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윤문하며 글 쓰는 우리는 모두 작가입니다"

입력 2018-1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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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문하다' 이끄는 기획자 문희철·소설가 윤재성

▲'윤문하다'는 매주 토요일 서초구 방배천로 '책 그리고'에서 진행된다.(사진제공=윤문하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방배천로 '책 그리고' 카페 2층에서 특별한 모임이 열린다. 직업, 나이, 성별이 모두 다른 사람들이 모여 저마다의 생각을 쏟아내는 시간. 이들은 '좋은 글쓰기에 대한 대중적 욕구는 증대하고 있는데, 이를 실현할 대중적인 글쓰기 모임은 왜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모인 '윤문하다' 1기 회원들이다.

이 모임을 기획한 건 문희철(28) 씨다. 19일 '책 그리고'에서 만난 문 씨는 "많은 모임들이 '읽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쓰기를 위해 모이더라도 너무 전문적이거나 정체성이 '작가'인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들이었다"며 는"글을 잘 써보고 싶은 대중들이 시도해볼 수 있는 열린 모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문하다'는 세 명의 호스트가 이끌어가고 있다. 자소서 작성 및 공유 플랫폼 '꿈소서'를 만든 청년교육벤처 VIU를 다년간 이끈 문 씨는 기획자다. 2016년 '외로움 살해자'로 데뷔하고, '아무도 모르는' 북콘서트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소설가 윤재성(27) 씨와 합심해 '윤문하다'를 만들었다. 청년 창작 동아리 말그레를 창단하고 6번의 전시회와 4번의 북콘서트, 문학의 밤 등 수많은 낭독회와 합평회를 기획한 안솔티(25) 씨 역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소설가 윤 씨는 호스트로 나설 때마다 실용적인 방법으로 소설 쓰는 법을 알려주는 데 집중한다. "사람들이 수필은 쉽게 써도 소설은 어렵게 생각해요.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고들 합니다. 저는 전문적인 프로들이 나서는 모임과 달리 소설이 무엇인지와 작법을 알려주면서 직접 써보게 해요. 짧은 시간 안에도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과정을 통해 쓸만한 문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하는 마음에서요."

▲소설가 윤재성(왼쪽) 씨와 기획자 문희철 씨는 글 쓰기에 대해 진입장벽을 낮춘다는 목표로 '윤문하다'를 이끌어가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윤문하다'는 수많은 글 쓰기, 독서 모임들이 존재하는 지금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목표 아래 시작됐다. 세 명의 호스트는 1기 회원을 모집하면서 전화나 면접을 일체 진행하지 않았다. 사진도 받지 않았고, 직업도 묻지 않았다. 성별 역시 남성과 여성에 국한하지 않았다. 참여 작가들이 자신의 나이를 20~29세, 30~39세, 40~49세, 50세 이상 중 하나로 선택해 말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입조건이 방대한 덕분일까. 경찰, 예비사무관, 작곡가, 래퍼, 퇴사자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윤문하다'의 문을 두드렸다. 문 씨는 "참여작가의 열정과 관심을 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저희가 만약 참여작가들의 글을 보고 수준을 평가하고 면접을 봤다면, 정말 좋은 분들까지 놓쳤을 거라 생각해요. 글 쓰기에 관해서는 보통인 사람들, 그러나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오게 하는 데 성공한 것 같아요."

지난 11월 17일 처음 시작된 '윤문하다'는 시즌제로 운영된다. 모임을 이끌어가는 호스트 외에도 시즌 동안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회원들이 있다. '윤문하다' 회원은 모두 '작가'라고 칭해진다.

토요일에 진행되는 정기 모임 외에도 수요일 '파일럿' 모임이 성북동 '오늘의 서술'에서 격주로 열린다. 수요일 호스트는 안 씨다. 윤 씨는 "문예창작과 출신 사장님이 운영하고 계시는 곳"이라며 "수요일에는 '시와 감성'이라는 주제로 더 적은 인원이 간단히 와인 한 잔 하면서 시를 읽고 감상을 나누는 시간"이라고 했다.

아직 1기의 마무리가 언제인진 정하지 않은 상태다. 문 씨는 "호스트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계절이 한 번 바뀌는 정도가 맞다고 생각하지만, 다음 모임 때 참여작가들의 의중을 물어 적정 기간을 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윤문하다' 가입 조건은 글 쓰기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다. 성별, 직업, 나이를 일체 묻지 않고 1기 회원을 모집한 결과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시즌 전체의 3분의 2 이상 출석한 작가는 자신의 글이 담긴 '작은 책'을 가질 수 있다. 책을 내주는 여타의 모임과의 차별점을 묻자, 문 씨는 "마음이 다르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우리는 '하긴 했다'가 아니라 해내려고 '윤문하다'를 시작했어요. 한 번도 글을 안 써봤거나 관심이 적었던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면 강력한 목표를 준 셈이죠. '반드시 우리는 이 시즌 안에 우리의 글을 담은 잡지, 혹은 책을 낼 것이고 거기에 여러분의 글을 실리게 할 거다'라는 명확한 목표를 줬어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책을 찍어내는 과정도 거칠 거예요. 우리가 만든 내용으로 우리가 해낸 그 책이요."

윤 씨와 문 씨는 '윤문하다'는 소설가나 창작가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모임이라고 자신했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고 쓰기 시작하면, 콘텐츠를 더 수준있게 소비하게 될 거예요. 한 번이라도 취미로 밴드부를 한 사람은 음악을 완전히 다르게 듣잖아요. 음악을 능동적으로 소비하니까 듣는 수준이 높아지고, 그 신 자체가 커지는 거죠. '윤문하다'를 통해 글 쓰는 허들이 낮아진다면 소설가와 창작가들한테도 좋아요. 대중의 수준이 올라가고 대중이 소비하는 양이 많아지니까요. 입문까지 어려울 필요는 없어요. 노력은 줄일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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