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의 대가에서 한식진흥원 이사장까지…선재 스님의 지혜

입력 2019-03-1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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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로 취임 1년…한돈자조금위 행사 제안에 “훌륭한 재료, 스토리로 풀어내자“ 화답

▲한식진흥원 이사장 선재 스님이 최근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한국관광공사 한식문화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작년에 취임하자마자 한 직원이 한돈자조금위원회에서 같이 행사를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는데 해야 되냐 말아야 되냐고 물어보더군요. 제가 ‘한식에서 돼지고기가 얼마나 중요한데, 왜 안 합니까. 사계절이 뚜렷해 비타민D가 많은 한돈에 된장, 생강을 넣고 만들면 기름도 제거돼요. 한식진흥원에서 훌륭한 스토리로 풀어내면 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4월 한식진흥원 이사장 취임 1주년을 맞이한 선재(64·사진) 스님은 최근 이투데이와 만나 이런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선재 이사장의 흔쾌한 허락에 한식진흥원은 지난해 5월 한돈자조금위원회와 홍콩 식품산업 종사자 및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돈 쿠킹클래스’를 진행해 한돈의 수출 활성화 전략에 일조했다.

‘사찰 음식의 명장’으로 이름난 선재 스님이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식진흥원 제5대 이사장에 오르자 ‘한식이 사찰 음식에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안팎에서 나왔다. 그가 털어놓은 에피소드 역시 세간의 말들과 같은 맥락에서 나온 얘기다.

사찰에서는 ‘오신채’, 즉 마늘, 파 등과 육류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식재료를 빼고 한식을 논하기는 어렵다. 이에 선재 이시장은 속시원하게 말했다. “나는 오신채를 안 먹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안 먹는 것일 뿐이다. 한식진흥원 이사장으로서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그는 “절에서도 많이 아플 때 등 육식을 필요로 하면 먹는다”며 웃어 보였다.

친할머니가 수랏간 궁녀였다는 선재 이사장은 궁중, 제사, 사찰음식 등 다양한 범주를 모두 한식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할랄은 종교 음식이라는 선입견으로 보지 않는 반면, 우리 전통을 지닌 사찰 음식을 한식과는 별개로, 이단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한국 식재료와 유래, 영양성분과 음식 궁합을 줄줄이 꿰고 있는 선재 이사장은 한식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한식 앰배서더’다. 그가 스토리로 풀어내는 한식 이야기를 듣다 보면 누구라도 쉽고 친숙하게 한식을 받아들이게 된다. 선재 이사장은 “스웨덴 대사가 스웨덴만의 커피 타임인 ‘피카’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빨리빨리 문화’의 한국이 주52시간 근무를 도입한 점에 깜짝 놀랐다더라. 이에 저 또한 ‘당신과 내가 통역이 필요하듯 5000년 역사의 한국에서는 자연의 생명이 요리에 들어왔을 때 중간의 통역자처럼 발효라는 것을 거친다’라며 느림의 미학을 소개했다”고 말했다. 이후 “대사는 스웨덴에서도 한국의 발효 음식을 연구해 보라며 수십 명을 내게 보냈다”고 그는 덧붙였다.

선재 이사장은 한식 세계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우리가 먼저 우리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그는 “와인을 입안에 굴리면 8가지 맛이 난다고 프랑스인들은 자부한다. 한국의 된장, 고추장 등 발효 음식도 그렇다. 3년, 10년을 발효한 간장도 담긴 컵을 흔들면 제각각 다른 까만색이 묻어 나온다. 한식에 대한 긍지를 갖고 5000년의 지혜를 전파해 퓨전의 묘미를 선보이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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