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만났다] '소방의 날' 만난 영웅들…“작은 관심이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어요”

입력 2018-11-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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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부소방서 예방과 윤영란 예방팀장·현장대응단 박성인 진압대장 인터뷰

11월 9일은 '소방의 날'이다. 목숨을 걸고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대원들의 노고에 많은 이들이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의 24시간은 크게 나아지는 것이 없다.

부족한 인원, 빈약한 소방장비 등 열악한 근무환경은 매번 개선해야 할 주요 쟁점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에서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내비칠 뿐, 실질적인 대안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

'소방의 날'을 맞아 서울 중구에 있는 중부소방서를 찾았다. 그리고 소방관들을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 중부소방서 예방과 윤영란 예방팀장은 8일 이투데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소방시설에 대한 작은 관심만 가지더라도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다"며 예방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이재영 기자 ljy0403@)

◇중부소방서 예방과 윤영란 예방팀장 "국민의 관심이 생명 지킬 수 있어"

윤영란 서울 중부소방서 예방팀장은 1995년 우연한 기회에 소방업무에 뛰어들었다. 소방관이 되고자 하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 간호사 자격을 소지하는 사람을 구급대원으로 채용하는 것을 알고 지원을 했다.

당시 구급대원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서 간호사 채용을 본격화했고, 이를 통해 그는 소방이라는 치열한 삶에 들어오게 됐다. 그리고 23년. 윤 팀장은 업무의 범위를 점차 넓혀 나가며 여전히 소방서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팔방으로 활약 중이다.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한 분야만 하는 게 아니라 이것저것 다 할 줄 알아야 하죠. 멀티플 소방관이 돼야하는 겁니다. 저도 처음에 구급대원으로 발을 들였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배워서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소방관은 들어오는 순간부터 계속 공부를 해야 하는 직업이죠. 업무에 필요한 화재진화사, 응급구조사, 인명구조사 등 관련 자격증도 따야 하는 만큼 공부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소방 업무는 크게 예방과 대응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각종 교육, 홍보, 관리·감독 등을 하는 것이 예방 업무이며, 사고가 발생한 후 대처를 위한 것이 대응 업무다.

대체로 많은 이들이 소방관이라고 하면 사고가 발생한 후 현장에 출동해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하는 이들을 생각하지만, 예방 업무를 담당하는 소방관 또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윤 팀장은 "예방 업무를 크게 따지면 시민 교육이 있고, 소방시설을 관리·감독하는 부분이 있어요"라며 "시민 교육에서는 단순히 소방에 대해 막연하게 알고 있고, 모르는 부분이 많은 것을 알려줘요. 심폐소생술 관련 응급교육이나 오래된 소화기는 어떻게 버리고 소방시설물은 어떻게 점검하는지, 비상구는 어떻게 확인하는지 등을 교육해주죠"라고 설명했다.

이어 "큰 건물에는 소방시설이 필수로 들어가 있어요. 이를 관리·감독하는 사람은 해당 건물의 관리자, 직무자, 책임자인데 이분들이 소방시설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방향을 알려주고 잘못된 건 지적해서 질타도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죠"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그가 강조한 것은 시민의 관심이었다. 평소 소방에 대한 관심을 시민들이 가져준다면 대형 사고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방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시민들이 이젠 어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고도 잘 해주고 예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대처해줘서 많이 좋아졌어요. 다만 건물에 소방안전관리자분들이 다 있지만, 소방시설 관리가 생각만큼 완벽하게 안 되는 곳이 많아요. 조금만 더 신경 써서 제대로 관리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시민들도 매의 눈으로 소방시설에 문제가 없는지 살피고 문제가 있다면 소방서로 신고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소방관이 다 보고 돌아다닐 수는 없으니 시민들이 조금만 관심을 둔다면 이런 부분을 미리미리 체크해서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윤 팀장은 꾸준히 논란이 되는 소방관 출동 시 주취자의 폭행 문제 등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내비쳤다. 그는 "우리 구급대원이 나가서 주취자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요. 물론 제정신이 아니니깐 폭행을 하는데 구급대원 입장에서 도와주러 갔다가 뺨 맞고 오면 굉장히 속상하고, 분하고, 사람이다 보니 다음 사람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사라지거든요"라며 "아무리 그래도 도와주러 간 구급대원에게는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라고 당부했다.

▲서울 중부소방서 현장대응단 박성인 진압대장은 8일 이투데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이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안전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며 베테랑 소방관으로서의 각오를 전했다.(이재영 기자 ljy0403@)

◇현장대응단 박성인 진압대장 "생명의 무게 만큼 책임도 막중하더라"

올해 2월 24일 오전 8시 38분께 서울 중구 산림동의 한 알루미늄 새시 작업장에서 불이 나 일대 7개 건물로 옮겨붙었다. 서울 중부소방서 현장대응단 박성인 진압대장을 비롯한 소방관 대원들은 현장에 출동해 1시간 10분 만에 불길을 잡았고 2명을 구조했다.

5월 29일 0시 24분께 서울 충무로4가 복합건물의 지하주차장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차량 2대가 소실되고, 사우나 이용객 등 150여 명이 긴급히 대피했다. 자욱한 연기가 주상복합건물 일대를 타고 올라오면서 출동한 서울 중부소방서 소방대원들은 새벽에 자고 있을 시민들을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깨워서 대피시켰고, 이렇게 대피한 인원만 150여 명에 달했다. 14명은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행히 심각한 인명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날 기자가 만난 박성인 대장은 28년째 근무 중인 베테랑 소방관이다. 위의 사건들은 올해 박 대장이 직접 출동해 겪은 대형 화재 사고였다. 시민들이 위급한 순간 현장에 긴급히 출동해 그들의 생명을 지켜주기 위해 평소에도 박 대장은 체력을 단련하고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베테랑 소방관답게 그는 다양한 사건·사고 현장을 경험했고, 어려움에 빠진 시민을 구하기 위해 불길도 마다치 않고 뛰어들었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택한 후 인명을 구조해야 하고, 불이 났을 때는 초기진화를 하는 데 주력해야 하니깐 많이 다른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의 생명이 가지는 무게만큼이나 내가 가지는 책임도 막중했죠.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박 대장은 친구의 권유로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택하게 됐다. 친구가 먼저 소방관 시험을 봐서 들어갔고, 소방관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시험을 보라는 권유에 1989년 소방관 채용 시험에 나섰고 합격했다. 이후 그는 1990년 3월 5일 용산소방서에 배치받아 소방 업무를 시작했다. 이어 2004년 중부소방서로 옮겨왔다가 강진소방서 행당 119안전센터(現 성동소방서 왕십리 119안전센터)를 거쳐 다시 중부소방서로 돌아와 4년 6개월 동안 근무하고 있다.

현장에서 28년간 시민들의 안전 지킴이로서 역할을 해온 그는 그만큼 기쁜 사연도, 아픈 사연도 많았다.

그가 28년간 사건·사고 현장에서 가장 기억하는 것은 무엇일까. 박 대장은 "가장 힘들었던 경우에는 초기 진압이 안 됐을 때죠. 2015년께 철거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출동했는데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지하 3층에 유류탱크가 있어서 진입하기가 쉽지가 않았어요"라며 "유류탱크 화재로 인한 연기는 상상을 초월해요. 최근 고양 저유소 화재에서 볼 수 있듯이 유류탱크 화재는 쉽게 볼 수가 없죠"라고 운을 뗐다.

박 대장은 "우리가 화재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자욱한 연기로 인해 입구도 제대로 찾을 수 없었어요. 우연히 입구를 찾아 화재 진압을 위해 이동을 했는데 한참 화재를 진화하면서 시간을 생각하지 못했죠"라며 "우리가 매고 올라가는 공기호흡기가 50분가량 쓸 수 있게 돼 있어서 산소가 부족하면 경보가 울리는데 그 소리도 못 들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죠. 이때 동료가 공기공급기를 끼워줘서 간신히 대피할 수 있었어요. 만일 그런 도움이 없었으면 지금의 제가 있었을지라고 생각하면 참 어려운 순간이었죠"라고 회상했다.

소방관들에게 있어서 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것은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 박 대장은 "소방관들은 사건·사고가 없는 순간에도 자리를 지키고, 체력단련 등을 하며 자신을 갈고닦고 있죠"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기자와의 인터뷰 도중에도 많은 소방관이 실내에서 운동하며 체력을 기르고 있었다.

박 대장은 "항상 신속하게 출동해서 안전하게 다치는 사람 없이 구조하고 초기 진화를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안전 지킴이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아울러 그는 시민들에게 "어떤 사건·사고가 났을 때는 119에 먼저 신고하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주변의 소화기, 소화전,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을 이용해서 초기진화에 도움을 주세요"라며 "경보기를 작동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화재 사실을 주변에 알리고 우리가 출동할 때까지 대피를 도와준다면 어떤 사고 상황에서도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당부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소방관들은 여전히 3개 조 2교대로 근무하며 주당 84시간 이상의 근무를 하고 있다. 신고가 없어 대기하고 있는 소방관들은 언제 출동할지 몰라 소방서 내에 대기하며 항상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이렇게 국민의 안전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노력하고 있는 소방관들을 위해 언제 어디서 만나든 격려의 박수가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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