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타’ 면제 남발, 혈세낭비 어찌 막을 건가

입력 2019-01-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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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늘(29일)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사업을 최종 발표한다. 17개 광역시·도가 신청한 33건 가운데 상당수가 예타를 면제받을 것으로 보인다. 종전 평가에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내려진 사업들도 대거 재추진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초 광역단체별로 예타를 면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예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대규모 사업에 대해 경제성과 효율성, 재원 조달 방법 등을 미리 평가하는 절차다. 타당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무분별하게 추진해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국가 안보와 재난 예방 등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에 대응하거나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예타를 거치지 않는 예외는 있다. 이번에 정부가 내건 명분이 지역균형발전이다.

문제는 이번 예타 면제 사업이 한꺼번에 선정되고, 또 어느 때보다 사업비 규모가 커지면서 졸속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 자료에 따르면 2014∼2018년 5년간 SOC 분야 예타 면제 사업은 35건 4조7333억 원 규모였다. 이번에 지자체들이 신청한 사업은 고속도로·내륙철도·공항·국립병원 건설 등 33건에 투자비가 61조2500억 원이다. 절반만 선정되어도 30조 원을 넘는 돈이 지역에 풀리게 된다. 나눠먹기식 배분까지 예상되는 실정이고 보면, 최소한의 기초적인 경제성 분석이라도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지역마다 대규모 공공사업을 벌이는 것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선심성 표심잡기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에 대한 건설 및 토목 투자가 낙후된 지방 경제를 활성화하고 부진의 늪에 빠진 경기를 부양하는 단기 대책으로 효과가 큰 것은 사실이다. SOC 투자는 정부의 최대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비용 대비 사회적 편익을 제대로 따져보는 예타의 취지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동안 정치적 목적으로 남발된 대형 공공사업이 실패로 돌아간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예타를 거치지 않은 2009년 4대강 사업, 2010년 전남 영암 포뮬러원(F1) 사업 등의 부작용은 말할 것도 없다. 경제성이 있다며 지방 곳곳에 건설된 공항, 경전철 등도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며 세금만 잡아먹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필수 절차인 예타도 건너뛰고, 정치적 이해로 결정돼 중구난방으로 추진되는 지역 사업들은 필연적으로 예산 낭비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사업성 없는 SOC를 건설하는 데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나중에는 적자투성이 시설을 유지하는 데 또 세금을 퍼부어야 하는 상황이 우려된다. 지역균형발전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국민 부담만 늘릴 뿐이다. 그래 놓고는 중앙정부나 지자체 어느 곳도 책임지지 않는다. 혈세가 엉뚱한 곳에 새는 것을 확실히 막을 방도가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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