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를 위하여 정책을 만드나

입력 2019-01-0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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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훈 중기IT부 기자

“정책을 많이 쏟아내는 것과 실제 도움이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죠.”

기자가 한 중소기업협회 회장과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요즘 정부가 지원책을 많이 내놓는데 올해는 사업을 할 만 할까요?”라고 묻자 되돌아온 대답이다. 그는 “경제부총리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현장에 신경을 쓰려고 노력하는 게 보이긴 하지만 아직도 현장의 목소리를 잘 못 듣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쐐기를 박는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최근까지 총 5차례의 소상공인 영세 중소기업 대상 종합대책을 내놓을 정도로 중소 상공인 살리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일자리안정자금, 근로장려금 등 11조 원을 투입했고, 올해 공식 업무가 시작되는 2일 창업지원자금으로 총 1조118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작년 대비 자금 규모가 44% 늘었고 참여 부처가 2배 많아졌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작년 말 상공인들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목표하에 ‘제로페이’가 출범했고 올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이익공유제’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자영업자, 중소 기업인들은 ‘앞에서는 주고 뒤로는 주머니 털어간다’ 식의 반응이다. 작년 세밑 정부는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을 포함시키는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통과시켰다. “시간당 최저임금 1만 원 이상은 사업을 접거나 돈 안 주고 범법자가 되던가의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라는 소상공인연합회의 주장은 그들만의 ‘푸념’은 아니다. “스타트업 수 늘리는 데만 신경 쓴다”라는 한 중소기업단체 회장의 일갈이나 “이익공유제가 벤처기업들에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어 반갑지만은 않다”는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의 말을 정책 입안자들이 못 듣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는 다양한 정책들은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모든 일을 하겠다는 ‘선의’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결국엔 전반적 경제정책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A대학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은 건 사실”이라며 “자영업 장사가 안 된다는 게 문제인데, 결국 매출을 올리려면 경기를 어떻게 부양할 것인지 전반적인 경기 활성화 정책과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무슨 정책이든 경기부양이 전제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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