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댓트립] 뭘 좀 아는 누나들은 홍콩에서 '이렇게' 논다

입력 2018-1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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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여성이 '심쿵'할 홍콩 여행③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쓰고 싶다. 자신을 위해 쓸 시간도, 경제적 여유도 넉넉해졌다. 문득 생각해본다. 나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해줄 친구들과 함께 짧은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높은 안목과 적극적인 인생관을 갖춘 40대 '누나'들의 목적지로 홍콩만 한 도시가 없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불과 3시간. 거리 곳곳에 세계적으로 수준 높은 레스토랑과 카페, 쇼핑몰과 호텔이 몰려 있다. 로맨틱한 항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야경은 청춘의 신선한 두근거림을 다시 한번 안긴다.

▲카인드 키친 내부.(이하 홍콩관광청)

◇ 이 집 채식 요리 잘하네 ='카인드 키친'(Kind Kitchen)은 고급 유기농 식재료를 판매하는 그린 커먼(Green Common) 슈퍼마켓 내부에 자리한 채식 레스토랑이다. '유제품과 달걀조차 사용하지 않는 100% 비건 메뉴가 과연 맛있을까?'와 같은 의구심은 카인드 키친의 메뉴를 통해 씻은 듯 사라진다.

이곳은 채식주의자의 식생활이 얼마나 풍요롭고 만족스러울 수 있는지 증명한다. 식물성 고기인 옴니 포크는 베트남식 샌드위치 반미와 탄탄면에 사용되고, 일본풍의 화이트 드래곤 라멘은 두유와 미소 된장으로 고소한 맛을 낸다.

▲카인드 키친에서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홍콩의 유명한 유기농 차 제조사와 함께 선보이는 음료 메뉴 역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최고급 찻잎과 오트 밀크로 우려낸 '홍콩 오트 밀크 티', 코코넛 밀크를 추가한 논알콜 모히토 '코히토' 등 신선하고 달콤한 음료로 디저트를 대신해보자.

◇ 내게 꼭 맞는 단 하나의 향수를 만나다= 센트럴 서쪽의 한가로운 뒷골목, 19세기 파리로 시간을 돌린 듯 고풍스러운 가게가 발길을 붙든다. '파퓨머리 트레저'(Parfumerie Tresor)는 프랑스어로 '조향사의 보물'을 뜻한다. 이름 그대로 이곳은 창의적이고 독특한 조향 브랜드들을 한데 모았다.

▲파퓨머리 트레저에서 이제껏 보지 못한 향수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온라인에서 온갖 귀한 것들을 구할 수 있는 시대라지만 파퓨머리 트레저가 보유한 향수들은 낯설기만 하다. 영국 저널리스트 벨라 크레인이 론칭한 벨라 벨리시마부터 19세기 파리와 런던 귀족들에게 인기 높았던 유서 깊은 브랜드 도르세, 향수의 역사로부터 영감을 얻은 창조적 셀렉션 히스토리 드 파퓸까지, 파퓨머리 트레저의 벽장은 황홀한 향기로 가득하다.

유럽의 크고 작은 향수 아틀리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계약을 맺은 열정 덕분이다. 도시에서 단 하나, 나만의 향기를 가지고 싶은 여성이라면 기꺼이 지갑을 열게 될 수도.

▲닥터 펀즈 진 팔러 매장 안.

◇ 지친 당신을 위한 특별한 처방전 = MTR 센트럴 역에서 랜드마크 쪽 출구를 향해 걷는다. 쇼핑몰에 들어서자마자 시야의 오른편에 은밀하게 숨은 두 개의 문이 보인다. '닥터 펀의 진료실'이라는 팻말은 깜찍한 농담일 뿐, 이곳은 사실 약국을 콘셉트로 한 술집 겸 카페다.

닥터 펀즈 진 팔러(Dr.Fern's Gin Parlour)의 주 종목은 진이다. 전 세계에서 구한 250개의 프리미엄 진을 갖추고, 다양하고 독창적인 진토닉 메뉴도 마련했다.

진의 전통과 매력을 더욱 잘 전달하기 위해 식물학 전문가인 닥터 펀은 방문객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특별 처방전을 만들어준다. 허브와 꽃, 씨앗 등 세상 다양한 식물성 재료를 사용하는 진의 특징을 스토리텔링에 녹여낸 것이다.

▲진과 허브를 이용해 만들어진 다양한 진토닉 메뉴들.

바의 분위기는 이야기에 충실하다. 바텐더와 서버는 약사처럼 새하얀 가운을 입고, 고풍스러운 약장과 녹색 식물이 실내를 장식한다. 대표 칵테일인 진토닉은 좁고 긴 글라스에 다채롭고 향기로운 가니시와 함께 나온다. 오렌지 껍질, 딸기, 식용 꽃 등의 재료는 모두 홍콩의 유기농 농장에서 재배한 것들이다.

나무를 그대로 베어낸 듯 독특한 플레이트 위에 굴 크림과 캐비어 등 화려한 스낵을 가득 올린 애프터눈 티 세트도 인기 높다.

▲에퓨레 매장 입구에 비치된 각종 치즈들.

◇ 하루의 대미! 황홀한 밤의 완성은 프랑스식 만찬으로 = '에퓨레'(Epure)는 하버시티 오션 터미널 레벨4에 보석처럼 숨어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달로와요 베이커리 뒤쪽 좁은 입구로 들어서면 바깥에서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우아한 풍경이 눈길을 맞는다. 은은한 조명과 꽃장식, 샴페인 트레이가 완성하는 '프랑스적인' 분위기는 디너 코스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에퓨레의 셰프 니콜라스 부탱은 정통 프랑스 요리의 탄탄한 기본기 위에 제철 식재료와 창조적인 레서피를 더했다. 프랑스 최고의 정육점으로 꼽히는 폴마드(Polmard)에서 공수해온 비프 타르타르, 홍합 샐러드와 함께 먹는 차가운 호박 수프 등 미식가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계절 메뉴가 풍요롭게 이어진다.

▲에퓨레에서 선보이고 있는 프렌치 메뉴.

이곳의 독보적인 메뉴와 빈티지 와인 컬렉션은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하나를 획득했고, 2016년부터 꾸준하게 홍콩 타틀러 베스트 레스토랑에도 이름을 올렸다.

점심 세트는 358홍콩달러(약 5만1000원), 6~8코스가 제공되는 저녁 세트는 988홍콩달러(14만1300원)부터 시작한다.

◇ 가을 바닷가에서 음미하는 커피 한 잔 = 센트럴에서 버스를 타고 약 30분 달리면, 햇빛 아래 야자수가 눈부시게 흔들리는 새하얀 해변이 모습을 드러낸다.

일상을 떠나온 여행지 안에서 또 하나의 짧은 여행을 시도해보고 싶을 때, 리펄스 베이(Repulse Bay)는 '여행지에서의 여행'에 더 없이 어울리는 목적지다. 홍콩 부유층의 거주지답게 조용하고 깨끗하게 정비된 바닷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아름답다.

▲커피 아카데믹스에서는 홍콩 최고의 커피를 맛볼 수 있다.

가을까지 수온이 따뜻한 홍콩 바다에서 헤엄을 치거나 일광욕을 즐기다, 문득 지겨워지면 더펄스 쇼핑 아케이드로 향해보자. 도시 전체를 통틀어 맛있는 커피로 손꼽히는 커피 아카데믹스(Coffee Academics)가 여기에 있다.

마누카 허니를 넣은 카페라테부터 오키나와 산 비정제 흑설탕으로 독특한 풍미를 더 한 커피, 오스만더스 꽃잎을 띄워 차처럼 가볍게 마시는 커피까지 특별한 메뉴들이 선택을 기다린다.

느긋한 오후, 정신을 일깨우는 커피보다 나른한 칵테일 한 잔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커피 아카데믹스에는 홍콩 최고의 바텐더 안토니오 라이와의 협업으로 완성한 커피 칵테일 여섯 종도 준비돼 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칵테일을 즐겨보고 싶다면 '디카페인 럼 레이진'을 추천한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모트32.

◇ 정용진이 선택한 '그' 레스토랑 = 신세계 그룹에서 최초로 개장한 호텔인 레스케이프에서 중식당을 문을 열면서 협업과 자문한 레스토랑이다.

'모트 32(Mott 32)'는 현란한 나선 계단 입구와 세련된 재즈 음악으로 손님을 맞는다. 레스토랑의 작명은 태평양 건너의 대도시로부터 비롯됐다. 1851년, 하나의 도시로서 막 기지개를 켜던 뉴욕의 첫 중국 잡화점이 모트 스트리트 32번지에서 문을 열었다.

어둡고 맵시 있는 인테리어는 당시 뉴욕의 거친 풍경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메뉴 역시 광둥 전통 요리에 서구의 미감을 섞었다. 블랙 트러플로 향을 낸 닭고기 냉채, 털게와 문어로 속을 채운 소룡포, 이베리코 돼지 바비큐 등 이색적인 메뉴들은 한 끼 식사를 ‘인생의 만찬'으로 격상시킨다.

무엇보다 놓치지 말아야 할 메뉴는 북경 오리다. 사과나무 장작으로 42일간 구워낸 북경 오리의 풍미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모트32의 대표 메뉴인 베이징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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