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 유족, 국가 상대 손배소 2심도 승소

입력 2019-02-1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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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유족 “22년 고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조중필 씨의 어머니 이복수 씨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가 상대 손배소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나와 기자들에게 심정을 이야기하고 있다.(뉴시스)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도 승소해 국가로부터 총 3억6000만 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32부(재판장 유상재 부장판사)는 13일 피해자 고 조중필 씨 어머니 이복수 씨 등 유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국가의 항소를 기각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조 씨의 부모는 각각 1억5000만 원을, 누나 3명은 각각 2000만 원을 받게 된다.

판결이 선고된 이후 이 씨는 기자들과 만나 “4월 3일이면 (사건 발생) 만 22년이 되는데 패터슨을 미국으로 도망가도록 놔둔 검사 두 명 때문에 고통당하고 살았다”며 “이제 배상(판결)이 나왔지만, 우리 식구가 22년간 고생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초동 수사를 잘못한 책임이 있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경찰은 패터슨과 에드워드가 살인죄 공범이라는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미군 범죄수사대도 패터슨이 칼로 찔렀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검찰은 초동수사결과를 번복할 만한 합리적 근거 없이 패터슨의 진술을 진실로 믿고 불기소 처분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유족들은 2001년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총 3300만 원의 배상금 지급 판결을 받았다. 다만 검찰이 패터슨의 범죄인 인도청구를 지연시켰다는 유족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진범 아서 존 패터슨과 공범 에드워드 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는 1심에서 패소했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조 씨가 여러 차례 흉기에 찔려 살해된 사건이다.

검찰은 현장에 있던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리만 살인 혐의로 기소하고, 아서 존 패터슨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버린 혐의로만 기소했다. 하지만 리는 1998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죄확정 판결을 받았고, 유족은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고소했다.

패터슨은 검찰이 출국정지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점을 이용해 1999년 8월 미국으로 달아났다. 검찰은 패터슨의 신병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2002년 10월 기소 중지를 결정했다. 그러다 2009년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이 개봉해 사회적 논란이 되고 나서야 법무부는 그 해 범죄인 인도 청구를 미국에 냈다.

2011년 재수사 끝에 검찰은 패터슨을 진범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고 16년 만에 입국한 패터슨은 2017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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