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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화 칼럼] 美 SEC의 ICO 가이드라인 발표, 한국은?
입력 2019-04-08 05:00
수원대 경제학부 교수

암호화폐의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지난 1일 만우절 장난이 원인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20% 이상 급등한 비트코인 가격은 여전히 5000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까지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시적 해프닝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비트코인 가격 급등보다도 더 주목할 일이 지난주 두 가지 있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발행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는 것과, 같은 날 SEC가 ICO(암호화폐 공개)를 통해 판매한 토큰에 대해 처음으로 ‘비규제 조치 의견서’를 발행한 것이다.

먼저 SEC가 발표한 ICO 가이드라인에서는 디지털 자산(토큰 또는 암호화폐)이 증권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기본적 분석 틀을 명확히 제시하였다. 구체적으로, SEC는 토큰의 증권성은 돈의 투자, 공동의 사업에 투자, 투자 이익의 기대, 그리고 제3자의 노력에 대한 의존 등 4가지 항목을 모두 충족시키는지의 여부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ICO 과정에서 투자이익의 기대와 제3자의 노력에 대한 의존 등 두 가지 항목에 대해 구체적 사항들을 제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이라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ICO 발행에 있어 법률적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암호화폐 가격 급락과 신뢰도 하락으로 ICO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ICO는 여전히 대세이다. 통계 업체인 ICO벤치 발표에 의하면 2018년 ICO를 통한 총 모집 금액은 전년 대비 15% 증가했고 프로젝트 건수는 3배 이상 증가하였다. 특히 ICO 규모가 급감한 지난해 4분기의 경우, 이더리움 가격 급락으로 기업당 평균 조달액 규모가 감소했음에도 3분기 대비 프로젝트 수와 유치 성공률은 오히려 증가하였다.

또한 코인스케줄(CoinSchedule)에 의하면 2019년 1월 기준 ICO를 통해 약 4억 달러의 자금이 모집됐고 63개의 ICO가 진행 중인데 이러한 상황은 2017년 초에 비해 좋은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STO(증권형 암호화폐 공개), IEO(암호화폐 거래소 공개) 등 ICO를 대체할 만한 자금모집 방법이 최근 각광을 받는다고 해도 여전히 ICO가 주요 자금모집 방법인 것이다. 이번 SEC의 ICO 가이드라인 발표를 계기로 그동안 미뤄왔던 ICO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SEC의 비규제 조치 의견서 발행도 ICO 증가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SEC는 미국 플로리다주 소재의 항공 서비스업체인 턴킨제트가 ICO를 통해 발행한 TKJ토큰에 대해 ‘증권’으로 간주하지 않고 특정 조건하에서 사용을 승인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발행하였다. TKJ토큰은 단순 전세기 운송료 목적으로만 사용되고 1달러로 가격이 고정되어 있는데 여기에 추가적으로 몇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면 SEC의 제재를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일종의 비규제 조치 지침으로 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앞으로 TKJ토큰과 유사한 성격의 암호화폐를 고려하는 프로젝트들의 ICO 증가가 예상된다.

이와 같은 SEC 움직임과 관련하여 주목할 점이 있다. 바로 이러한 조치들이 SEC 독자적 결과물이 아닌 암호화폐 발행 업체들과 적극적인 논의 끝에 나왔다는 점이다. 턴키제트의 비규제 조치 의견서는 작년 초안 제출 이후 SEC 담당자와 50회가량 통화한 결과물이다. 그리고 SEC 담당자는 공개적으로 다른 기업에도 직접 SEC와 논의하고 승인을 얻으라고 말하고 있다. 블록체인 전문기업이 벤처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국내와는 사뭇 다른 규제당국의 입장이다.

SEC에 의한 ICO 규제의 불확실성 해소와 더불어 최근 국내외로 블록체인 기술 확대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JP모건체이스는 암호화폐 발행을 예고하였고, 유럽연합은 지난주 IBM, 리플(Ripple), 아이오타(IOTA) 등 100여 개 기업과 단체를 포함한 블록체인 협의체인 이나트바(INATBA)를 출범하였다. 가장 모범적 블록체인 도입 사례를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대기업은 물론 정부도 적극적인데 블록체인 기술검증 및 기술 컨설팅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금융당국은 ICO에 부정적이며 이는 자금력이 부족한 국내 블록체인 전문기업들의 해외 이탈의 원인이 되고 있다. SEC의 ICO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만큼 국내에서도 서둘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더 이상의 우수기업 및 인재 유출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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