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금융, 대출 문턱 낮춰 '은행 공급실적 공개'…‘기술금융’ 전철 밟나

입력 2019-01-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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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사회적 기업 재무상태...금융 지원 확대 부실 연계 가능성

정부가 ‘포용적 금융’을 강화하기 위해 은행별 사회적금융 공급 실적을 반기별로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적금융은 정부가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에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 방식이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사회적 기업들의 재무상황이 안정적이지 못한 탓에 금융 지원 확대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반응이다. 자칫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내달 지난해 ‘은행권 사회적금융 공급실적’을 공개한다. 이후 일정 기간마다 사회적 경제 기업에 대한 대출·보증·투자 등 규모를 공개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각 은행에서 어떻게 사회적금융을 공급하고 있는지 등을 취합해서 반기 또는 분기별로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금융위는 또 3월부터 매분기 각 공공기관의 사회적금융 공급 실적도 공개한다. 공개 대상은 사회적금융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신용보증기금과 서민금융진흥원, 중소기업진흥공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역신용보증재단, 한국성장금융, 한국벤처투자 등 7곳이다. 그 밖에 비영리 금융기관인 신용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중앙회 등 2곳도 공개하기로 했다. 우선 이달 중 이들 기관의 지난해 사회적 금융 실적을 발표할 계획이다.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은 업력이 짧고 규모가 작아 민간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다. 금융위가 직접 사회적 기업 평가 모델을 구축하는 등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 기조에 맞춘 선심성 금융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상당수가 적자에 시달리거나 사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아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2016년 말 기준 사회적 기업 1653곳을 조사한 결과 정부 보조금 없이 영업 이익이 발생한 기업은 505곳(30.8%)이었다. 전년보다 6.4%포인트 늘었으나 여전히 10곳 중 3곳에 불과하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금융정책이었지만 실효성 논란을 야기했던 ‘기술금융’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홈페이지에 ‘기술금융 종합상황판’을 만들어 매달 은행별 기술금융 공급 규모와 실적을 공개하고 있다. 그 결과 2014년 이후 6년 만에 80조883억 원에서 166조4958억 원으로 두 배가량 성장했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다르게 숙박업과 요식업종 등이 기술금융 실적에 포함돼 논란을 빚었다. 은행이 기술금융을 위한 평가 모델을 개발하지 않고, 단순히 실적 경쟁에만 빠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은 “정책 기본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리스크 생각을 안 할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에는 책임질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이미 지난달 24일부터 은행권 ‘사회적금융 활성화를 위한 모범규준’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사회적 금융 업무를 하는 부서를 설치하고, 사회적경제 기업 대출·투자를 심사하는 사회적 금융 운영위원회도 별도로 구성하도록 했다. 사회적경제 기업에 지원했다가 부실이 나더라도 적법한 절차를 거쳤으면 면책해주는 내용도 담겼다. 또 시중은행이 자체 사회적 금융 수행 실적과 공공 부문 사회적 금융 수행 실적을 더해 대외 홍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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