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인문경영] 신임 리더에 대한 공자의 코칭

입력 2019-03-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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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맡은 일의 책임이 막중합니다. 만약에 맡은 일을 제대로 못해내면 벌을 받을 것이고, 일이 잘된다고 해도 애를 너무 많이 쓴 덕분에 병에 걸릴 것 같습니다. 성공하건 못하건, 아무런 해도 입지 않는 것은 오직 덕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경지인가 봅니다.”

초나라 사신이 되어 제나라와 외교협상을 맡게 된 섭공(葉公) 자고(子高)란 인물이 공자에게 상담을 청하는 내용이다. 오늘날로 바꿔놓고 보아도 통하는 이야기 아닌가. 일을 못해서 불명예 퇴진하고 싶지도 않지만, 잘하려면 탈진할까 봐 걱정이 되는. 공자는 “중도를 지키라”고 조언한다. 요컨대 너무 잘하겠다는 조바심, 성과에 대한 두려움을 비워야 오히려 일을 잘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장자 인간세(人間世)편에 나오는 공자와 섭공의 가상 문답이라 장자답게 마음경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유가(儒家)와도 통한다. 논어를 살펴보면 공자는 실제로 신임 관리자가 된 제자들에게 다양한 조언을 한다. 그 핵심은 잘해내야겠다는 조바심과 성과 욕심에 대한 경계다. 제자 자하(子夏)가 노나라의 읍인 거보란 마을의 관리로 가게 되었을 때 일이다. 그때 공자가 해준 이야기도 과속, 즉 성과를 단기간에 내려는 속도 욕심에 대한 경계였다. “일을 속히 하려고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지 말아야 한다. 속히 해내려고 서두르면 달성하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보면 큰 일을 이루지 못한다.”[子夏爲筥父宰 問政 子曰 無欲速 無見小利 欲速則不達 見小利則大事不成(자로(子路)편)]

새 자리에 오르면 단기간에 가시적 변화를 주고, 성과를 내고 싶어 한다. 잘하겠다는 욕심에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추진하다 보니 막상 하나도 못해내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조급함과 부지런함을 착각해 열심히 일할수록 성과는 나지 않는 ‘멍부(멍청하면서 부지런히 일하는 것)’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부지런함과 조급함의 차이는 집중력, 우선순위 여부에서 갈린다. 새로 일을 덧붙이기보다 없앨 일을 정해 우선순위를 정하라.

노나라의 신임 관리가 재물창고(제도란 해석도 있다)인 장부(長府)를 새로 지으려고 했다. 그때 공자의 제자 민자건(閔子騫)이 한마디 죽비소리를 던졌다. “예전 것을 유지하면 어떠하단 말인가? 무엇 때문에 부수고 다시 지어야만 하는가?” 공자는 “민자건은 말을 많이 하진 않지만 말을 했다 하면 꼭 핵심에 들어맞는다”라고 칭찬한다.

신임 리더가 되면 뭔가 전임 리더의 일과 정책 등을 바꿔야 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혁신은 새로 덧붙이는 것보다, 유지할 것을 확실히 하는 게 먼저다. 신임 리더들이 새로운 포부에 부풀다 보면 과거의 제도, 시스템 등은 모두 없애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 여러 가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어 한다. 그것을 통해 변화와 긴장을 불러오는 효과를 가져오려는 마음도 있다.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혁신을 하고 싶다면 어떤 일을 새로 벌이기보다 어떤 일을 줄이거나 없앨지 결정하는 게 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 진정한 혁신을 하고 싶은가. 새로 벌이기보다 타성에 젖은 조직의 관행이나 관습을 재점검, 잘못된 점을 찾아내 제거하는 것부터 서두르라. 바쁘게 가기보다 바르게 가려는 것은 복지부동의 무사안일주의와는 다르다.

제자 중궁(仲弓)이 노나라 대부 계씨의 가신으로 가게 되어 신임 관리자의 리더십을 물어봤을 때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실무는 실무자에게 맡겨라. 작은 실수는 용서해주라.”[仲弓爲季氏宰 問政 子曰 先有司 赦小過(자로편)] 중궁은 기록상 개인 실력면에서 하이퍼포머형이지만 리더십은 떨어지는 형이었을 걸로 짐작된다. 그걸 알기에 능력 있는 리더가 범하기 쉬운 실수, ‘다른 사람의 일은 눈에 안 차’ 다 해치워 버리고 작은 실수도 넘어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조언을 한 것이다. 리더가 구성원의 실력을 기르는 것을 도외시하고, 본인이 다 처리해야 하는 식으로 진행하다 보면 조직 성과는 계속 떨어지게 돼 있다.

신임 장관 내정과 각종 인사 보도가 잇따른다. 좌지우지하지도, 우왕좌왕하지도 않으면서 국민의 마음을 좌고우면하는 리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소한 공자의 조언을 명심해 조바심을 버리고 과속증후군을 경계하더라도 국민은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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