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태희의 통상브리핑] CPTPP 가입에 남은 골든타임

입력 2018-11-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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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특임교수, 前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정부는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상공회의소 등 주요 유관단체와 간담회를 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대한 업계 의견을 수렴했다. 애초 정부의 계획은 올해 상반기 국내 협의를 마치고 CPTPP 가입 의사를 공식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일부 부처가 반대하고, 제조업 분야도 업종별로 의견이 달라 최종 입장 발표를 미루고 의견 수렴을 더 하기로 했다. 업계 내에서도 대일시장 개방에 따른 손실을 우려하는 업종과 멕시코 등으로 수출시장 확대를 기대하는 업종 간 견해차가 커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원산지 누적 효과의 최대 수혜자가 될 자동차 업계조차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의 국내 시장 잠식을 걱정해 소극적 입장이라는 점이 큰 문제이다.

작년 2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탈퇴 선언으로 회원국 수가 11개국으로 줄었지만, CPTPP는 인구 5억 명,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 교역량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 협정은 과반수인 6개국이 비준하면 60일 이내 발효되는데, 멕시코, 일본, 싱가포르, 뉴질랜드, 캐나다에 이어 호주가 지난달 말 의회 비준 절차를 마쳐 다음 달 30일 정식으로 발효될 예정이다. 베트남 등 나머지 5개국 비준 절차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CPTPP는 모든 상품의 관세를 철폐하는 등 자유화 수준이 제일 높고, 선진 통상규범을 포함하고 있어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가입할 경우 무관세 장벽 아래 외국 기업과 정면 승부를 겨뤄야 한다는 부담이 크지만, 우리 기업의 수출시장 다변화 기회를 제공하고 우리 경제에도 GDP 증가, 산업 내 무역 활성화, 산업경쟁력 제고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그런데 CPTPP는 마음대로 가입하는 협정이 아니다. 일정한 절차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가입 선언 뒤 사무국(Depositary Country) 역할을 하는 뉴질랜드 정부에 공식 서한을 보내고, 모든 회원국과 개별 협상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회원국들이 부리는 텃세를 일정 부분 감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언제, 어떤 방식으로 가입 선언을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고, 상황별로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2013년 일본이 정식 회원국이 되었을 때 우리도 CPTPP 가입을 고민한 적이 있었지만, 당시 한·중 FTA 협상 등 9개 협상을 동시에 진행 중이라 여력이 없어 관심만 표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필자는 지금이야말로 CPTPP 가입을 선언할 적기라고 생각한다. 우선, 내년 상반기 협정이 발효된 이후에는 당연히 지금보다 가입요건이 까다로워진다. 발효된 메가 FTA는 기득권 방어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2번째 가입국이 된다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그동안의 홍보 덕분에 CPTPP 회원국들은 한국을 ‘자연스러운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벌써 콜롬비아, 태국, 대만 등이 발 빠르게 추가 가입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영국도 가입을 희망했지만, EU 탈퇴 이후에나 가능하다. 당분간 미국이 마음을 바꿔 재가입을 추진할 일은 없겠지만, 우리가 먼저 회원국으로 자리 잡은 뒤 나중에 미국을 상대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어떻게 가입 선언을 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관심 표명 절차의 경우 일본은 2011년 총리가 발표했지만, 우리나라는 2013년 통상교섭실장이 했다. 회원국들이 볼 때 관심 표명의 진정성과 무게가 다른 것이다. 이번에 가입 선언을 하면 꼭 장관급 이상 정책결정자가 발표해 주기 바란다.

우리가 가입할 경우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산업이 생기고 분명히 잃을 부분이 있다는 것을 결코 부인하지 않겠다. 그렇지만 우리가 제외된 상태에서 CPTPP 네트워크가 가동될 경우 받게 될 국가적 불이익도 있음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CPTPP 가입을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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