공간이다. 안산시세계문화체험관에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 나이지리아, 콩고, 베트남, 태국 등 7개국 지도교사 8명이 돌아가며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개별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공휴일 휴관), 관람과 체험은 무료다. 단체 견학은 하루 3회(10시, 11시, 오후 1시) 진행되며, 체험관 홈페이지에서 예약해야 한다. 안산다문화마을특구 내 외국인 식당을 표시한 안내 책자도 꼭 챙기자.

▲전통의상 체험을 하고 있는 관광객.

안산다문화마을특구를 이야기하면서 먹거리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국적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다 보니 먹거리도 풍성하다. 다문화음식거리를 중심으로 중국, 인도네시아, 네팔, 인도, 베트남, 태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한 나라 음식을 내는 식당 184곳이 영업 중이다.

그중 62개 업소는 안산시외국인주민지원본부의 '현지조리사추천제'에 따라 현지 전문 요리사를 고용한다.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지 않아도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같은 쌀국수도 태국 식당과 베트남 식당의 맛이 다르고, 중국 식당과 우즈베키스탄 식당에서 내는 양꼬치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다.

▲태국인이 운영하는 태국식당.

인테리어도 나라별로 달라 어느 나라 식당에 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다. 식당 종업원이 대부분 외국인이라 의사소통하기 약간 어렵지만, 되레 외국에 온 느낌이 들어 흥미롭다. 물론 주문이나 계산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다문화음식거리에는 먹기 편한 주전부리도 식당 메뉴만큼 많다. 중국 사람들이 아침 식사 대용으로 즐긴다는 어른 팔뚝만 한 꽈배기(요우티아오)와 중국식 호떡, 러시아인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고기 빵(삼사)은 우리 입에도 잘 맞는다. 껍데기째 소금에 20일 이상 절인 오리 알과 통째로 노릇하게 튀긴 미꾸라지는 그 맛이 어떨지 궁금하다.

▲외국인들을 위한 이색 먹거리들.

안산다문화마을특구에서는 이국적인 축제도 자주 벌어진다. 4~10월에는 '세계문화힐링콘서트'가 열린다. 지난 19일에는 캄보디아의 새해를 기념하는 캄보디아쫄츠남축제가 열렸다. 올해로 12주년을 맞는 세계인의날 기념행사는 5월 19일 안산문화광장에서 펼쳐진다. 안산다문화마을특구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 관련 내용은 안산시외국인주민지원본부 블로그를 참고하면 된다.

▲다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안산시 외국인주민지원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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