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 이코노미’의 허와 실] 성공 열쇠는 ‘일자리 질 개선’

입력 2019-01-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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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유연화로 실업률 낮췄지만 신흥국 등 노동환경 열악

▲세계 실업률 추이. UBS
고용률 등에서 긱 이코노미의 효과가 과장됐다는 회의론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전 세계 실업률이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눈길을 끈다. 전례 없는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저금리 기조와 유연한 노동시장이 실업률을 낮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가 지난해 말 세계 생산량 84%를 담당하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48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실업률이 5.2%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8%)에 비해 하락한 것은 물론이고 1980년(5%) 이후 4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아렌드 캅테인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산업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임시직을 구해 일을 맡기는 ‘긱 이코노미’가 등장하고 저임금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대되면서 여러 국가에서 자연실업률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해 선진국의 실업률이 197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5.2%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엔 국제노동기구(ILO)가 최근 발표한 2018년 세계 실업률은 5.5%다.

이들 기관의 실업률 산정 기준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주간 보상(유급)을 수반하는 일을 하면 취업자, 그렇지 않으면 실업자다. 구직단념자 등 비경제활동인구는 계산에서 제외한다. 러시아 투자은행 르네상스캐피탈의 찰스 로버트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실업률 감소 추이는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정설이 뒤집힌 것”이라며 “실업률이 낮아진 것은 구인난이 있어도 임금이 오르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고 기업은 고용을 더 늘리는 방향을 택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저금리로 인해 이른바 ‘좀비 기업’이 망하지 않고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도 일자리가 계속 유지되는 조건이 됐다고 꼽았다. 유럽과 동유럽의 노동력이 연 1%씩 감소하고 있고 중국의 노동력도 한계에 도달해 있는 상황 등도 실업률에 영향을 미쳤다.

국가별로는 폴란드의 실업률이 지난 2002년 20%에서 올해 9월 6.1%로 대폭 하락했다. 크로아티아와 슬로바키아도 비슷한 수준으로 실업률이 급락했다. 이들 국가는 이 기간에 유럽연합(EU)에 새롭게 가입하면서 유럽 공급망에 포함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프리랜서 등 임시직 고용이 더 자리잡게 된 미국과 영국, 독일, 일본, 아일랜드 등에서 실업률이 급격히 떨어진 것도 세계 실업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 남아있는 일자리들의 노동조건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은 앞으로 긱 이코노미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ILO의 산토 밀라시 이코노미스트는 “유럽과 북미 지역은 물론이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실업률이 어느 때보다 낮지만 창출되는 일자리의 질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밀라시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남부 유럽의 많은 인구가 풀타임 직장이 없어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며 “신흥국 노동자 대부분이 이러한 ‘비공식 경제’ 하의 매우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초과근무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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