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내리막길’ 걷는 토종 속옷들…왜?

입력 2019-04-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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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C 5년 새 점유율 2%P 뚝…대리점·백화점 유통망에 치중하며 해외업체 온라인 공세에 밀려

국내 속옷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는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는 반면 해외 브랜드는 꾸준히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에 ‘해외 브랜드에 밀리는 K패션’이 속옷 업계에서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시장 조사 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속옷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자랑해온 토종 속옷 전문 기업 BYC의 시장 점유율이 2013년만 해도 7.5%였으나 지난해에는 5.5%까지 떨어졌다. 3년 전 4%대 시장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던 속옷 전문 기업 코튼클럽은 2017년부터 3위로 밀려난 후 지난해에는 점유율 3.6%까지 떨어졌다. 신영와코루의 비너스 역시 지난해 점유율이 3.4%, 남영비비안의 비비안은 지난해 점유율이 2.7%로 떨어졌다.

이들 업체는 브랜드 점유율 감소에 비례해 실적도 악화하고 있다. 남영비비안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1.5% 줄어든 2061억 원, 당기순이익은 -67억 원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코튼클럽의 지난해 매출은 706억 원으로 5%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44%나 떨어진 48억 원이었다. BYC는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 30% 증가한 1979억 원, 91억 원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 중 66%는 건설 및 임대사업 매출이었고, 섬유 부문 매출은 33%에 그쳤다.

▲원더브라 2019 퍼펙트볼륨 하이커버리지. 사진제공=원더브라
토종 속옷 브랜드의 부진 속에서 해외 브랜드가 그 틈새를 비집고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세계적인 속옷 브랜드 헤인즈 브랜즈의 원더브라는 2009년 국내 발매를 시작한 후 2013년 속옷 시장 점유율이 1.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4%로 치솟았다. 이로써 원더브라는 국내 속옷 시장 점유율 2위 브랜드로 우뚝 섰다.

국내 패션 브랜드 점유율 1위인 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속옷 시장에서도 선두권에 속한다. 유니클로의 속옷 시장 점유율은 2013년 2.2%였지만 지난해에는 3.1%로 뛰어 점유율 4위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해외 속옷 브랜드의 다양한 유통망, 합리적인 가격 등이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한몫한 것으로 분석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속옷 브랜드는 로드숍 대리점과 백화점 중심으로 성장해 왔는데 이런 기존 유통망을 통한 판매는 계속 줄고 있다”라며 “홈쇼핑 판매 채널을 추가했지만 아직까지 온라인 판매는 활발하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국내 속옷 브랜드의 온라인 판매는 온라인 거래가 활발한 오픈마켓이 아닌 자사가 운영하는 온라인몰 위주로 판매된다

이에 비해 해외 브랜드는 온라인 판매를 중심으로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원더브라의 경우 지난해부터 온라인 판매를 강화한 것이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원더브라 관계자는 “작년부터 온라인 판매를 강화했고, 실제 판매도 늘어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라며 “올해도 온라인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로모니터의 패션 부문 담당 연구원은 “해외 브랜드는 다양한 유통 경로를 통해 국내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고, 편안함과 실용적인 디자인을 앞세워 보다 젊은 느낌의 브랜드 정체성으로 국내 소비자를 끌어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니클로, H&M과 같은 SPA 브랜드들도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이 좋은 데일리 속옷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선호하고 있다”며 “유니클로의 경우 타 SPA 브랜드에 비해 할인 비율을 매년 일정하게 유지하는 등 보수적인 할인정책이 꾸준한 매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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