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잔한 실험실] 몬스터? 레드불? 스누피? 에너지 드링크&커피 가성비 보고서!

입력 2018-11-21 15:38수정 2018-11-2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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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튀김은 어느 패스트푸드점에서 먹는 게 가성비가 가장 좋을까? 어떤 에너지 드링크를 먹어야 같은 값에 더 많은 카페인을 섭취할 수 있을까? 일상 속에서 한 번쯤 궁금해했지만 너무 쪼잔해 보여서 실제로 실험해본 적 없고, 앞으로도 그다지 해보고 싶지 않은 비교들. [쪼잔한 실험실]은 바로 이런 의문을 직접 확인해 보는 코너다. cogito@etoday.co.kr로 많은 궁금증 제보 환영.

▲(커피를 포함한) 에너지 드링크를 비교해 봤다. 이날 구매한 에너지 드링크는 가격으로는 1만4850원어치, 총 카페인 함량은 855.5mg이었다. (김정웅 기자 cogito@)

2010년경 기자는 입대를 앞두고 있었는데, 이때는 지금의 ‘리그오브레전드(롤)’의 조상님쯤 되는 ‘카오스’라는 게임이 유행했다. 생각해보니 당시 사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카오스’를 하며 보냈던 것 같다.

그렇다고 그 게임을 잘했던 건 아니다. 늘지 않는 게임 실력에 대해 팀운 탓, PC방 탓, 엄마와 여자친구의 구박 탓 등… 온갖 남 탓을 일삼던 끝에, 마침내 기자 본인의 정신력을 탓하는 데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정신력을 키울 수 있을까?' 고뇌하던 즈음, 편의점에 새로운 음료수가 나왔다. 바로 ‘핫식스’였다.

먹으면 각성 효과가 생겨나는 음료라니! 게임 인생에 신기원을 열어줄 것만 같은 제품이었다(먹고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생각은 전역하고 나서야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맨날 먹던 커피도 비슷한 건데, 그냥 새로운 제품이 나왔다니까 환상을 가졌던 것도 같다.

월 소득수준이 현재의 5분의 1에도 못 미쳤던 궁핍했던 이 시절, 이때도 여지없이 들었던 어떤 생각. ‘어떻게 하면 같은 값에 더욱 많은 각성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지금도 롤, 배그, 오버워치, 로스트아크를 즐기면서 저비용 고각성 효과를 누리고 싶은 분들을 위해(혹은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대비해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는, 비교적 사소한 이유를 가지신 분들을 위해서도) 에너지 드링크 가성비 비교기사를 준비했다.

분석에 앞서 몇 가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먼저 각성 성분은 타우린, 비타민 등의 기타 성분을 제외하고 오로지 카페인 단일 성분만을 대상으로 비교했다. 음료업체에서는 ‘타우린이 카페인의 흡수를 돕는 동시에 각성 효과를…’하는 식의 복잡한 설명을 하지만, 현재로선 각성 성분들의 혼합적인 작용 기전에 대해 학계의 명확한 설명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그래도 타우린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지지 않는 독자들께는 타우린이 아주 풍부한 ‘갑오징어’를 다룬 기사를 보시는 것을 권장해 드리며, 여기서는 가장 대표적인 각성 성분인 카페인만을 비교하기로 한다.

▲타우린은 갑오징어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또 ‘에너지 드링크’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인 상품 외에도 유사한 효과를 내는 커피와 의약외품 등을 함께 비교해 본다. 마지막으로 카페인의 비교는 별도의 측정 도구 없이 음료 겉면에 표기된 함량만을 참조했다. 표기 성분 함량이 실제 함량과 일치하는지 궁금하신 분들께서는, 실은 기자도 몹시 궁금하므로 소비자원에 문의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왼쪽부터 가격 대비 고함량 카페인 음료를 늘어놓아봤다. 단연 ‘스누피’가 압도적인 카페인/가격의 비율을 보였다. ‘서울우유 커피’보다 카페인 함량이 적은 세 제품은 반성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정웅 기자 cogito@)

◇고찰1. 가격 대비 카페인은 ‘스누피’가 지존...레드불은 ‘에너지 드링크’ 문구 박탈해야

사실 이 제품 때문에 에너지 드링크만이 아닌 커피를 포함해 비교했다. ‘스누피 커피우유’라고 널리 알려진 이 커피(흔히 커피우유로 부르지만, 식약청은 2016년부터 ‘커피’로 분류 중이다)의 정확한 이름은 ‘유어스 더 진한 커피’. 마시고 나면 잠들 것 같을 때마다 스누피가 ‘도넛펀치’로 복용자를 두들겨 패준다는 바로 그 상품.

명불허전의 ‘스누피 커피우유’가 1000원당 158mg의 카페인 함량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가성비(이 챕터에서의 가성비는 가격 대비 카페인의 양으로 정의한다)를 과시했다.

2위도 역시 커피인 ‘스타벅스 에스프레소&크림’이었다. 68.67의 카페인/가격 수치를 기록한 이 상품은 스누피만큼 압도적이진 않지만, 다른 상품들에 비해 눈에 띄게 좋은 가성비를 보였다. 에너지 드링크의 대명사인 ‘몬스터’ 계열과 ‘핫식스’ 계열의 4개 상품은 50이라는 평균치 수준의 카페인/가격 수치로 공동 3위를 기록했다.

4위는 이 방면에서 그다지 유명한 것도 아닌 ‘서울우유 커피’(재차 언급하지만, 우유가 아니라 커피다)가 차지했다. 이보다도 가격 대비 카페인 함량이 낮은 에너지 드링크 ‘지파크(1000원당 카페인 40mg)’와 국민음료 ‘박카스F(소매점용 박카스, 1000원당 카페인 30mg)’는 반성할 필요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레드불’이다. 이 제품의 1000원당 카페인 함량은 28.41mg으로, ‘에너지 드링크’라고 부르기에 좀 양심이 없는 수준이다. 1500원짜리 ‘스누피 커피우유’와 같은 양의 카페인을 ‘레드불’로 섭취하려면 무려 1만2513원어치를 들이켜야 한다.

물론 기자도 ‘레드불’에는 카페인뿐 아니라 타우린 함유량이 많다는 걸 안다. 그러나 타우린 함량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갑오징어’와 관련된 기사를 살펴주시길 다시 한번 권해드리며, 이 기사의 초점은 ‘카페인’에 있음을 거듭 밝히는 바다.

▲용량 대비 카페인 함유량이 높은 음료를 왼쪽 위부터 나열해 봤다. 컵에 담긴 음료의 양은 똑같은 50mg의 카페인을 섭취하기 위해 마셔야 할 해당 음료의 양이다. 적을수록 카페인이 고농축 돼 있다는 의미다. (김정웅 기자 cogito@)

◇고찰2. 섭취량 대비 카페인은 스타벅스 캔커피가 최고

개인차가 있지만 에너지 드링크를 맛으로 먹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맛있고 각자의 취향에 맞는 음료는 이것 말고도 세상에 많다. 에너지 드링크는 맛도 대부분 거기서 거기인 데다, 애당초 ‘맛을 즐기려고’라기보다는 ‘정신이 들려고’ 사 먹는 음료다.

게임, 혹은 공부나 잔업 같은 특정 목적을 위해 에너지 드링크를 꾹 참고 드시는 분들을 위해, 조금만 마셔도 많은 카페인을 섭취할 수 있는 상품,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100㎖당 카페인 함유량'이 많은 제품은 무엇인지 비교해 봤다.

역시 1위는 커피였다. ‘스타벅스 에스프레소&크림’이 51.5의 카페인/용량을 기록했다. 2위도 역시 커피인 ‘스누피 커피우유’였다. 애당초 ‘스누피 커피우유’는 500㎖의 대용량으로 판매하는 만큼, 용량 대비 카페인 수치는 47.4에 머물렀다. 압도적인 가성비에 비하면 두드러지는 수치는 아니다.

‘몬스터’ 계열의 두 제품은 28.17, ‘레드불’과 ‘박카스F’는 25, ‘핫식스’ 계열의 두 제품과 ‘지파크’는 24라는 100㎖당 카페인 함유량을 보였다. 특이하게도 이 시장의 후발주자인 ‘지파크’의 경우 ‘핫식스’ 제품들과 카페인 함량, 용량, 칼로리가 모두 똑같으면서도 가격만 300원이 더 비쌌다.

‘서울우유 커피’의 경우는 21.5로 용량 대비 카페인 함유량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누피 커피우유’에 비하면 어쩐지 초라해 보이는 수치지만, 왠지 이게 정상치일 것 같다.

한 눈으로 쉽게 체감할 수 있도록 50mg의 카페인을 섭취하기 위해 필요한 각 음료의 용량을 측정해 늘어 놓아봤다. 컵에 담긴 음료의 양이 적을수록 고농축 카페인 음료라는 것을, 많을수록 카페인을 적게 함유한 음료라는 것을 뜻한다.

▲살찌지 않고 정신이 들고싶은 분들을 위해 준비한 카페인 대비 칼로리양 비교. 왼쪽에 있을수록 칼로리/카페인의 비율이 낮다. 특히 ‘몬스터 에너지 울트라 시트라’의 경우는 2위 음료보다 10배가 넘게 낮은 칼로리 함유량을 보였다. (김정웅 기자 cogito@)

◇고찰3. 먹으면 살찌나? 살 안 찌고 잠도 깨고 싶다면 ‘몬스터 에너지 울트라 시트라’를

원래 칼로리 분석은 안 하려고 했다. 에너지 드링크가 건강식품도 아닌데, 칼로리 따져가며 먹는다는 게 좀 웃긴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 하지만 각성 효과를 누림과 동시에 살도 찌지 않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 데다가, 무엇보다도 워낙 압도적으로 적은 칼로리를 자랑하는 상품이 등장하면서 '칼로리/카페인'의 비율도 분석해봤다.

‘몬스터 에너지 울트라 시트라’는 같은 양의 카페인을 섭취한다고 가정할 때, 2위 상품보다 10분의 1이 채 안 되는 극소량의 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다. 이 음료의 용량은 355㎖로, 한 캔의 칼로리는 고작 11kcal에 불과했다. 만약 기자가 다이어트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성 효과를 원했다면, 주저 없이 이 상품을 골랐을 것 같다.

표에서와 같이 △스타벅스 에스프레소&크림(거의 모든 비교에서 상위권이다) △박카스F △스누피 커피우유 등이 11~14 정도의 비교적 낮은 칼로리/카페인 비율을 보였으며 △몬스터 오리지널 △지파크 △레드불 △핫식스 △핫식스 자몽 등은 16~19로 근소하게 높았다. △서울우유 커피는 다른 음료보다 훨씬 높은 29.07의 카페인 대비 칼로리양을 기록해, 다이어트 중에 먹기에는 상대적으로 부적절했다.

◇번외경기. “이거 다 먹으면 큰일 나요”

맛은 정량적 평가가 되지 않아 분석에서는 제외한다. 그래도 굳이 설명해보자면 ‘스타벅스 에스프레소&크림’은 PX에서 먹던 맛 그대로 훌륭했고, 커피우유들은 똑같은 커피우유 맛인데 스누피가 약간 더 쓴맛이었다. 나머지 에너지 드링크들은 모두 대체로 비슷한 ‘비타민 음료에 탄산 첨가한 맛과 향’이 났다.

기자의 이상한 짓을 지켜보던 몇몇 선배가 “실험하려면 그거 다 먹어야 하니?”라고 묻기에 한 가지 첨언한다. 학계 연구에 따르면 체중이 65kg인 남성을 기준으로 약 1만3000mg의 카페인을 섭취하면 50%가량의 확률로 사망할 수 있다.

이날 산 음료의 총 카페인은 855mg이었으니 다 마셔도 기자가 죽진 않았을 거다. 다만, 성인 기준 일일 섭취량 400mg을 넘어갈 시엔 심박동 이상, 부정맥, 수면 장애, 빈뇨 등의 이상 증세를 가져올 수 있다.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에너지 드링크는 하루에 한 캔 정도만 섭취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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