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일하는 해의 노래

입력 2019-01-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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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1961년 5월 16일 박정희의 주도로 군인들이 제2공화국을 폭력적으로 무너뜨리고 정권을 장악한 ‘5·16 군사정변’은 악랄한 독재정치를 지속하다가 결국 비극으로 막을 내렸고, 또 다른 군사정변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역사의 아픈 한 부분으로 남았다. 3년간의 군정통치 후, 1963년에 제3공화국을 출범시킨 군사정변 세력들은 집권 초기부터 ‘반국가행위처벌법’, ‘정치활동정화법’ 등을 강력하게 적용하며 독재를 시작하였다. 이와 동시에 이른바 ‘잘 살기 운동’도 벌였는데 1965년에는 ‘일하는 해’를 선포함으로써 1년 내내 전국에 ‘일하는 해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올해는 일하는 해 모두 나서라. 새살림 일깨우는 태양이 떴다. … 일하는 즐거움을 어디다 비기랴! 일하자, 올해는 일하는 해다.” 다분히 독재를 위한 ‘국민총화’의 목적을 띠고 보급한 노래이지만 당시 엄청나게 열악한 경제 환경 속에서 아예 일할 의욕을 상실했던 국민들을 설득하여 희망과 의욕을 갖게 한 긍정적인 면도 전혀 없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2019년 벽두에 새삼 ‘일하는 해의 노래’를 들먹이는 이유는 올해 우리 젊은이들이 일을 많이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헬조선’이라고 하지만, 맘만 고쳐먹으면 생각보다 일할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외국인 인부들을 고용하여 힘들게 경영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노동현장으로 가면 일자리가 기다리고 있고, 자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부모님께서 허리가 휘도록 일했던 농촌으로 가면 일할 땅과 일할 거리가 있다고도 한다.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로 어려운 노동을 기피한다면 일자리를 찾기 힘들 것이다. 더러 TV에 나오는 대박의 사례들을 보면서 허황한 꿈에 사로잡혀 있다면 평생 실업자를 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눈높이를 낮춰 땀을 흘리는 ‘일터’로 나가서 우리 젊은이만이 부를 수 있는 새로운 버전의 ‘일하는 해의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 땀은 배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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