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예보]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The Supporter’ 매드라이프

입력 2019-04-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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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인싸가 아닐까? 남들은 다 아는걸 혼자만 모르고 있어서 그렇다. 래퍼 비와이가 "진짜는 모두가 알아보는 법"이라고 외쳤지만, 모두가 대세를 알아보지는 못한다. [대세예보]유튜버ㆍ웹툰작가ㆍ웹소설작가 등, 주류로 부상한 새로운 콘텐츠 시장에서 스타가 될 사람들을 예보하는 코너다. 때론 찌질하면서도 때론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그들의 진솔한 모습을 담아 본다.

▲“시스템 가동. 준비 완료.” 신이라 불리웠던 사나이. 8일 이투데이는 블리츠크랭크를…아니 ‘매드라이프’ 홍민기를 만났다. “매멘.” (김정웅 기자 cogito@)

‘가왕(歌王)’ 조용필, ‘테란의 황제’ 임요환, ‘더 킹’ 르브론 제임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 ‘피겨 여왕’ 김연아…. 어떤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게 오른 사람들에게는 ‘왕’이나 ‘여왕’, ‘황제’같은 칭호가 붙는 경우가 흔하다.

현존 세계 최대 규모 e스포츠 종목인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에는 신(神)이라는 별명이 붙은 게이머가 존재한다. 롤씬 최초의 슈퍼스타,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서포터라는 포지션의 인식을 바꾼 선수. 하지만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도 그를 빛내주는 이름은 그의 소환사명인 ‘MadLife’일 것이다.

이투데이는 8일 ‘매라신’ 홍민기를 만났다.

▲분홍색 크로마팩 스킨을 입은 블리츠크랭크가 미드 로밍을 가고 있다. (사실은 인터뷰 끝난 매라가 작별인사를 나누고 밥을 먹으러 가는 중) (김정웅 기자 cogito@)

◇프로게이머 MadLife에서, 스트리머 매드라이프TV로. 그리고 인간 홍민기까지

여러 차례 강조했듯 프로게이머 시절 홍민기는 20대 초반의 나이에 ‘신’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남자다. ‘뒤에서 힐 넣는 보조지원가’ 정도의 이미지였던 초창기 롤의 서포터란 포지션. 이를 ‘게임을 캐리하는 주역’으로까지 인식을 바꾼 사람이 바로 CJ 엔투스 프로스트의 서포터, ‘매드라이프’였다.

이제 ‘인간시대에 도래한’ 매라신은 스스로를 소개하는 멘트도 바꿨다. “7년 가까이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다. 지금은 은퇴한지 1년에 접어들고 있는 게임 방송 스트리머, 매드라이프TV의 홍민기라고 합니다.”

스트리머 홍민기는 현재 트위치TV에서의 라이브 방송과 유튜브에서의 녹화 방송을 통해 게임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트위치TV 팔로워 17만, 유튜브 구독자 18만 명을 확보 중이다.

현재 유튜브 매드라이프TV 채널의 거의 대부분은 롤 관련 콘텐츠로 가득 차 있다. 대체로는 매드라이프의 서포터 캐리쇼가 주력 콘텐츠다.

“아직까진 시청자 분들이 ‘서포터 매드라이프’를 많이 기억해주시는 것 같아요. 다크소울이나 항아리 게임 같은 이런저런 게임들도 좋아해서 해봤는데, 아직까지 롤 서포터 플레이 영상이 더 인기가 많은거 같아요. 향후 종합 게임 방송도 염두에 두고 있긴 하지만, 우선은 시청자들이 좋아해 주시는 리그오브레전드 방송에 집중하는 중이죠.”

▲그의 말처럼 현재까지 대부분의 콘텐츠는 서포터 캐리쇼다. (출처=유튜브 채널 '매드라이프TV' 캡처)

프로게이머 출신이 게임 방송을 시작하면 모두 성공할까? 홍민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제가 처음 방송 시작할 때 은퇴한 프로 선수들 방송을 많이 봤어요. 근데 생각보다 시청자 수가 저조하더라구요. 확실히 게임만 잘해서는 방송이 잘 되기 어렵다고 생각했고, 저도 말수가 적은 편이었어서 늘리려고 노력했어요.”

그렇다면 매라가 꼽는 프로출신 게이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노력’이다.

“프로가 방송을 하면 인지도가 높을수록 유리합니다. 그 점에서 저는 혜택을 꽤 많이 본 케이스는 맞습니다. 근데 인지도가 높다고 다 잘되진 않아요. ‘오늘 집이니까 방송 켜보자’ 정도의 마음 보다는, 어떻게 방송할 것인지, 목표는 무엇으로 잡을 것인지, 누구의 도움을 받을 것이며, 어떤 콘텐츠를 기획할 것인가. 이런 치밀한 계획이 있어야 성공하는 프로출신 방송인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저요? 저도 잘 못 했는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그가 많이 참고로 삼은 인터넷 방송인 중 하나는 현역 프로게이머인 ‘프레이’ 김종인 선수였다고 한다. 또 재미있게 시청하는 방송인은 ‘앰비션’ 강찬용, ‘샤이’ 박상면, 그리고 ‘캡틴잭’ 강형우 정도가 있다고. 대부분 프로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CJ 엔투스 소속의 선수들이다.

아, CJ 엔투스 프로스트(현 OGN 엔투스). 그가 ‘신’이었던 그 시절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캡잭은 얼굴이 웃겨. 잘 생겼냐구요? 캡잭 잘 생겼죠. 근데 웃겨. 잘 생겼는데 얼굴을 보면 웃음이 나.” 매라와 캡잭은 많이 친한 것 같다. (배경의 강한 빛은 '신의 후광') (김정웅 기자 cogito@)

◇‘페이커’의 전설 이전에 ‘신’께서 계셨다.

페이커 이전에 '매라신'이 있었고, SKT T1 이전에 CJ 엔투스가 있었다. 롤판의 명가. 다전제의 왕 SKT T1의 시대가 오기 전까지 자타공인 LCK 최정상이었던 팀. 초창기 롤씬 팬덤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그 팀’. 로코도코, 건웅, 클템, 빠른별, 샤이와 함께 하던 올드팬들의 그 때 그 시절.

매라신에게도 가장 아쉬웠던 순간도, 가장 행복했던 시간도 이 시절에 많이 있다고.

“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순간은 당연히 시즌2 롤드컵이었죠. 누군가 백 번을 물어본다 해도 그 순간 같아요. 우승자와 준우승자라는건 정말 엄청난 차이잖아요.”

2012년 리그 오브 레전드 시즌2 월드 챔피언십. 우여곡절(?) 끝에 결승전에 진출한 아주부 프로스트(당시 명칭)는 대만의 강호 타이페이 어쎄씬(TPA, 현 ‘제이 팀’)과 맞붙는다. 1경기를 이겼지만 연이어 2, 3, 4경기를 내준 아주부 프로스트는 준우승에 머물고 만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이길 수 있었을까요? 그래도 질 것 같아요. 무림의 강호들끼리는 1합만 겨뤄봐도 느낌이 온다고 하잖아요. 1경기를 좋은 조합으로 이기긴 했지만 이기고 나서도 저희끼리도 TPA를 이기기 어렵겠다고 느꼈어요. 그래도 역시 너무 아쉽죠.”

▲아주부 프로스트. 2012년에 세상에서 두 번째로 강한 팀이자, 올드팬들의 기억 속의 영원한 명가. 왼쪽부터 탑 '샤이' 박상면, 미드 '빠른별' 정민성, 서포터 '매드라이프' 홍민기, 원딜 '웅' 건웅, 정글 '클라우드템플러' 이현우.

“프로게이머라는거.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이잖아요. 저는 사실 친구가 거의 다 프로게이머에요. 프로 생활을 오래하다보니 자연히 그렇게 되더라구요. 아, 정말 너무너무 힘든 시간들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희극인 것 같아요.”

20대 나이에 세계 최고의 정점에 섰던 사람. 홍민기는 SKT T1‘페이커’ 이상혁으로 상징되는 ‘초신성’들의 등장, 그리고 LCK가 왕좌에 올라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권좌에서 내려왔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이들을 위해 매라는 짤막한 말을 남겼다.

“실은, 시간이 약이란 말밖에 할 말이 없는 것 같아요. 많은 시간과 경험들 속에서 굳은살이 생기시길 바랍니다. 지나간 일인데요 뭐.”

▲현역시절 매라의 눈물. 그 누가 이 눈물을 남자의 약한 모습이라 비난할 수 있단 말인가. (출처=OGN 캡처)

◇매라신이 알려주는 롤 꿀팁 대방출!

“일단 ‘아니’는 절대 안 돼요.”

매라 자신도 절대로 ‘아니시에이팅’(게임 도중 ‘아니’라는 채팅으로 포문을 열며 팀원을 맹비난하는 행위)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만약 ‘아니시에이팅’을 한다면 방송 중 남들을 웃기려고 하는 것이라고.

‘아니’가 나오는 순간 챌린저든 아이언이든 게임이 아니라 ‘아니’ 뒤에 나오는 채팅에 집중을 하게 돼요. 한 번 팀 탓이 시작되면 끝이 없기 때문에 ‘아니’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지름길입니다.”

흔히 롤을 ‘멘탈 스포츠’라고들 하니, 멘탈을 키우는 방법도 물어봤다. 근데 딱히 왕도는 없다고.

“멘탈도 피지컬처럼 키울 수 있는 실력이라고 봅니다. 멘탈 키우는 건 화가 날 때마다 ‘한 번만 참자’하고 계속 의식하시는 방법 뿐이에요. 그리고 일단 집중이 안 될 것 같으면 무조건 채팅 차단하세요. 티어가 바뀌실 겁니다.”

‘매라병’(지나친 예측 시전으로 스킬을 헛되이 낭비하는 행위) 걸린 사람에 대한 대처법도 소개했다. 왜냐면 매드라이프야말로 제1호 ‘매라병’ 환자이기 때문이라고.

▲인터뷰 중 입대를 앞둔 한 팬이 악수와 사인을 요청해 왔다. “그랩 받으세요.” “매멘...” 보통 매라의 팬들은 악수를 하고나면 그날 손을 씻지 않고 매라신의 기운을 잘 보존했다가 랭겜에서 블리츠크랭크를 픽한다고 한다. 기자도 해 봤는데 효험은 크지 않았다. (김정웅 기자 cogito@)

“그게 사실 ‘매라처럼 얍!’ 할수록 더 안 됩니다. 너무 멋있는 거 하시려고 하면 안 되고 오히려 기본기에 충실해야 돼요. 열심히 연습하다보면 어느 순간 ‘아! 지금이다!’하는 계시 같은 게 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자동으로 예측 샷이 나가고, 또 적중하게 될 거에요.” 아, 어쩐지….

오늘도 블리츠크랭크, 쓰레쉬, 파이크로(노틸은 ‘돌진기’로 간주해 뺐다.) ‘매라 그랩’을 연습하는 수많은 ‘매라 꿈나무’들에게. 그리고 트위치와 유튜브를 통해 매드라이프의 영상을 시청하는 팔로워와 구독자들에게. 그리고 기자처럼 CJ 엔투스 시절을 추억하고 있는 올드팬들에게 남기는 마지막 한 마디로 인터뷰를 마쳤다.

“프로게이머 시절부터 시작해서 은퇴까지. 저를 계속 봐주신 분들도 있고 보다가 떠나신 분들도 있겠지만 응원해와 주신 분들 덕분에 지금의 매드라이프가 있습니다. 방송으로 인생 제2막을 열었는데, 지금도 프로게이머 시절만큼이나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프로가 아닌 인간 매드라이프로 봐주시고 응원해주세요. 재밌는 방송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홍민기는 ‘몇 십년 뒤에도 리그오브레전드에는 서포터 매드라이프가 있었다’고 기억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했다. 기자는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매드라이프 홍민기의 시대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매멘. (김정웅 기자 cog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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