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또 한번의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의 암운, 기우인가?

입력 2019-04-10 05: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김영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08년 시작된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의 여파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도 못한 상황에 또 다른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의 전조들이 다양하게 나타나면서, 2008년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시장에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채권금리 역전 현상, 즉 미국 재무부의 장기 채권 금리가 단기 채권 금리보다 낮아진 것이 미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비관적 전망을 보여준다는 시각이 그 시작이다.

이에 더해 그동안 유럽 경제를 이끌던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의 거시경제 지표가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이 역시 미중 무역전쟁에 의해 중국의 수출 수요가 급감하면서,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았던 독일 등 유럽 경제의 동반 침체에 의해 초래되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았던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기에, 가히 미중 무역전쟁이 전 세계 제조업에 찬바람을 몰고 왔다는 주장은 과장이기보다는 현실에 가까움을 최근의 거시지표들이 보여주고 있다.

과거 2008년의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는 미국의 부실 부동산담보채권(MBS)이 첨단 파생금융 상품으로 둔갑할 수 있도록 허용했던, 투기적 금융산업과 결탁한 미국의 부실한 금융감독 체계와 이를 조장한 정치세력들이 그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비해 최근 미중 무역전쟁을 필두로 전 세계 제조업의 동반침체를 초래하고 있는 주요 원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라는 것이 중론이다.

외국인 노동자와 저가 수입품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면서, 화이트·블루칼라들의 ‘묻지마 지지’를 노리는 단기적인 정치적 노림수는 중장기적으로 수입비용과 미국 산업의 생산단가를 상승시키는 자충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자충수가 미국 대중에게 통할 수 있는 것은, 1980년대 이래 가속화된 세계화가 저가 수입품과 외국인 노동자들의 범람을 통해 저숙련 백인 노동자들의 실질소득을 감소시키고, 미국의 빈부 격차만 심화시켰다는 극우 정치세력들의 선동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2008년의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와 최근 상황을 비교하자면, 2008년의 위기가 투기적 금융자본과 부패한 금융감독 당국과 정치 세력들이 낳은 결과라면, 최근 상황은 빈부 격차에 분노한 백인 노동자들을 활용한 선동적 정치 세력들이 초래하는 경제위기라는 점에서 위기의 강도가 더 클 수 있고, 그 해결책을 찾기도 더 묘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즉 2008년의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모든 주요 국가들은 부실한 금융감독 체계를 바로잡는 노력에 협력하면서,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비교적 효율적으로 국제적 정책공조를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필두로, 문제의 원인인 자국 내의 빈부 격차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본질적인 정책 노력은 없이, 모든 문제의 원인을 자유무역과 해외 요인으로 전가시키는 무책임하고 선동적인 정책이 확산할 경우,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정책공조 노력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 모두 패권국가로서의 실력 행사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또 다른 세계 경제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그러나 트럼프발 세계 경제위기를 피할 수 있는 경로도 열려 있다.

즉 트럼프 행정부가 부정하고 있는 다자간 자유무역 체제를 복원하기 위한 국제적 정책 협력 노력과 함께, 보호무역주의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는 각국의 빈부 격차를 줄이기 위한 포용적 성장정책 노력이 확산할 경우, 보호무역주의에 의한 세계 경제위기라는 악순환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러한 악순환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재자 역할을 통하여 다자간 자유무역 체제를 복원시키는 역할은 한국 경제에 주어진 도전이자 기회라는 사실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