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횡령ㆍ배임’ 이호진 수감생활 6개월 줄 듯…조세포탈 분리 선고 영향

입력 2019-02-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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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횡령ㆍ배임 징역 3년, 조세포탈 징역 6개월ㆍ집행유예 2년 각각 선고

▲횡령과 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400억 원대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호진(57) 전 태광그룹 회장이 두 번째 파기환송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검찰이 항소하지 않고 횡령과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분리 선고를 하면서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첫 번째 파기환송심에서 선고한 징역 3년6개월보다 복역기간은 6개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 결과는 대법원의 파기 취지에 따른 것인 만큼 금융사지배구조법을 근거로 혐의들을 경합 선고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 이 전 회장 측의 재상고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두 차례 대법 판결 거치며 혐의 확정적…불이익변경금지원칙 적용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오영준 부장판사)는 15일 이 전 회장의 두 번째 파기환송심에서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을,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6억 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가 2004년도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포탈과 2005~2007년도, 2009년도 법인세 포탈 혐의를 따로 분리 선고하면서 원심과 형이 달라졌다. 재상고심의 파기 취지에 따라 이 전 회장이 금융회사의 최대주주 중 최다출자자 1인에 해당한다고 보고, 관련 혐의를 분리해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재파기환송의 사유는 조세범처벌법 부분에 대해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분리선고를 해야 하는데 2차 파기환송전 당심에서 분리 선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두 차례 대법원 판결을 거치면서 확정적 판결이 돼 분리선고 외에 양형의 변경 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따라 횡령 혐의를 징역 3년으로, 조세포탈 혐의를 징역 6개월로 나눠 선고했다.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란 피고인만 상소한 사건에 대해 원심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내릴 수 없다는 원칙이다. 앞서 선고된 3년 6개월 이상의 형량 선고가 불가능해 해당 형량을 횡령 혐의와 조세포탈 혐의로 각각 분배한 셈이다.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비교적 가벼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점에 대해서는 “포탈 세액이 7억 원 정도고, 모두 국고에 반환했기 때문에 실형을 선고하기 어렵다”며 “주된 범죄는 횡령·배임죄고 조세범처벌법 위반은 파생적 범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해달라는 이 전 회장 측 주장은 “기업 오너가 200억 원대 횡령·배임을 저지른 뒤 사후에 피해를 회복했다고 집행유예 판결한다면 재벌들의 횡령·배임 범행은 개선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열린 재상고심에서 “이 전 회장이 금융사 지배구조법에서 규정한 ‘금융회사의 최대주주 중 최다출자자 1인’(적격성 심사 대상)에 해당한다면, 이 전 회장의 조세포탈 관련죄는 다른 죄와 분리해서 심리·선고해야 했다”는 이유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금융사 지배구조법 32조 1항은 금융위원회가 적격성 심사대상에 대해 일정 기간마다 조세범처벌법 등의 위반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같은 법 6항은 1항에 규정된 법령을 위반한 경우 다른 죄와 따로 심리·선고해야 한다고 돼 있다. 태광그룹은 흥국생명, 흥국화재, 흥국증권 등을 통해 금융사업도 하고 있어 이 전 회장이 금융회사의 최대주주 중 최다출자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돼 왔다.

◇8년간 총 6번의 재판…복역 기간 6개월 줄어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에서 생산하는 섬유제품을 실제보다 적게 생산된 것처럼 조작하거나 불량품을 폐기한 것처럼 꾸미는 이른바 ‘무자료거래’를 통해 회삿돈 421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1년 구속기소 됐다.

주식 및 골프연습장을 저가에 인수하는 등 그룹에 900억 원대 손해를 끼치고,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포탈한 혐의 등도 있다.

1심은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보고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20억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범죄사실에서 제외하고, 저가로 태광 골프연습장을 사들인 업무상 배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1심의 징역 4년 6개월 형량을 유지하고 벌금을 10억 원으로 감액했다.

대법원은 횡령 혐의와 관련해 태광산업이 생산한 섬유제품 자체가 아니라 제품의 판매대금을 기준으로 횡령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또 같은 이유로 부가가치세 포탈 및 법인세 포탈 혐의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봤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대법원의 판단 취지를 수용하면서 징역 3년 6개월에 벌금 6억원으로 감형했다. 조세포탈 혐의도 원심에서 인정된 9억3000여만 원보다 줄어든 5억6000여만 원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재상고심을 맡은 대법원이 앞서 다뤄지지 않은 금융사 지배구조법과 관련해 따로 판단해달라는 이 전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여 사건을 다시 파기환송하면서 이 전 회장의 복역 기간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편 이 전 회장은 간암 투병 등을 이유로 줄곧 구속을 면해왔다. 그가 이 사건으로 구속돼 있던 기간은 60여 일 밖에 되지 않았다. ‘황제 보석’ 논란이 일자 재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첫 공판기일에서 보석에 대해 심리한 뒤 건강 상태가 호전된 점 등을 들어 보석 취소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 전 회장은 2011년 구속집행이 정지된 이후 7년 만에 재수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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