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존 나이스비트·도리스 나이스비트 ‘존 나이스비트 미래의 단서’

입력 2018-12-0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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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메가트렌드 전망, 親중국적 시각은 좀…

오랫동안 계속해서 주목받는 글을 쓸 수 있는 작가는 드물다. 그중 한 사람이 금세기 최고의 세계적인 석학이자 미래 학자인 존 나이스비트이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의 이름에서 1982년에 선보인 ‘메가트렌드’를 떠올릴 것이다. 그로부터 36년이 흐른 지금도 그는 여전히 생산적이다. 이번에 펴낸 ‘존 나이스비트 미래의 단서’는 거대 담론에 바탕을 둔 미래 전망이다. 2015년의 ‘힘의 이동’, 2010년의 ‘메가트렌드 차이나’, 2000년의 ‘하이터치’ 등에 이은 메가트렌트 저서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트렌드에 관한 책들은 대부분 마이크로 트렌드를 다룬다. 저자처럼 메가트렌드를 다루는 사람은 드물다. 전체를 조망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전체를 아우를 만한 지적 역량을 갖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책은 △세계 질서의 주역들 △떠오르는 신흥세력 △새로운 세계 지도 △기술혁신과 일자리의 미래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매스커뮤니케이션 시대의 생존법 △새로운 무역 질서 등으로 구성된다. 제목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책이 될 정도로 방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내내 유감스러운 것은 그가 지나치게 친중(親中)적인 자세를 취한다는 점이다. 그의 다른 작품 속에서도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았는데 이번 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중국은 특수하기 때문에 이러저러하다”는 식의 주장에 상당 부분 동조하는 지식인 그룹에 속한다. 오스트리아 빈과 중국 톈진을 오가면서 거주하는 그는 중국 지도층과 교류가 있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전 세계의 주요 이슈들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은 그의 지식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최소한 21세기 중반까지는 중국이 승자가 될 것으로 우리 부부는 예측하고 있다”는 그의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중국이라는 국가는 마치 하나의 기업처럼 강력하게 목표 지향적으로 운용된다”는 우호론을 펼친다. 또 그는 “중국이 선호하는 소수 실력자에 의한 지배는 그 역사가 수천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며 현재의 지배체제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중국이 가진 내부적인 모순과 일당 체제가 내포할 수밖에 없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중국 특수론으로 슬쩍 넘어가는 대목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그는 일당 독재체제에 대해서도 “일당 독재 정치의 장점인 효율성을 통해 중국은 ‘앞선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에서 그 사람을 앞서가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우호적인 시각을 숨기지 않는다. 서평자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다.

반면 “이제 미국의 우월함은 무너졌고, 권위주의가 다시 득세하기 시작했다”면서 미국 사회가 가진 문제점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가혹하다. 그의 전망이 맞아떨어질지 두고 볼 일지만, 그의 시각이 상당히 편향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는 “지금의 상황을 봤을 때 북아프리카 지역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단정한다. 반면 아프리카에는 3억1000만 명의 소비계층이 떠오르면서 아프리카 하면 떠오르는 무력감, 빈곤, 게으름 같은 예전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아프리카의 운명이 부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피해의식으로부터 얼마만큼 탈피할 수 있느냐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시아의 밝은 미래에 비해 남아메리카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남아메리카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그는 “1950년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한 곳이 아르헨티나였다”며 주목해야 할 메시지를 던진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은 부침을 거듭하고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전 세계뿐만 아니라 미래 준비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기에 참조할 만한 책이다. 다만 전작들보다는 무게감이 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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