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이 혁신성장의 답이다⑩] 문성훈 ‘어디고’ 대표 “글로벌 경쟁 뒤처진 韓카풀, 네거티브 규제 필요”

입력 2019-02-10 17:30수정 2019-02-1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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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성향 기반 네트워킹 카풀 ‘어디고’ 국내 출시 후 美공략

▲문성훈 위츠모빌리티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어디고’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story@

차량공유 서비스의 인기에 가속이 붙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 중단을 발표한 와중에도 연일 새로운 카풀 어플리케이션(앱)이 등장하고 있다. 관건은 차별화다.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할 소구점이 없이 살아남기란 불가능해졌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카풀 앱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세우는 특장점이 명확하다. 이달 출시 예정인 ‘어디고’도 마찬가지다. 어디고는 관심사, 성향 등을 교류하는 네트워킹 기능을 내세운다. 동시에 여성 이용자는 여성 드라이버와 매칭할 수 있는 옵션도 선보인다. 어디고의 운영사인 위츠모빌리티를 이끄는 문성훈(43) 대표는 브레이크 없이 성장하는 카풀 시장에 대한 기대감과 어디고 서비스에 관한 자신감을 동시에 내비쳤다. 10일 문 대표를 서울 강남구 공유오피스에서 만나 구체적 전략을 들어봤다.

문 대표는 카풀 사업의 첫발을 미국에서 뗐다. 2016년 미국 법인을 설립해 2017년 7월 승차 공유 서비스 사업을 위해 얻어야 하는 라이선스를 미국 교통국으로부터 취득했다. 불법 택시가 성행하는 로스앤젤레스(LA)에서 한인을 대상으로 하는 카풀 서비스를 기획했다. 한국인 기사 200여 명도 섭외를 끝냈다.

미국에서 사업을 준비하던 문 대표가 한국으로 눈을 돌린 건 역설적이게도 한국 모빌리티 시장이 황무지인 탓이었다. 그는 “2017년 가을을 지나면서 한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며 “인구 1000만이 서울에 몰려있는데 모빌리티 서비스가 택시 외에는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을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고, 그해 법인 설립에 나섰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처음에 구상했던 모델은 카풀이 아니었다. 승차공유와 대리운전 모델을 결합한 서비스를 구상했던 문 대표는 “국토교통부(국토부)의 규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고, 안전하게 카풀로 가기로 한 것”이라며 “택시업계와의 갈등으로 ‘카풀’이라는 단어가 뉴스에서 연일 나오면서 카풀 서비스에 관한 홍보가 많이 되고 있어 오히려 잘됐다고 본다”고 했다.

서울 강남에서 서비스할 예정인 어디고는 이용자와 기사 간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용자와 운전자가 최대 다섯 가지 키워드를 관심사로 등록해 서로 말문을 트기 쉽게 한 것이다. 물론 이용자가 기사와 대화를 원치 않으면 따로 옵션을 설정해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목적지에 갈 수 있다.

미국에서 론칭을 준비했던 만큼 문 대표는 국내 모빌리티 시장과 국외 시장을 날카롭게 비교했다. 예컨대 미국 LA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차가 옷만큼이나 필수적인 지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 사람이 더 똑똑한 소비자로 인식된다. 문 대표는 “요즘 LA 공항으로 갈 때 자기 차를 갖고 이동한다고 하면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문 씨는 “안타깝지만, 우리나라 모빌리티 산업은 이미 늦었다”며 “카카오모빌리티는 큰 기업이지만 우버, 디디추싱 등에 비하는 작은 기업”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이나 중국을 보면 모든 산업에서 자국 우선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며 “산업을 키우는 모습만 봐도 우리나라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규제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문 대표는 쿠팡의 ‘로켓배송’ 예를 들었다. 로켓배송은 쿠팡이 주문상품을 직접 배송해주는 서비스인데 2016년 정부가 1.5톤 미만의 소형 화물차(택배차)에 대한 증차 규제를 없애기 전까지는 불법 논란이 있었다. 정부가 12년 만에 이 규제를 폐지한 뒤 택배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문 대표는 “결국 소비자의 니즈가 시장의 성장 방향을 결정한다”며 “자동차를 공유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표는 여타 벤처기업인들과 마찬가지로 네거티브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네거티브 방식 규제란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허용하고 예외적인 사항을 금지하는 방식을 뜻한다. 반대로 포지티브 규제는 법에 사업 가능한 항목을 열거하고 이외의 행위를 규제하는 것을 뜻한다. 문 씨는 “포지티브 규제를 다 적용하면 20년 전에 한 번 허가받기만 하면 발전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며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손해”라고 분석했다.

게임빌과 모바일게임 업체인 엔소니의 대표를 지낸 문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어려움은 계속 있었지만, 지금처럼 안타까운 때도 없다”며 “공유경제는 국가 전략 산업인데 우리나라 대기업의 투자가 다 외국으로 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기업들이 그랩, 디디추싱 등에 거액을 투자하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들은 정부의 규제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문 대표는 야심을 굽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는 국내에 서비스 론칭 뒤 이르면 올해 안에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LA에서 사업을 먼저 준비한 만큼 미국으로 넘어갈 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인 이용자를 타깃으로 미국에서 한국어 전용 서비스로 출시할 것이고 그 뒤에 중국어, 스패니시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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