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가장 문제"…유리천장 깬 여성 임원들의 고충

입력 2019-02-2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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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롯데·LG·포스코 등 재계 女임원·멘토 간담회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가족부가 개최한 ‘유리천장을 깬 여성임원 및 멘토 간담회’에 진선미 장관(왼쪽 다섯 번째)과 민간기업 여성임원 12명 등이 참석했다.(연합뉴스)
"저도 그렇지만 여성 직장인에게 고비는 아이를 키울 때입니다. 그때 많이 그만 뒀어요. 입사할 때만 해도 여성 동기가 20%였는데, 지금 여성 임원은 20%가 안 됩니다."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여성가족부의 '유리천장을 깬 여성임원' 간담회에서 정유진 삼성전자 상무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여가부가 '민간 여성고위직 목표제 도입'등 여성임원 확대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을 비롯해 롯데호텔, 메리츠종금증권, 삼성전자, 신한은행, 신한카드, 포스코, 풀무원, CJ제일제당, KB국민은행, KT, LG전자, SK텔레콤 등 12개사 여성 임원들이 참석했다.

특히 여성임원 필요성에 공감하는 남성 멘토들의 지지자 역할이 강조됐다. 참석한 멘토 5명 중 한성희 포스코 부사장, 백승훈 롯데호텔 상무, 박철용 엘지(LG)전자 전무, 김현중 풀무원 부사장 등 4명은 남성이었다.

여성 임원들이 승진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으로 가장 많이 꼽은 건 '육아 문제'였다. 정 상무는 '여성을 많이 뽑으면 남성이 피해를 본다'라는 말이 생겨난 것도 육아 과정에서 촉발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능력 있는 여성 후배들이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힘들어 한다"며 "아빠가 같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것만 해결되면 우수한 한국여성들은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미경 풀무원 마케팅본부 상무는 "입사시절부터 함께하고 있는 마케팅 동료 중 절반 이상이 육아 문제로 경력단절이 됐다"며 "여성 본인이 업무에 의지가 있어도 이런 상황이면 후보군 자체가 적어 여성임원 비율이 확대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은정 엘지전자 상무도 "아이를 키우는 문제가 경력에서 가장 흔들리는 지점이었다"라며 "그런 것들이 해결되면 몰입해서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결국 육아가 경력단절을 가져오면서 동기들이 이탈하는 모습을 봤다. 기업 차원에서가 아닌 사회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육아휴직 확대,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확충, 재택근무 활성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명희 메리츠종금증권 전무는 "육아휴직 기간을 확대하고 사내 어린이집 설치를 의무화하며 여성 임원 비율 달성 시 기업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현미 롯데호텔 상무는 "여성 임원이 자유로운 경쟁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분위기가 될 때까지 당분간 일정 비율까지 의무사항으로 가이드라인을 주는 게 좋다"고 했다.

여성임원과 멘토들은 조직 내 성별 다양성 확대는 기업경영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데 공감했다. 백승훈 롯데호텔 상무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기업이 내부 조직문화와 HR역량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할 중요한 키워드는 '다양성'"이라며 "남녀간, 문화간, 세대간 수많은 차이 속에서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단순하고 형식적인 배려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라고 했다.

최영 포스코 상무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또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여성 임원이 있다는 것은 기업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시각을 참고할 수 있다는 뜻이다"라며 "정부에서 여성임원 확대의 중요성에 공감해주는 만큼 기업들도 스스로 인식을 개선하고 일정 비율의 여성 관리직을 양성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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