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새 사외이사로 ‘농협맨’ 선택한 까닭은

입력 2019-03-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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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에 신충식 前 농협지주 회장·김세직 교수 임명 요청

▲신충식(왼쪽) 전 회장과 김세직 서울대 교수.

IBK기업은행이 사외이사로 정통 ‘농협맨’을 선택하자,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금융위원회에 신충식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김세직 서울대학교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제청했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은행장 제청을 거쳐 금융위원장이 임명한다.

당초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4인 체재였다. 하지만 2017년 4월 조용 사외이사가 6년의 임기를 끝낸 이후 2년간 공백 상태로 3인 체제로 유지해 왔다. 그 후 몇 차례 사외이사 교체를 반복했지만, 동시에 친정부 보은인사 논란을 겪어왔다. 사외이사 이력 중에 옛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관료 출신이면서 당시 정권과 친분이 깊은 사람이 주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사외이사 교체가 빈번히 이뤄졌다.

2017년 이종구 전 사외이사 후임으로 온 김세형 사외이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김 사외이사는 낙하산 논란이 확산되자 선임된 지 1년도 안 돼 자진 사퇴했다. 이어 지난해 2월 퇴임한 성효용 사외이사 후임으로 김정훈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전문위원 겸 운영위원이 선임됐다.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는 전ㆍ현직 금융기관 관계자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시민단체로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다.

때문에 신 전 회장을 사외이사로 제청한 배경에는 사외이사 선임 때마다 불거지는 친정권 보은인사 논란을 불식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관료 출신이 아닌 경제·금융 전문 인사를 발탁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여기에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낙하산 인사 반대’를 내걸며 박창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을 사외이사로 추천한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신 전 회장은 농협금융 출범 이후 초대 회장에 오르며 농협에서만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979년 농협에 입사해 주요 요직을 거쳐 농협금융지주 초대 회장과 농협은행장을 맡은 정통 농협맨이다. 현재는 NH투자증권 고문을 맡고 있다.

신 전 회장은 ‘회장·행장 분리’를 주장하며 취임 100일 만에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당시 농협금융의 사업구조 개편(신·경 분리) 마무리를 위해 정부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신 전 회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관(官)과의 거리가 멀었다.

김세직 후보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를 마친 뒤 서울대 경제연구소 연구원과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겪었던 낙하산 논란이 부담돼 피로감이 쌓였을 것“이라며 꼬투리 잡힐 만한 인사를 피하기 위해 물색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기업은행 이사회는 김도진 행장, 임상현 전무이사와 이용근, 김정훈, 이승재 사외이사 3명 등 총 5명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번 주 중 금융위 임명 절차가 마무리되면 임기가 만료된 이용근 사외이사 후임과 신임 사외이사 등 4명의.사외이사 진용을 갖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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