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돌직구] 이민호 칸그림 대표 “중소패션 유통 도우미…‘제2 스타일난다’ 꿈 키우세요”

입력 2018-10-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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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치, 실력 있는 국내 중소 브랜드 해외 진출까지 커나가는 데 발판되도록 윈윈”

▲이민호 칸그림 대표가 18일 서울 중구 명동 본사 사무실에서 온라인 패션 유통 플랫폼 13인치를 설명하고 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

국내 온라인 쇼핑몰 스타일난다는 올해 5월 세계 최대 화장품 회사인 프랑스 로레알그룹에 인수됐다. 토종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로부터 2000억 원을 투자받았다. 국내 중소 패션 업체들은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눈독을 들일 만큼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 패션 업체들의 사정은 상당히 힘들다. 특히 판로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게 현실.

칸그림의 이민호(44) 대표는 올해 5월 론칭한 ‘13인치 콤플렉스(13인치)’가 어려움을 겪는 중소 패션 업체들에 획기적인 유통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13인치는 온라인 패션 유통 플랫폼이자 관리 솔루션을 결합한 시스템이다. 입점 브랜드는 13인치로 SSG닷컴과 같은 종합몰까지 유통망을 넓힐 수 있고,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추천받을 수 있다. 서울대 동물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조류분자유전학을 연구하다 뉴욕 파슨스 패션 스쿨에서 패션 마케팅을 공부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인 이 대표를 18일 서울 명동 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대표는 2015년 4월 칸그림 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직원은 33명이다. 작년 매출은 17억 원이었으나 올해는 상반기에만 23억 원을 넘겼으며, 올 한 해 매출 45억 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작년 11월 스타 협찬 전용 사이트 ‘스맵스’를 선보인 칸그림은 올해 13인치를 론칭해 성장 가도를 밟고 있다. ‘13’은 브랜드의 ‘B’를 숫자로 형상화한 것이고 인치는 in channels의 줄임말이다. 패션 브랜드의 유통 플랫폼이자 소비자들에게는 맞춤형 패션을 제안하는 애플리케이션(앱) 13인치에는 현재 400개가 넘는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정식 앱을 선보이기 전 베타 서비스 단계에서 올해 1분기 124개 브랜드가 입점해 평균 330만 원의 월 매출을 냈다. 그간 입점 브랜드 수도 2배 이상 늘어난 동시에 매출 1억 원이 나오는 브랜드도 탄생했다. 1000만 원 이상의 월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는 전체 중 9%를 차지한다.

이 대표는 13인치를 서비스하게 된 배경을 한마디로 정의했다. “작은 브랜드가 큰 브랜드를 이긴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에서 연간 1000개가량의 중소 패션 브랜드가 탄생하고 있다”며 “패션 업체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나누면 작년 기준으로 전체 시장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매출은 55%, 중소기업은 45%”라고 설명했다. 즉 과거에는 대기업이 내놓는 브랜드가 패션 시장을 주름잡았다면 근래 들어 중소 패션 브랜드들의 힘이 세지고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 변화에도 이 대표는 주목했다. 자라, H&M, 포에버21 같은 패스트패션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가성비보다 중요한 ‘취향’이 남겨졌다.

이 대표는 “몇천 원을 더 내더라도 내 취향에 맞는 아이템을 발굴해서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데이터베이스(DB)로 맞춤형 아이템을 큐레이션하는 게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13인치 앱으로 옷을 검색하면 소재, 프린트, 색상뿐 아니라 ‘모던클래식’, ‘빈티지’, ‘페미닌’ 같은 스타일을 설정해 아이템을 추천받을 수 있다.

직원 2~3명을 둔 작은 패션 브랜드들에도 13인치만 한 플랫폼이 없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작은 브랜드들은 W컨셉, 무신사, 29CM 같은 패션 전문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 입점 자체가 어렵고, SSG 같은 종합몰에는 진출한다 해도 노출이 제대로 안 될 수 있다”며 “입점 수수료도 전문몰인 무신사는 35%까지 받는다”고 밝혔다.

이어 “13인치는 수수료도 이보다 저렴한 30%가량이며, 발주를 통합해 관리하는 서비스, 재고 관리 시스템도 곧 선보일 것이기 때문에 관리 비용이 덜 든다”고 덧붙였다.

칸그림 이전에도 2006년부터 국내에서 패션 유통 사업 일을 한 대표는 대학을 졸업한 뒤인 28살에 유학길에 올랐다. 서울대 동물생명공학부 학사를 졸업하고 이후 조류분자유전학 석사 과정을 밟던 중 수료를 포기하고 돌연 뉴욕 파슨스에서 패션 마케팅 공부를 결심했다.

이 대표는 “원래는 바이오테크를 창업하려 했다”며 “그런데 같이 공부를 하던 친구들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안 들었고, 이성과 감성을 섞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건축, 영화 등 여러 감성적인 분야를 탐색하다 종착지로 패션을 택한 셈이다. 이 대표는 뉴욕에서 공부한 뒤 미국 내 디자인 회사 등에서 인턴을 거쳤고, 한국에서 컨버스, 엘록 등 신규 브랜드 론칭을 컨설팅하는 일을 했다.

이 대표는 패션 유통 시장의 전망이 전 세계 그 어떤 유통 시장보다 유망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유통 시장일지라도 스타트업이 선뜻 뛰어들기에는 힘든 시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W컨셉, 무신사 같은 플랫폼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획기적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아이디어가 없다면 힘들 것”이라며 “오히려 ‘종합’이 아닌 패션 카테고리를 좁혀 승부를 보는 게 더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예컨대 ‘여성 니트 전문 유통 플랫폼’처럼 전문성을 내세울 때 더 주목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끝으로 이 대표는 실력 있는 국내 중소 패션 업체들이 너무나 많고, 세계적인 수준에서도 뒤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소 브랜드들과 같이 성장하는 데 의미가 크다”며 “전 세계적으로 K뷰티 열풍이 불고 있는데 K패션 바람도 충분히 커질 수 있음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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