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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웹하드 카르텔, 나는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다
입력 2018-12-13 06:00
김소희 사회경제부 기자

고백한다. 한때 웹하드 '위디스크' 애용자였다. 파일공유 서비스인 '토렌트'를 통해 쉽게 불법 촬영물이 공유된다는 사실을 인지했던 상황에서 위디스크는 합법적으로 올라온 동영상이 유통되는, 보다 '안전한' 동영상 다운로드 사이트로 인식됐다.

2000원, 4500원, 1000원….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마다 일정한 금액이 차감됐다. 그때마다 정당한 대가를 내고 있다고 자부했다. 스스로가 대견했고, 합리적인 유저라고도 생각했다. 주변인들에게 토렌트를 그만 이용하고, 위디스크를 이용할 것을 추천하기도 했다. '나는 불법 동영상을 내려받지 않는 개념인'이라고 생각했다.

국내 웹하드 업체의 문제가 지난 7월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은 여성의 동의 없이 촬영된 불법 영상 유통에 웹하드 업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왔다는 사실을 고발했다. 방송 직후 웹하드 업체의 이름이 공개됐다. 웹하드 업체인 '파일노리', 필터링 업체 '뮤레카', 디지털장의업체 '나를 찾아줘', 그리고 떠오른 업체명을 보고 기함했다. 웹하드 카르텔 중심에는 '위디스크'가 있었다.

합법적으로 올라온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2000원을 결제했던 그 순간, 한편에서는 여성의 몸이 한 편당 100원에 사고팔렸다. 피해 여성은 영상을 지우기 위해 디지털장의업체를 찾았을 것이다. 개인의 PC에 이미 저장된 영상까지 손 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은 한 장이라도 더 퍼지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디지털장의업체에게 돈을 지불했을 것이다. 제대로 필터링하지 않은 탓에 3개월 후 영상은 또 업로드 됐을 것이다. 여성은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았을 것이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이 간절함을 이용했다.

'웹하드 카르텔'의 정점에서 불법 음란물 유통을 주도하고 전·현직 직원을 폭행한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양 회장은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정보통신망법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상습폭행, 강요 등 혐의를 적용했다.

분명한 건 그는 피해 여성에게는 범죄를 저질렀고, 순수한 목적으로 사이트를 이용한 이용자들에게는 죄책감을 씌웠다. 불법유통 동영상으로부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이용자들은 한순간에 '방관자', '가해자' 그리고 '피해자'가 됐다. 양 회장, 그리고 비슷한 방식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만든 이들이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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