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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속으로] 몰매 맞는 중국, 한국엔 두 가지 기회
입력 2018-10-17 18:27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모든 게 저 녀석 때문이야”라고 합창하는 순간이 있다. 요즘 들어 중국이 그렇다. 미세먼지도 중국 탓, 주가하락도 중국 탓, 이제 조금 있으면 남북 화해의 걸림돌도 중국이라고 할 기세다. 중국을 향한 환상이 깨지자 투자자들의 성급했던 중국몽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밥그릇이 커지면 중국이 더 개방적이고 더 민주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들은 중화라는 전통질서를 버리지 않았다. 대내적으로 권위주의적 정치체제를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는 일대일로를 통해 과거 아시아의 조공 시스템의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시진핑의 권력에 황제 이미지가 더해진 이유이다. 중국이 시장경제와 시스템으로 수렴하지 않자, 미국은 우려의 시선으로 이를 바라보는 중이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는 배경이다.

2000년 대 중국은 성장의 상징이었고, 글로벌 경제의 중심동력이었다. 중국이 싸게 생산하면, 미국은 이를 소비했다. 2000년 대 투자를 시작한 한국 주식투자자들의 중국 사랑이 유난했던 배경이다. PPP기준의 GDP는 2014년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자, 많은 이들이 중국이 미국을 곧 따라잡을 거라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2등의 부상과 1등의 공포가 충돌로 나타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회자되고 있지만, 중국의 힘이 미국을 극복하기에 역부족이다. ‘중국제조 2025’와 ‘인터넷 플러스’ 정책 투트랙으로 신사업 육성에 나섰지만, 원천기술이 없는 짝퉁이라는 미국의 공격에 저항 한번 제대로 하기 힘든 상황이다.

물론 아편 전쟁 이후 100년을 제외하면, 중국의 기술이 세계를 선도했다. 중국의 종이는 12세기에 가서야 유럽에 전해졌고, 화약과 나침반도 그 시작은 중국이다. 하지만 산업혁명기 이후 뒤쳐졌던 중국은 이제야 서구를 따라잡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피터 나바로는 그가 쓴 ‘Death by China’에서, “중국의 도덕 관념 부재가 세계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하며, 더 늦기 전에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국 기업은 중국 기업가 합작 기업을 구성하되 소유지분은 49%를 넘지 않아야 하고, 거기에 강제 기술이전을 명시해야 한다는 것은 불공정한 계약이라는 상식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중국의 거대 소비 시장이라는 유혹에 끌려 이러한 조항에 굴복해 왔지만, 중국은 이를 이용해 자국의 업체만 키웠을 뿐이다. 미국은 세계경제를 위해 중국을 제어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고, 중국은 잘못된 관행을 이제 멈추어야 한다.

중국은 공급과잉산업을 구조조정하고, 신산업 육성을 통해 생산성을 올리려 한다. 글로벌 경제패권이 ICT를 접목한 4차 산업에 달려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면 할수록, 표현의 자유 수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민주화와 개방화가 신산업 육성의 기반인 것이다. 중국의 정책당국은 강압적으로 이를 막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기는 힘들다. 중국의 한계는 중국 경제의 보이는 손이 바로 국가라는 데에 있다. 라구람 라잔은 2012년 다보스 포럼에서 “국가자본주의가 기술 추격 단계에서는 유용하지만 기술을 창조하는 힘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국가자본주의는 민간의 창의력을 억제하고 부정부패가 자라는 토양을 제공할 뿐이다.

당분가 중국은 버텨낼 것이다. 통상압력에 일방적으로 굴복했던 프라자 합의와는 다른 시나리오를 전망한다. 일본과 독일은 군사적으로 미국에 종속되어 있었지만, 중국은 핵을 갖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금융시장은 여전히 닫혀 있기에, 외국채권자들이 촉발자인 금융위기가 중국에서 재현되기 힘들다. 중국의 대외 부채 비율은 12.8%에 불과하고, 중국의 저축률은 45.8%(2017년 기준)에 달하며, 정부 부채는 47.8%에 불과하다. 외국에서 빌린 돈도 적고, 쓸 돈과 쓸 수 있는 돈은 아직 충분하다.

중국이 버티면 버틸수록, 미국의 공격은 분리주의라는 약한 고리로 향할 것이다. 중국이 역사적으로 통일된 나라로 존재해 왔다는 것은 신화일 뿐이다. 유럽 못지 않게 사분오열되어 있었다. 중화라는 지배력 강화가 ‘신장, 티베트, 홍콩, 대만’과 베이징간의 대립으로 표출되고, 미국이 이를 자극하고 있다. 베이징 중앙에서 변방을 계속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지난 30년 동안의 중국 경제모델을 재가동시키는 것이다. 중국의 디레버리징 작업은 차질이 불가피해졌고, 중국 정부는 다시 대출을 계속 늘리는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할 것이다.

한국의 투자자는 두 가지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첫 번째, 중국이 ‘짝퉁 기술’이란 오명을 쓰고 있는 바로 지금 중국과의 격차를 다시 벌려야 한다. 반도체, 2차 전지, 조선 등 중국의 맹추격이 우려되던 대표 산업이 숨을 돌릴 시간을 번 것이다. 미국으로부터의 기술 획득이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중국은 한국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나아가 중국이 미국에 양보하는 제스처를 취한다면, 중국의 지적 재산권 문데도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여전히 한국의 IT, 조선, 미디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두 번째 기회는 미국과 중국의 체제 경쟁이 일으킨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은 경기확장을 지속하기 위해 재정을 투입하고, 중국은 무역분쟁과 내부문제(빈부격차, 분리주의) 해결을 위해 통화든 재정이든 정책대응을 강화할 수 밖에 없다. 중국과 미국의 체제 경쟁은 무력이 아닌 경제에서 진행 중이며, 승패는 경제 성장 여부이다. 레버리지 사이클의 재림은 한국 산업재와 소재업종 사이클에 우호적이다. 미국과 중국의 양적 성장 경쟁이 낳은 Positive Surprise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위기를 잠시 뒤로 미루고, 경제는 굴러갈 것이다. 정책의 힘이 시장을 압도하는 국면에서 위기의재연 가능성은 낮다. 아직 Bear Market에 진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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