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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특별인터뷰] 성명기 이노비즈협회장 “허리 약한 한국 경제… 스케일업 지원 집중할 때”
입력 2019-01-03 17:38
최저임금 인상·주 52시간 근무, 일자리 줄고 中企 경쟁력 저하 불러올 것

“당장 올해 중소업체 일부분이 무너질 것이다. 작년부터 우리 회사 좀 팔아 달라고 말하는 기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한꺼번에 적용되다 보니 기업가 정신이 발휘되기 어려운 여건이 되고 있다.”

3일 경기 판교 이노비즈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성명기(66) 이노비즈협회장은 머뭇거리며 답하는 법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고용 정책이 기업의 경영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말에도 마찬가지였다. 성 회장이 좋은 정책과 나쁜 정책을 가리는 기준은 단순했다. 그 잣대는 중소기업들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였다.

▲성명기 이노비즈협회장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이노비즈협회 사무실에서 이노비즈협회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이노비즈협회)

◇최저임금 동결하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 1년으로 늘려야 = 성 회장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기업의 경영 환경을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10.9%로 8350원이다. 최근 정부는 내년 최저임금을 새로운 결정구조 아래에서 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성 회장은 그마저도 적절한 방책이 못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 회장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필연적일 것”이라며 2020년에는 최저임금이 동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이 혁신해 성장하면 임금, 근로시간, 복지 등 직원을 위한 노동 정책은 자연히 따라오는 결과물”이라며 “지금과 같은 인상률은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관해서도 성 회장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납품기일을 준수하기 위해 집중 생산하는 기간이나 신속하게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집중 연구 기간 등이 부족해 경쟁력이 도태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 대안으로 거론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를 성 회장은 1년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현행 3개월인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을 6개월까지 늘리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성 회장의 우려는 노동정책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인 협력이익공유제도 부작용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2012년 시행된 성과공유제를 보완한 제도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원가 절감뿐 아니라 기술 개발, 품질 혁신 등 다양한 가치 창출 활동에 대한 이익을 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협력이익공유제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성 회장은 “협력업체들의 기여도를 평가하는 일이 절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외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도 협력이익공유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대기업들이 협력이익공유제 때문에 국내 중소업체가 아닌 중국 업체에 일감을 더 줄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국내 중소업체들이 일감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오히려 대기업들은 더 이익을 챙기고, 국내 중소기업들은 더 어려워지는 것”이라며 적극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타트업에 편중된 정부 지원은 문제 = 성 회장이 꼽은 우리나라 경제의 문제점은 ‘허리 부족’이다. 그는 경제를 축구에 비유하며 미드필더, 허리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무리 소수의 공격수가 뛰어나도 미드필더가 받쳐주지 않으면 뛰어난 팀으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한국 경제에서 대기업,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부분은 큰데 중소기업의 역할은 이에 못 미친다고 성 회장은 지적했다. 성 회장에 따르면 그 원인은 스타트업에 편중된 정부 지원과 무관치 않다. 최근 기술기반 창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은 지속해서 늘었다. 단적으로 중기부의 ‘창업기업지원자금’ 예산은 2017년 1조6500억 원에서 작년 1조8660억 원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스케일업(Scale-Up) 기업인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과 육성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성 회장의 분석이다. 그는 “이노비즈 기업은 지난 8년간 총 26만7000여 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총 매출액은 271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1637조 원 대비 약 16.7%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1000억 원을 투자하더라도 스타트업보다 이노비즈 기업이 살아남을 확률이 훨씬 높다”며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관심이 있다면 스케일업 기업에 집중할 때”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노비즈 기업은 1만8111개사로 작년 11월 기준으로 그중 73.7%인 1만3363개사가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0년부터 8년간 이노비즈기업은 총 26만7000여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고, 매출액과 영입이익 등에서도 중소 제조업과 비교해 3배 이상의 경영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다만 작년 한 해 일자리 창출 성과에 관해 성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여파로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2010년부터 재작년까지는 매년 3만 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들어냈는데 작년 한 해는 이에 못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이노비즈협회의 가장 큰 목표는 스마트공장 플랫폼 구축이다. 이노비즈협회는 작년 초 ‘5개년 계획(2018~2022)’을 수립해 △일자리 창출 △글로벌 진출 △기술 혁신 3가지를 중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작년 11월 자체적으로 ‘이노비즈 스마트공장 플랫폼’을 결성해 현재 15개사가 공급 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수요기업을 발굴, 선정해 맞춤형 스마트공장 구축의 실질적 성과가 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성 회장은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에서 2022년까지 중소기업 스마트 공장 3만 개 구축 등 매우 기대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동시에 성 회장은 정부를 향해 혁신 성장의 발판이 될 규제 개혁도 강하게 주문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현재 핀테크, 전기자동차, 드론 등 신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다 뒤처지고 있다”며 “공산주의 특유의 밀어붙이기로 신산업이 빠르게 성장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이 숟가락 놓을 자리가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규제들이 많아 ‘갈라파고스 규제’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며 “얼마 전 베트남 출장을 갔을 때 동남아시아판 우버라고 불리는 ‘그랩’ 서비스를 정말 유용하게 썼는데,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다 하는 서비스를 우리나라가 못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기술의 물결은 되돌릴 수 없다”며 “언젠가 우리나라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면 정부의 역할은 답이 정해져 있다”고 강조했다.2017년 2월부터 8대 회장을 맡은 성 회장의 임기는 내달 20일 끝난다. 6대 회장까지 합쳐 총 4년간 회장을 지낸 그에게 소회를 묻자 성 회장은 “시원하기만 하고, 자리에 대한 미련은 전혀 없다”고 털어놨다.

성 회장은 스마트공장 관련 주요 제품을 연구, 개발, 제조하는 여의시스템의 대표이기도 하다. 작년 매출액은 전년 358억 원 대비 3.6% 감소한 345억 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비용 절감, 공정 개선으로 순이익은 전년 대비 약 20% 늘어날 전망이다.

그는 “그동안에는 바람을 피운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회사로 돌아가 끊임없이 공부하는 대표 중 한 명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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