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조리사 출신' 우일 스님 "사찰음식 앞에선 늘 겸손해지죠"

입력 2019-04-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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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한 지 4년된 사미승…"양식과 접목해 사찰음식 대중화 하는 게 꿈"

▲우일 스님은 28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사찰음식 전문교육관 향적세계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인터뷰를 했다.(김소희 기자 ksh@)
"사찰음식이 양식보다 더 어려워요. 속가에서 경력이 20년이 넘는 저도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1~2년 배워서는 절대 사찰음식에 대해 알 수 없어요. 저도 꾸준히 배우면, 따라갈 수... 아니, 흉내는 낼 수 있겠죠?"

28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사찰음식 전문교육관 향적세계에서 만난 우일 스님은 사찰음식을 마주할 때 드는 마음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제1회 사찰음식 전문강사 양성교육' 수료식을 가졌다. 불교문화사업단은 사찰음식을 더 대중화시키겠다며 스님 11명을 선정해 매주 1회씩 12주 동안 교육을 시켰고, 뽑힌 스님들은 지난 1월17일부터 사찰음식의 정의와 역사, 요리 실습, 메뉴 구성법 등을 체계적으로 배웠다. 이날은 그 결과물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우일 스님은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 조리팀에서 6년간 근무한 이력이 있다. 삼성에버랜드 유통사업부(단체급식) 5년, 국제조리직업전문학교 조라학과 교수로도 3년간 일했다. 현 조계종 사회부장인 덕조 스님이 그의 은사 스님이다. 2015년, 덕조 스님의 오랜 설득 끝에 우일 스님은 오랜 조리사 경력을 뒤로 하고 출가를 결심하게 됐다.

"어머님은 돌아가시기 전에도 '출가하는 것을 말리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은사 스님은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인연이 있었으니까요." 3대 독자인 그의 출가를 오히려 가족들이 환영했다. 그는 "누나가 둘인데요, 둘째 누나 딸도 이번에 출가하고 수계를 받으셨어요. 네가 출가하니 인연이 돼서 또 한명의 스님이 나오게 된 거죠. 그렇게 인연이 됐어요."

우일 스님은 11명의 스님 중 유일한 남자다. 조계종 첫 교육생 중 유일한 남성인 셈이다. 비구계를 받지 못한 사미 스님인 우일 스님을 제외한 10명은 모두 비구니 스님이다. 전문강사가 된 스님들은 앞으로 사찰음식교육관, 사찰음식체험관, 사찰음식 특화사찰 15곳 등으로 뻗어나간다.

▲28일 사찰음식교육관 향적세계에서 '제1회 사찰음식 전문강사 양성과정 수료식'이 진행됐다. (사진제공=한국불교문화사업단)

그는 "양식보다 사찰음식이 더 어렵다"고 했다. "양식을 처음 배울 때,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였어요. 그래서 그냥 위에서 알려준 대로 따라가면 됐죠. 조리는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어느 정도 경력이 되니 어렵다고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속가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렵죠. 지켜야 할 것도 많고, 무조건 맛만 강조해서는 안 되니까요."

우일 스님은 출가한 후 사찰음식을 처음 만났다. 4년 전부터 사찰음식을 배웠지만, 도제식으로 익혔을 뿐이다. 사찰음식을 만들 때 오신채(마늘, 파, 부추, 달래, 아위 등 불교에서 먹지 않는 5가지 채소)는 사용할 수 없어서 힘이 들 때도 있지만, 그 덕분에 '세상에 이런 맛도 있구나', '이렇게 맛을 낼 수도 있구나'라는 깨달음도 얻게 됐다. 음식 본연의 맛을 살리는 연구를 더 해나간다면, 사찰음식이야말로 더욱 세계적인 음식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하게 됐다.

"일본의 '스시'도 처음에는 날 음식을 꺼리는 서양인에게 미개한 음식으로 여겨졌어요. 하지만 끊임없는 홍보와 연구를 통해 지금은 세계적인 음식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사찰음식은 '진짜' 건강식이에요. 부처님 법이 들어간 음식이라는 이유로 타 종교인은 배척하고 미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볼 때면 안타깝습니다. 불교만의 음식이 아닌 건강식이자 채식이라고 홍보를 해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체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고요."

▲우일 스님은 '제1회 사찰음식 전문강사 양성과정' 수료식에서 강의 시연을 하고 있다.(김소희 기자 ksh@)

우일 스님은 현재 제주 약천사 소속으로 중앙승가대학교를 다니고 있다. 앞으로 정식으로 비구계를 받기까지 1년여의 시간이 남았다. 그의 바람은 사찰음식이 더욱더 대중화가 되는 것이다.

"저도 사찰음식을 공부한 지 4년밖에 되지 않았어요. 일반 대중분들도 부담없이 드실 수 있게 사찰음식 전문 기초를 익히고, 제가 전공한 양식과 사찰 음식을 접목해 보는 등 연구를 해나가고 싶어요. 이것도 참선의 하나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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