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논쟁적 극장으로"…남산예술센터가 담아낼 '날선' 사회

입력 2019-01-23 18:03수정 2019-01-2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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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시즌 프로그램 공개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이 23일 서울 남산예술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3월부터 11월까지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를 2019년 시즌 프로그램 6편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가 올해도 세월호, 5·18 광주, 사회적 참사 등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 날선 화두를 던진다.

서울문화재단은 23일 남산예술센터에서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 기자간담회를 열고 3월부터 11월까지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를 프로그램 6편을 발표했다. 남산예술센터는 매년 동시대 이슈를 주목해왔다.

이날 발표된 작품은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을 다룬 '7번국도'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한 '명왕성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시각적 표현으로 풀어낸 '휴먼 푸가(Human Fuga)'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의 근본적인 과거사 바로잡기와 동시에 동시대 공공극장의 존재 의미를 묻는 '드라마센타, 드라마/센타(가제)' △제8회 벽산희곡상 수상작인 서민준 작가 원작의 '묵적지수' △지난해 연극계의 각종 상을 휩쓸며 주목받은 2018년 시즌 프로그램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다.

'7번국도'는 젊은 극작가 배해률의 첫 장막희곡으로 구자혜 연출이 함께 해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들을 연극이 어떻게 직시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남산예술센터 상시투고시스템 '초고를 부탁해'를 통해 발굴된 작품이다. 지난해 '서치라이트'에서 낭독공연으로 관객들과 먼저 만났다. 서치라이트는 남산예술센터가 2017년부터 시즌 프로그램과 별도로 극장진입의 문턱을 낮추고자 제작 전 단계의 작품 콘텐츠를 사전 공유하는 공모 프로그램이다.

'명왕성에서'는 세월호 참사 5주기를 기억하며 실제 증언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성 작품이다. 사회적 참사로 희생된 망자들과 남겨진 이들을 다시 불러내 그동안 유보시켜온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진혼(鎭魂)을 시도하는 씻김굿의 의미를 담는다.

'묵적지수'는 춘추전국시대 사상가 묵자를 주인공으로 묵자와 초혜황이 모의전을 했다는 일화를 소재로 삼았다.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작가의 연극적 상상력이 무대 위에서 동시대적 언어로 탄생할 예정이다.

'드라마센타, 드라마/센타'는 최근 남산예술센터 극장을 둘러싼 이슈와 쟁점을 다룬다. 지난해 남산예술센터의 소유주인 서울예술대학(학교법인 동랑예술원)이 10여 년간 남산예술센터를 임차해 운영해 온 서울시에 문화사업계약 종료를 요청함에 따라 남산예술센터를 둘러싼 공공성과 구조적인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남산예술센터는 연극을 기획해 극장을 둘러싼 현재진행형 이슈와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다.

지난해 초연으로 선보인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올해 시즌 프로그램에서도 재연된다. 해당 작품은 초연 당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아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월간 한국연극 '2018 공연 베스트 7'에 선정됐으며 제55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2015년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장강명의 동명 소설을 각색했다.

'휴먼 푸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푸가'라는 음악적 형식으로 풀어내는 작품이다. 극장 공간 도처에 1980년 광주를 모티브로 한 작업물이 설치되고, 소설 장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말과 기억, 행동들은 극의 재료로 변주돼 새롭게 해체, 조립된다.

우연 극장장은 "처음 극장장으로 왔을 때 이 극장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가장 논쟁적인 극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바람 잘날 없었다"며 "올해 화두는 '극장을 지켜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작품들의 수식어는 '여전히 남은, 혹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다”며 “국내 몇 안 되는 연극 제작 극장인 만큼 창작 지원극장이자 사회적 긴장을 일으키는 이슈를 말하는 작가들을 소중히 여기는 극장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남산예술센터에서 만들어온 독특한 협업의 분위기와 그 관계들, 시도가 계속됐으면 좋겠다"며 "극장의 역사와 더불어 이 곳에 올라간 작품들을 주목하면서 연극이 당대에 던지는 질문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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