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댓트립-3.1운동 100주년①] 낯익은 서울 골목, 근대사의 함성과 눈물 담다

입력 2019-03-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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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3월 가볼 만한 곳

3월에 맞는 '서울의 봄'은 숭고하다. 서울은 항일 민족운동의 중심지였다. 서울 역사박물관과 정동길에 선현의 자취가 내려앉고, 서대문독립공원 담장에 온기가 쌓인다. 근대사의 발자취를 좇아보자. 단재 신채호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3월 가볼 만한 곳의 테마를 '3.1 운동 100주년'으로 정했다.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와 활약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서울역사박물관 앞에 시워진 노면전차. 1930년대 서울 시내를 운행한 전차 381호(등록문화재 467호)로, 복원된 형태다.(사진제공=이하 한국관광공사)

◇ 서울역사박물관, 근대사 발자취를 더듬는 도심 여행의 시작점 = 서울 도심 곳곳에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있는 공간이 자리한다. 서울역사박물관, 경희궁, 경교장, 정동길, 서대문독립공원 등은 3·1운동 전후의 시대적 사연이 길목마다 깃든 곳이다. 익숙하게 스쳐 지나던 빛바랜 건물이 3월에는 색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서울은 항일 민족운동의 중심지였고, 3·1운동은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다. 도심의 근대사를 알현하는 템포는 '안단테'가 어울린다. 천천히 골목을 거닐고, 역사의 현장을 되새기며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마음가짐이 소중하다.

▲서울역사박물관 근대사 전시공간.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등 시대별로 서울의 변화상이 낱낱이 전시되고 있다. 대한제국의 수도 한성(서울)은 1910년 일본에 강제 병합된 후 인천, 개성 등과 함께 경기도의 여러 부 가운데 하나인 경성부로 격하되는 시련을 겪었다.

상설전시존에는 강제 병합 이후의 도시 경성을 살펴보는 코너가 있다. 성벽과 궁이 훼손되고 새 길이 뚫린 서울, 일제에 저항하면서도 근대 문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당시 서울 사람들의 삶이 사진과 모형으로 전시된다.

▲서울역사박물관 일제강점기 전시관.

일제강점기에 서울 인구는 20%가 일본인이었다고 전해진다. 야외전시장에도 시대의 흐름이 이어진다. 1930년대 서울 시내를 운행한 전차 381호(등록문화재 467호)가 복원됐으며, 조선총독부 청사 철거 부재가 과거를 곱씹게 만든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도 의미 깊다.

3월 1일부터 5월 26일까지 '3·1운동 100주년 기념 특별전-서울과 평양의 3·1운동'도 열린다. 3·1운동이 시작되고 기획된 서울, 서울과 함께 3·1운동이 가장 활발하게 전개된 평양의 독립운동을 조명한다.

▲경희궁 숭정전. 경희궁은 '기쁨이 넘치고 빛나는 궁'이라는 뜻을 가진다.

◇ 빛나고 찬란했던 경희궁…풍운의 세월 '김구 선생 숙소' = 서울역사박물관 외부 공간은 경희궁으로 연결된다. 광해군 때 건립된 경희궁은 '기쁨이 넘치고 빛나는 궁'이라는 뜻이다. 영조와 숙종을 비롯해 10명의 왕이 머물렀고, 인현왕후와 혜경궁홍씨 등 화제의 인물이 거주한 궁은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아픈 역사가 있다.

궁궐은 일제가 집중적으로 파괴하고 개조한 대상이고, 그 풍파의 중심에 경희궁이 있었다. 경성중학교가 들어서며 궁궐이 대부분 헐렸고, 흥화문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추모하는 박문사로 옮겨지기도 했다. 전각과 문이 190여 개 이를 정도로 '빛나던' 궁궐은 지금 숭전전, 자정전 등이 복원된 채 아련하게 남았다.

▲경희궁 흥화문.

경희궁을 나선 길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주석 김구 선생이 집무실과 숙소로 사용한 서울 경교장(사적 465호)으로 이어진다. 경교장은 강북삼성병원 내부에 있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1919년 4월 중국 상하이(上海)에 수립했으며, 1945년 임시정부 요인들이 환국해 경교장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김구 선생과 임시정부 요인이 사용한 경교장은 욕실, 집무실, 응접실 등이 복원됐다.

▲경교장 외관. 이곳은 1945년 임시정부 요인들이 환국해 활동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김구선생은 1949년 경교장에서 서거했다.

김구 선생은 1949년 경교장에서 서거했다. 경교장은 이후 중화민국 대사관저, 월남대사관, 병원을 거쳐 사적으로 지정되는 풍운의 세월을 겪었다. 내부에는 '백범일지' 초간본, 서거 당시 피 묻은 옷, 밀서 등이 전시된다.

▲경교장 응접실.

◇ 그 시절을 담고 있는 명소들 = 경교장 건너편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일본식 주택, 도시형 한옥, 슬래브 집이 있던 새문안동네에 예술을 덧씌워 도시 재생 방식으로 재구성한 곳이다. 개조한 집과 식당 건물은 박물관, 미술관 같은 전시 공간과 카페 등으로 운영 중이다. 지난겨울에는 '자연을 사랑한 건축가' 훈데르트바서의 특별전이 열리기도 했다. 레스토랑과 한정식집을 개조한 돈의문전시관에는 1960년대 과외방 등 옛 새문안동네 일대의 과거와 동네 사람들 얘기가 담겼다.

▲돈의문박물관마을에 위치한 돈의문전시관.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휴식을 취한 뒤에는 정동길을 산책해보자. 정동길에는 근대사의 애환이 담긴 유적이 모여 있다. 구 러시아공사관은 을미사변으로 명성황후가 시해되자, 고종이 세자와 함께 피신한 곳이다. 공사관 옆으로 1896년 아관파천 당시 고종이 궁을 떠나 걸어간 '고종의길'이 복원됐다.

▲고종의 길.

정동극장 뒤 막다른 골목에는 덕수궁의 별채이자 황실 도서관으로 지은 중명전이 있다. 중명전은 궁궐 내에 남은 최초의 근대 건축물로, 을사늑약이 체결된 비운의 역사가 서린 곳이기도 하다. 1890년대 말 준공된 정동제일교회는 붉은 벽돌로 지은 외관이 도드라진다. 이 교회 이필주 목사 등은 3·1운동 당시 민족 대표 33인으로 참가했다.

▲서대문독립공원에 있는 독립문.

◇ 독립운동의 산실 '서대문' = 근대사를 더듬는 도심 여행은 서대문독립공원으로 이동하며 무르익는다. 서대문독립공원은 3·1운동, 항일 투쟁 등으로 옥고를 치른 선열들을 기리고 그 뜻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독립투사들이 옥고를 치른 곳이자, 현재 교육의 장으로 탈바꿈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공원 내에 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 내결린 대형 태극기.

서대문형무소는 1908년 경성감옥으로 문을 열었으며, 독립투사를 가두고 고문한 현장이 고스란히 남았다. 옥사 외벽에 걸린 대형 태극기가 이곳이 단순히 옛 형무소가 아니라 뜻깊은 역사의 현장임을 강변한다. 지하옥사, 사형장, 망루 등이 보존됐으며, 4·19혁명과 5·16군사정변 당시 시국 사범이 수감된 감옥도 전시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옥사 밖으로는 탑골공원에서 옮겨 온 3·1독립선언기념탑과 서재필 선생 동상, 독립문 등이 시대의 봄 산책을 돕는다.

▲행촌동 달쿠샤.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사직터널 윗길로 향하면 서울역사박물관에 전시 중인 딜쿠샤의 실제 건물과 만난다. 딜쿠샤는 산크리스트어로 '행복한 마음의 궁전'이라는 뜻이다. 3·1운동을 전 세계에 알린 앨버트 테일러 부부가 살던 집으로 지하1층, 지상2층 벽돌 건물이다. 다가구주택으로 활용되며 잊혔던 딜쿠샤는 테일러의 아들에 의해 재발견돼 등록문화재 687호(서울 앨버트 테일러 가옥)로 지정됐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옥사 내부.

딜쿠샤는 3·1운동 100주년인 올해 개장을 목표로 내부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이며, 현재는 외관을 살펴볼 수 있다. 딜쿠샤 앞은 행주대첩으로 유명한 권율 장군의 집터다. 수령 460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행촌동이라는 지명의 유래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통인동 이상의 집.

근대사 도심 투어는 딜쿠샤에서 서촌, 통인동으로 걸으며 차분하게 마무리한다. 일제강점기에 생채기 난 서울성곽을 한양도성 인왕산구간 초입에서 다시 만나는 것도 반갑다.

통인동에는 일제강점기 천재 시인 이상의 자취가 담긴 집이 지난해 말 재개관했다. 이상의집은 시인이 1911년부터 20여 년간 거처한 집터 일부에 마련됐다. 뒷마당에는 이상의 흉상이 세워졌으며, 유작을 포함한 자료 150여 점도 만날 수 있다. 이상의집은 마을 주민과 시민을 위해 열린 공간으로 운영한다. 일제강점기를 되새기는 도심 투어는 걸어서 둘러볼 수 있어 의미 깊은 봄나들이 코스로 좋다.

▲이상의 집 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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