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력근로 확대 관철못하면 정권무능이다

입력 2018-1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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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 기간 연장을 놓고 정부·여당과 노동계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탄력근로 확대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등이 강력 반발하면서 연내 입법이 불투명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은 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에서 현재 3개월인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더 연장키로 합의한 바 있다.

사회적 대화기구로 22일 출범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이 문제부터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민노총은 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하고 21일 총파업을 벌인다. 탄력근로 확대 저지를 비롯, 노동법 전면 개정,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의 요구를 내걸고 있다. 여기에 한국노총까지 국회가 탄력근로 입법을 강행하면 극한 대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정권 지지세력이라는 이들의 거센 반대에 밀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벌써 딴 목소리가 나온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탄력근로제는 7월부터 주당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면서 기업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자 그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일정 기간 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에 맞추면서 사업장마다 다른 사정에 따라 근로시간을 늘리고 줄일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미국·일본·독일·프랑스 등 대부분 선진국은 1년 단위의 탄력근로제를 적용하고 있다.

근로시간과 업무 형태는 산업별·직종별로 모두 다르다.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가동 여건의 차이가 큰 업종이 많고, 건설 등 수주산업은 일감이 있거나 없거나 한다. 주문 생산에 기대는 중소기업의 경우 납기에 쫓길 때가 흔하다. 연구개발 직종은 장시간 집중근로가 불가피하다. 이런 차이를 무시한 채 모든 사업장의 근로시간을 일률 강제하는 것부터 말이 안 된다.

무엇보다 탄력근로 단위기간은 사업장 여건에 따라 개별 기업 노사가 자율적 합의를 통해 조정하는 것이 맞다. 선진국들이 대개 그런 방식으로 운용한다. 재계가 업종·직종별로 단위기간을 차등 적용하거나, 최소 6개월 이상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단축된 근로시간을 지키지 않을 경우 내년부터 형사처벌이 뒤따른다. 탄력근로제 문제가 연내 해결되지 못하면 산업현장의 대란(大亂)이 불보듯 뻔하다. 기업은 생산 피해와 막대한 추가비용 부담 등 경영차질에 직면하게 되고 경쟁력 추락,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근로자들의 임금도 줄어들게 된다. 양대 노총은 탄력근로 기간 확대가 노동 조건을 후퇴시키는 개악(改惡)이라고 주장하지만, 더 오랜 시간 일하고 임금을 많이 받겠다는 근로자들이 훨씬 많다. 정부·여당은 기득권만 챙기겠다는 노동계의 끝없는 억지에 더 이상 휘둘리지 말고, 연내 탄력근로 입법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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